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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봄봄

청석에듀시어터 이대명 학생 인터뷰

 

커튼콜 받는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청소년의 '꿈'을 정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로부터, 혹은 부모님으로부터, 아니면 점수 맞춰서 간 대학의 학과나 진로를 두고 20대 초반이 되어서도 고민하고, 부딛친다. 스스로의 미래를 정하는 법을 잊어버린 체 몇 가지 표준화된 '제공된 루트'의 기준을 맞추기에도 버거운 때에, 여기 문화예술교육을 만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기꺼이 자신의 꿈을 자랑스러워하고, 함께 걱정해주는 든든한 스승까지 만난 청석에듀시어터 이대명(18)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기자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이대명(이하 이) : 경기도 광주고등학교 3학년 이대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보고, 영화배우를 해보고 싶었다. 학교 동아리 홍보 시간에 연극반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연극도 연기를 하니까 영화배우가 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들어와서 연극반 활동을 2년 넘게 했는데, 알고 보니깐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 하고는 약간 달랐다. 그럼에도 연극반에 남아서 연극영화과 진학을 꿈꾸고 있다.

 

기자 : 연극 연기와 영화 연기, 어떤 점이 달랐는가?
이 : 기본적으로 연기 배경부터가 다르다. 일단 영화는 카메라 앵글을 바라보고 연기를 하게 되고, 편집이 가능하고, 때문에 여러 번 촬영해서 좋은 장면을 뽑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연극은 그 보다 더 연습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순간 실수라는 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영화보다 더 ‘온 몸’을 쓰면서 연기해야 한다고 느낀다. 몸으로 많이 표현하기 때 몸짓도 연습해야 하고 에너지를 내뿜는 것도 중요하다.

 

기자 : 청석에듀시어터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이 : 1학년 때, 그 당시 2학년 형들이 연극반 신입생 모집한다고 홍보를 하는 걸 듣고 들어오게 되었다. 연극반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광주청소년극단하고 연결이 되어있더라.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연합극단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여기(청석에듀시어터)에도 오게 되었다.

 

기자 : 일주일에 보통 얼마정도 와서 연습하나?
이 : 학교 재량활동 시간에 연극을 배우게 되는 거라 그때마다 와서 연습한다. 또, 학교 마치고도 거의 매일 온다. 극단이 연극하는게 1년에 두 편, 학교별로, 전체별로 한 편씩 하는 걸로 정해져 있다. 작품이 하는 시기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쉬지 않고 나온다. 평일에는 보통 학교 마치고 6시쯤에 와서, 밥먹고 9시, 10시 혹은 11시까지 차가 있는 시간까지 연습한다.

 

정 : 여기에 와서 꿈이 바뀐 거 같다.
이 : 그렇다. 여기 와서 꿈이 바뀌었다. 영화배우를 하고 싶어서 들어왔고, 그리고 연극이 처음엔 많이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데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나서 커튼콜 때 관객들에게 박수 받는 것. 조명 위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사람들과도 함께하는 것이 좋았다. 영화는 자기 촬영파트만 선택적으로 오면 되는데, 여기는 맨날 와서 같이 호흡하고, 연습이 없어도 오고, 배우가 아니라 스텝이더라도 같이 거들고, 밥 먹고 설거지도 같이 하고 그러는 생활이 즐겁다. 영화보다 더 사람들 만나는게 즐거운 것 같다.

 

기자 : 학교는 보통 ‘공부’를 많이 강조하는데, 그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나는 정말 학교를 ‘증오’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늘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선생님들은 늘 공부를 강요했다. 매일 공부만 이야기했고, 일정한 등급에 도달하지 않으면 체벌도 있었다. 복장 검사와 같은 각종 규제도 싫었다. 매일 복도로 불러내는데 정말 화가 났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다.

 

기자 : 연극배우를 하는 것에 대해서 가족들이나 친구들 반응은 어떠했나?
이 : 부모님이 다행히도 아주 긍정적이셨다. 다른 부모님들하고는 다르게, 제가 부모님께 꿈이 있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 아버지가 아주 긍정적으로 답해주셨고,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해주셨다. 친구들도 멋있게 본다. 연극할 때 무대에서 내 모습을 보고는, “네가 이럴 줄 몰랐다”고 많이 놀라하더라.

 

기자 : 앞으로 어떻게 연극 활동을 하고 싶나?
이 : 개인적인 바람은, 일단은 광주에 있기 보다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 더 큰, 대학로 같은 무대에서 여러 가지를 많이 해보고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유명해지고 잘 되고, 많이 배우고 또 그만큼 성장하면 나중에는 이기복 선생님처럼 광주에 돌아와서, 광주를 생기 있게 만드는 작업에 동참하고 싶다.

