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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나면서부터 타자와의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은 그가 속하게 된 사회의 미적 양식에 대한 학습, 즉 문화예술교육을 통해서만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역할과 마땅히 누릴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자연을 개척하여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낸 문화와, 그곳에 사라져버렸거나 가까이 할 수 없거나 혹은 다가올 자연을 다시 끌어들인 예술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선조들이 만들어낸 마을과 도시를 유지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은 본질적으로 넓은 의미의 공동체성’, 사회성을 갖는다. 그리고 같은 맥락으로 요셉보이스의 명언처럼 모든 사람이 예술가이며, 인간 활동의 모든 소산은 사회적 조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공동체문화예술교육(Community based Art Education)이라는 개념까지 지어내면서 공동체를 강조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오늘 날 만나고 있는 공동체는 F. 퇴니에스(Ferdinand Julius Tönies)가 감정, 혈연, 관습에 기반하는 공동사회(Gemeinsshaft)와 이성, 타산, 사유에 기반하는 이익사회(Gesellschaft)로 범주화하였고, 이를 종합하는 개념으로 제시했던 혈연이나 관습, 이익에 의지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민주적 자발적인 결사 형태로서의 협동사회(Genossenschaft)로 말해볼 수 있을 것이다. 퇴니에스에 따르면 공동사회는 가정, 마을, 도시 정도의 발달 단계를 가지며, 이익사회는 메트로폴리스, 국가, 세계의 발달 단계까지 나아가게 되는데, 이익사회로 나아갈수록 자신의 자유로운 사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부터 소외되고, 관계의 단절로 외로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러한 퇴니에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동체를 강조하는 오늘날의 문화예술교육은 살아가는 장소의 의미성이 사라져버리는 이익사회로 점철되어가는 우리사회의 한계에 대한 반성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소통과 돌봄의 협동사회를 촉진코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센터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포천문화원의 [우리아파트어르신초상화그리기] 사업과 청평문화예술학교의 [우리동네옛날이야기] 사업 역시 현재 문화예술교육이 당면한 한계와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포천문화원의 사업은 임대아파트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초상화그리기 수업을 하고, 이들이 아파트 노인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소통과 화합, 즉 공동체성을 갖도록 한다는 학습목표를 갖고 있다. 827일 방문한 수업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자신의 가족이나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을 꽤나 몰입하여 그리고 있었는데, 이상한 것은 참여자들 간에 대화가 전혀 없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의 목표인 공동체성이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외와 단절을 부추기는 일상의 습관과 감각을 소통과 돌봄으로 바꿔내면서 갖춰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었다참가자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자신이 그리고 있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대상에 대한 이해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며, 이러한 과정은 이후 아파트 노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에서도 보다 큰 관계의 변화를 일으킬게 될 터인데 말이다.

 

 

 

 청평문화예술학교의 사업은 이 점에서는 분명 포천문화원보다 선취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사업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이 지역 전설을 찾아내고 익히고 자신들이 이해하는 이야기로 새롭게 창작해서 이를 전통무용이라는 기예를 통해 표현해봄으로써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고, 그리하여 당당한 지역의 구성원으로 역할하며 행복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게 된다는 학습원리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접하고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는 곳에서는 지역의 문화예술 주체가 형성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현장에서 참관해본 청평문화예술학교의 사업은 그 기회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었고, 참가 청소년들은 그들이 지금 만나고 있는 체험으로 인해 언젠가 지역을 떠나든 남아있든 지역 문화예술 주체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갖게 되는 듯 보였다. 더욱이 이러한 학습목표와 과정으로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간이 쌓아낸 공동체성의 성과를 일궈온 청평문화예술학교 진수영 대표의 열정과 노력이 믿음직했다.

 

 하지만 이 수업을 통해 지역의 문화예술을 익히고 공동체 감각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지속할 수 있는 단체의 전략은 없어보였고, 또한 청소년들이 지역(특히 시골)에서 더 이상 꿈을 꾸고 활동하지 않는 우리사회 전반의 한계에 부닥쳐 있었다. 모든 것을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개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구조의 사회에서 개인 혹은 개별 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공동체성이 사라진 지역에서 시작되는 현 시대 문화예술교육, 새로운 소통과 돌봄의 협동사회를 촉진코자 하는 공동체문화예술교육은, 세계적인 사례로서의 공동체문화예술교육은, 참가자들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스스로가 먼저 소통과 돌봄의 학습공동체가 되면서 새로운 마을로 확장되어가는 것을 전략으로 취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 관련 기사

   

    탈 지역을 극복하는 우리 동네 연극 놀이 [기사 보기]

    - 가평 청평예술학교 '우리 동네 옛날이야기'

 

    마을의 씨앗, 아파트 문화예술교육 [기사 보기]

    - 포천 휴먼시아아파트 '우리 아파트 어르신 초상화 그리기'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 강사 홍명진(52, 왼쪽) 샘이 수강생의 그림을 봐주고 있다.