 

 

> 장구 장단 연습을 하고 있는 이대명 학생(왼쪽)

 

정리 = 정혜교 기자 ㅣ chkint@hanmail.net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경기도 광주 청석에듀시어터 이기복 대표 인터뷰

"학교 예술강사는 ‘교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대담 = 고영직 (문학평론가) | 정리 = 정혜교, 고영직 



 인구 29만 명의 경기도 광주(廣州)에서 30년째 학교 현장 안과 밖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연극을 통한 ‘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이기복 <파발극회> 대표를 만났다. 젊은 시절 한때 사제(司祭)를 꿈꾸었던 이기복 대표는 1981년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경화여중에 부임한 이후 학교 현장에서 연극교육을 열정적으로 추진했고, 2011년 학교를 떠난 후에는 사재를 출연해 청소년들의 연극 교육과 공연을 위한 전문공간 <청석에듀씨어터>를 지어 학교 밖 예술교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2012년 12월 31일 순수 아마추어 극단 <우체통> 창단과 청석에듀씨어터 건물의 준공을 앞두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이기복 대표를 만나 예술교육과 예술강사제도 그리고 지역 연극운동에 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2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지역 예술인들이 청소년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학생을 만날 때는 준비되지 않고 만나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는 “광주에서 관극회원 5,000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분량상 인터뷰는 요점을 위주로 축약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고영직(이하 고) : 30년 동안 지역․학교에서 연극교육과 연극운동을 했다. 

이기복(이하 이) : 맞다. 20년 정도는 지역에서 일해야 인정받는다. 지역예술운동은 ‘교육’이 전제되지 않으면 모래 위의 성과 같다. 지역에서 고등학생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 중에서 40%가 지역으로 환원된다. ‘청석에듀씨어터’를 만든 것도 이 아이들이 고향에 돌아왔을 때 물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연극운동을 하려면 교육과 공연이 같이 가야 한다. 


고 : 어떤 계기로 학교 연극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나? 

이 : 1981년 경화여중 도덕(윤리) 교사로 부임한 직후에는 교사 노릇을 할 만했다. 그런데 공교육의 위기가 찾아왔다. 주로 ‘폭력’ 문제였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공교육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고, ‘예술’이 맡아야 한다고 보았다.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불안해했다. 한데 아이가 좋아서 죽기 살기로 연습하고, 그런 아이들이 열연하는 모습을 평가회 때 보면서 부모님들이 감동을 받아 울고불고한다. “애 눈빛이 달라졌다, 쟤가 저런 애가 아닌데…….” 그런 말을 한다. 이른바 폭력과 관련된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삶의 비전’이다. 공교육이 주는 비전은 승자들의 비전이다. 루저(looser)들의 비전은 어디에도 없다. 대안을 주지 못한다. 공교육 시스템 자체가 그렇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1년에 학교를 명예퇴직하고 나와 청석에듀씨어터를 세운 기본 생각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고 : 아는 분을 통해 젊은 시절 가톨릭 사제를 꿈꾸었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 연극을 하게 된 계기와 어떤 관련이 있나? 

이 : 서울 구로동에서 살레시오회에서 운영하는 성당을 다녔다. 나중에 전라도 광주(光州) 살레시오고에서 학교 생활을 했다. 그 학교 교육 시스템이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예를 들어 소풍의 경우 우리와 달리 산책 같은 식이다. 신부님, 수사님들과 함께 전남 담양에 있는 저수지에 소풍을 갔는데, 신부님들이 참외 같은 간식을 호수 가운데다 휙 던지고는 수영을 해서 먹으라고 했다. 나는 수영을 못했지만, 간식을 먹고 싶으니깐 죽을 힘을 다해 수영을 했다.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선생님들이 와서 구해주는 식이다. 그런 교육을 받았다. 지금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그렇게 한다면 난리나지 않을까? 뭐든 하고 싶은 건 하라는 것이다. 그후 서울 가톨릭대학을 다녔고, 군에 입대했을 때 생각이 좀 바뀌었다. 꼭 성직을 해야 하는가? 교직을 해도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렇게 선택한 학교가 경화여중이다. 학교에 부임해서 보니까 아이들이 툭하면 가출하곤 했다. 그 아이들에게 “너희들 수업 안 받아도 좋은데, 나랑 연극 한 편 하자” 해서 1982년에 연극반을 만들어서 윤대성 선생의 <별> 시리즈 연극을 공연했다. <방황하는 별들>, <불타는 별들>, <꿈꾸는 별들> 같이 가출 아이들이 등장하는 연극이었다. 자기들 얘기니까 아이들이 재밌어했다. 3천 명이 모이는 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했다. 그때부터 연극교육을 시작했다. 학교장의 허락을 얻어 130평 되는 소강당을 개조해 일반학교에 경화소극장이라는 극장을 만들었다. 그곳에서 7차 교육과정 개편 때 실시된 ‘창의적 재량활동’ 시간에 일주일에 1시간씩 연극을 하자고 학교장을 설득해서 중1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쳤다. 


고 : 학교 현장에서의 연극 교육은 어떻게 하셨나? 

이 : 소극장에서 1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쳤다. 동료 교사, 학부모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일학년 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연극교육을 진행했다. 1학년 전체 학생을 13명씩 모둠을 구성한 뒤, 연극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을 한 뒤, 자신들이 연극에서 표현할 주제를 정하도록 했다. 아이들과 연극을 할 때는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재밌는 주제를 잡는다. 선생님의 첫사랑, 기숙사 괴담, 친구 자살 얘기……, 별 애기가 다 나온다. 시놉시스를 만들고, 작가를 정한다. 작가를 정한 후에는 반드시 ‘학생부’에 등재를 하여 명문화한다. 어떤 작품의 연극 대본 작업에 창작자로 참여했다고 적는다. 나는 연극교육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허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허용을 해야 자발성이 나온다. 그렇게 시놉시스 발표를 하고, 극장 환경을 고려한 뒤 한글 대본을 1학기 때 완성한다. 그리고 입체낭독을 한다. 입체낭독을 할 때는 영어교과와 접목해 여름방학 때 원어민 강사들과 영어캠프를 열어 영어대본을 완성하도록 한다. 이 점은 학교장과 타협한 부분이다. 입체낭독을 할 때는 액팅(acting)이 없기 때문에 설명이 중요하다. 13명의 모둠별 구성원들로 하여금 대본, 조명, 연출, 음향 등 각자 역할을 부여하고 나면 아이들이 굉장히 신나서 한다. 그렇게 연습을 해서 11월에 발표회를 하고 12개 우수작을 선별한 뒤 1200석짜리 시청 옆 문화스포츠센터에서 공연한다. 공연할 때는 부모님들께 “절대 허름한 옷 입고 오지 말고, 되도록이면 드레스를 입고 오시라”고 부탁한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이 쓴 대본 전부를 묶어 책자를 제작한다. 


고 : 학교 교육에서 연극 교육이 갖는 의미와 효과는 무엇인가? 

이 : 학생들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네 편의 연극을 보도록 했다. 2편은 대학로에서, 2편은 광주에서. 무료공연은 한 편도 없다. 모두 돈 내고 봐야 한다. “왜 돈 내고 아이들을 강제로 연극 보게 하느냐?” 하는 반발이 있었다. 나는 윤리 과목을 맡았으니까 ‘도덕수행평가’에 연극 관람평 쓰기 항목을 넣는다. 연극 감상문을 안내면 ‘하(下)’를 준다. 왜? 도덕은 기본적으로 예술에서 시작한다, 윤리와 예술은 맥이 통한다, 그걸 고집하고자 한 것이다. 네 편의 연극을 보고 나서 아이들이 쓴 감상문을 보면 감식안이 ‘비평가 수준’으로 바뀐다. 


고 : 지역과 학교에서의 연극교육의 미래와 전망을 어떻게 보나? 