 

 

 "딸이 너무 좋아해서 한 명 씩 그리고 있다는 이정자(50) 씨의 손놀림은 망설임이 없다. 이 씨가 그리고 있는 모델은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벌써 세 번째 동방신기를 그리고 있다는 이 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옆 강의실에서 매 주 수요일 오전 2시간 씩 초상화 그리기수업에 참가하고 있다. 3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아 아직도 목소리 내는 것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이 씨. 그녀는 아프고 나서 무기력했는데 그림그리기를 진행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고,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포천문화원이 주관하는 포천 휴먼시아아파트 우리 아파트 어르신 초상화그리기 수업은 아파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데생 실기를 강습하고 동네 어르신들의 초상화를 그려보는 독특한 컨셉의 수업이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사 홍명진(52) 샘은 수업을 진행한지는 3개월 정도 되었다부분적인 실기부터 차근차근 배워 9월부터는 아파트 노인회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초상화 그리기 작업에 들어갈 예정에 있다고 말했다.

 

 

 

 > 수강생들의 그림 실력, 놀랄만큼 원본과 '비슷'하다.

 

 

 

아파트 어머니들의 취미 커뮤니티

 

 이렇게 이야기하면 낯설기는하지만 아파트는 엄연히 공유할 수 있는 이슈가 있는 공동주택이다. 상대적으로 일반 주택가에 비해 반상회나 친목모임 등이 활발한 아파트는 그 특성상 커뮤니티를 매개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도 종종 개설되고는 한다. 포천 휴먼시아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상화 그리기 수업도 그 중 하나다. ‘단지라는 하나의 담장을 끼고 수 십, 수백에 달하는 입주가구가 모여살다 보니, 이렇게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향유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생기는 것이다.

 

 현재 초상화그리기 수업에는 총 12명의 동네 아주머니들이 참가하고 있다. 강사 홍명진 샘은 어머니들끼리도 꽤 친해지셨다거듭되면서 같이 이런 걸 즐길 수 있는 동아리처럼 된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는 문화예술교육

 

 한편으로 어머니들은 9월부터 바로 옆 노인회관 어르신들과 만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가족 얼굴,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로 연습을 해 오던 어머니들은 갈고 닦은 실력으로 직접 한 분씩 동네 어르신들의 초상화를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강사 홍명진 씨는 노인회관 분들과 이야기는 끝난 상태라며 직접 그린 초상화는 아파트 앞에서 전시할 예정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 강의실 입구. 관리사무실 빈공간을 강의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바로 옆 노인회관과 붙어있다.

 

 

 

 노인회관에서의 어르신들의 커뮤니티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꽤 끈끈하게 그 결속력이 유지되는 커뮤니티지만 다른 연령층과 만날 기회가 많지 않기도 하다. ‘초상화 그리기수업을 통해 11로 어르신들과 대면하는 경험은, 단순히 초상화만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서도 충분할 듯 하다.

 

 한편 가족이라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아파트 문화예술교육은 충분히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이정자 씨는 그전에는 애니메이션 학과를 다니는 딸과 그림 이야기를 할 회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교육에 참여하고부터 딸이 스케치만큼은 나에게 배워야겠다고 헤서 참 좋았다여기서 배운 그림그리기 방법을 딸에게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뇌종양으로 투병하고 10kg 넘게 빠지며 아이들에게 걱정을 많이 줬던 엄마인데, 아이들이 요즘에는 그림 그리는 엄마를 보고 안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아파트 안에서 철저히개인적이기를 꿈꾼다. 공동주택이라는 말도 무색할 만큼 아파트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좁다란 구식 주택을 벗어난 신식 주택이자 부흥하는 개인주의, 자본주의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회관이든, 문화예술 교육이든 아파트 안에서 누군가와 만나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마음만 열려있다면, 아파트는 우리에게 단순한 이 아닌, ‘마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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