이 : 연극계의 장래는 대학로가 아니라 지역에 길이 있다. 지금의 대학로 연극은 끊임없이 루저만 양산한다. 피라미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은 좀 다르다. 고급예술에 대한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요즘 지역에는 인적자원도 있고 예산도 있다. 지역에서 연극계가 대안을 만들지 못하니까 지자체 등에서 그 예산을 <소녀시대> 부르는데 쓴다. 대형 이벤트 열어 대형가수 불러서 “와~” 하고 떠들다 끝나는 것이다. 허망하다. 광주 인구가 29만 명인데, 연극하기가 참 좋다. 나는 흔쾌히 지갑을 열어 연극 볼 사람이 5천명쯤 되는 지역사회를 꿈꾼다. 지난 30년 동안 1년에 네 편씩 연극을 보게 한 효과가 나타난다. 공연을 하면 관객 동원력이 엄청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말 많이 온다. 그것이 교육의 결과라고 본다. 그럼 우리 배우들은 얼마나 신나게 연극할 수 있겠는가? 지역에서 연극운동을 하려면 ‘교육’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 : 이탈리아 볼로냐는 세계적인 협동도시로 유명하다. 극단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5천명이 연극을 보는 도시, 참 멋지다. 선생님은 사재를 출연해 연극교육과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이런 일을 위해서는 정부․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이 : 청석에듀씨어터 건물 지을 때 데크를 만들었다. 나는 이 공간이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들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나이 드신 분들 가운데 연극 같은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언제든지 와서 차 마시고, 연극하는 애들한테 재능기부 형태로 좋은 강좌도 하면 얼마나 삶이 윤택해지겠는가. 12월 31일에 은퇴한 선생님들과 함께 순수 아마추어 극단을 표방하는 ‘광주시교육극단’ <우체통>을 만들려고 한다. 이제 소통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참가자격은 전현직 교사, 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시민들이다. 1년에 네 편의 연극을 같이 본다, 일 년에 두 번은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청소년을 위해 재능기부를 한다는 원칙을 정했다. 현재 16명 모였다. 나의 바람은 광주 소재 모든 초중고에 각 1명씩 극단 <우체통> 단원들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만약 그러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공연할 때 <우체통> 단원들이 관객동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연극할 때 가장 힘든 게 홍보 문제인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를 넘기지 말자는 뜻에서 창단 일자를 31일로 잡았다. 


고 : 연극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어떤 변화를 겪는가? 

이 : 연극의 교육적 효과는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연극교육을 접목하면 교육효과가 높다. 공교육 아이들은 타율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못한다. 협동성? 없다. 친구들은 전부 적이다. 나만 살아야 된다. 창의성도 없다. 빨리 암기해야 되기 때문에 뭘 깊이 생각하면 안된다. 연극을 하면 이 세 가지가 생긴다. 자율성을 맛본 아이들은 눈빛이 빛난다. 시켜서 하지 않는다. 협동성은 당연하다. 연극은 혼자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운다. 연극하는 아이들은 절대 사고 안 친다. 인성교육에 연극만큼 좋은 게 없다.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창의성 또한 연극교육의 좋은 효과이다. 요즘 창의성 교육을 위해 광주 소재 6개학교 연합동아리 <광주시 청소년극단> 아이들에게 따로 대본을 주지 않았다. 이 극단 아이들은 <전국청소년연극제>가 16회 진행되는 동안 세 차례의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믿고서 연극 창작과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일종의 ‘포럼씨어터’, 즉 토론연극을 구상해보려는 첫 시도이다. 내년을 기대해도 좋다. 





고 : 현재 추진되는 학교 안팎의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 나는 제도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인식 변화라고 본다. 연극 이야기만 하겠다. 지역에 내려온 연극인 가운데 대학로물 안 먹은 사람 없다. 이 분들이 지역에 와서는 “이 동네 너무 촌스럽다. 잘 협조도 안해준다”고 술자리에서 푸념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지역에 내려운 연극인들은 제일 먼저 학교를 쳐다봐야 된다. 학교를 쳐다보면 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이 분들은 예산 주는 관(官)만 쳐다본다. 일회적인 예술행위밖에 안되고, 장기 플랜을 세울 수 없다. 지자체나 경기문화재단은 그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진 연극단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나 또한 재단의 큰 도움을 받는 사람인데, 지원이 1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점이 아쉽다. 상주단체지원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지원제도가 그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3~5년 동안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 하는 마스터플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지역예술인들이 당연히 교육에 신경을 안쓸 수가 없다. 그것이 지역예술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 


고 : 학교 안과 밖에서 추진되는 문화예술교육 제도와 정책 문제를 묻겠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문화예술교육사’ 같은 제도와 정책이 학교 안과 밖의 현장은 물론 지역문화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이라고 보는가? 현장 예술가의 입장에서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어떻게 보는가? 

이 : 예술강사지원제도 초기에 개입을 한 적이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1시간당 4만원을 주는 ‘돈’이 문제라고 본다. 이 4만원이 참 묘하다. 포기하지도 못하게 하고, 그렇다고 아이들 문화예술교육에 책임 있게 추진하게 하지도 못하게 한다. 묘한 행정이다. 학교 예술강사를 모집해서 일정한 룰에 따라 자기가 원하지도 않는 학교 현장에 ‘파견’을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 이럴 경우 파견되는 연극인 강사들은 돈을 받은 만큼만 하고 만다. 나는 청석에듀씨어터를 운영할 때 ‘무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는 돈 받은 만큼만 일하도록 하는 ‘유원칙(有原則)’을 조장한다. 예술교육 효과 측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과연 이 제도가 맞는가에 대해 회의가 있다. 과연 공교육 현장이 바뀔까 하는 회의가 있다. 


고 : 학교 현장에서 예술교육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 30년 교직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교사에게 ‘역동성’이 결여되면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자라는 존재가 무엇인가? 학생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없다면 교단에 서면 안된다. 그런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인정을 못 받고, 어떤 감동도 줄 수 없다. 흔히 ‘하면 된다’고 말하는데, 교육 현장에 오래 있다보니 ‘하면 안되는’ 아이들이 참 많다. 그런 아이들에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기일 수 있다. 그런 공교육 현장에서 예술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술교육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행위이다. 가장 고양된 인간성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예술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 공교육의 시스템에 예술교육이 들어갈 자리가 어디 있는가? 교사들이 반성할 부분이 많다. 학교 현장 교사들이 너무 빨리 보수적으로 변한다. 내가 현직에 있을 때 연극교육에 대해 가장 반대한 사람들이 동료 교사들이었다. 지난해 학교를 떠난 후 교사를 그만뒀다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한테는 마음을 열지 않는다. 대들지도 않는다. 무시하고 가만히 있는다. 애들이 대든다는 것은 그 선생님한테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고 : 그런 선생님의 교육관은 혹시 신부 서품 받으려 한 젊은 시절의 생각과 관련 있는 것 아닌가? 지역에서 연극운동을 하면서 대표작이 있다면 말해달라. 

이 : 당연히 그 일은 내 삶을 지배하는 끈이다. 내가 운영하는 전문극단이 2개 있다. 극단 <파발극회>와 극단 <청석에듀씨어터>이다. 극단 <우체통>은 아마추어 극단이다. 전문 극단은 전문극단대로 가야 할 길이 있다. 극단 파발극회는 지역성을 강화하는 프로페셔녈 연극을 만들려고 한다. <남한산성> 4부작과 <토혼>에 매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내년에 뮤지컬 (가칭)<뚝방길 연가>도 제작하려 한다. 광주 경안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10년을 내다보고 보완해서 파발극회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려고 한다. 


고 : 선생님은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가? 살레시오회 소속이었던 故 이태석 신부님이 쓴 책 『친구가 되어줄래요?』를 보다보니 어느 비행청소년이 교복 입은 또래 아이들을 보고 “아, 나도 교복 입고 싶다!”고 한 말이 퍽 인상적이었다. 선생님도 그런 감정을 자주 느꼈을 법한데?

이 : 역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다. 이태석 신부님은 살레시오고 후배님이다. 아이들 하고 연극을 하는 건 복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무나 애들 모아놓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극단에서 활동하는 고3의 경우 연극영화과에 뜻이 없는 아이들은 “공부하라”며 내보낸다. 지금 고3은 전부 연극영화과 가려는 아이들이다. 그 제자가 300명쯤 된다. 우리 극단 단원 수급에는 전혀 문제 없다. 40퍼센트가 지역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앞으로 먹여 살릴 길이 중요하다. (웃음) 기량도 퍽 좋다. 연출이 세 명이다. 김학선, 이대복, 나. 연출할 때는 자기 스타일을 너무 고집하지 말라고 한다. 결국 소통이고, 연극을 디자인할 줄 아는 능력이다. 최근 한국 영화만큼 연극도 전체를 디자인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배우를 만나라고 말한다. 좋은 작품이 매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작품은 일생에 몇 편만 나오면 돼!”라고 말한다. 우리 극단의 연출 능력도 많이 늘었다. 


고 :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학교 안팎의 예술교육 현장에서 30년 동안 예술교육을 하면서 느낀 교육에 관한 생각이 있을 듯하다. 학교 현장의 아이들을 만나는 예술강사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이런 점은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해달라. 

이 : 학생들을 만날 때는 준비되지 않고 만나서는 안된다. 죄악이 될 수 있다. ‘내가 대학로에서 연극해 봤는데’ 하는 식은 진짜 무책임한 교사의 자세이다. 학교 현장에 가는 예술가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교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교사는 학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런 변화가 긍정적 효과를 얻으려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자신의 가치관을 갖고서 들어가야 한다. 학교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학생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예술을 가르쳐달라는 것이다. 물론 시간당 4만원이라는 현실이 걸린다. 포기할 수도 없고, 책임지기도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그러나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은 지금 당장의 ‘페이(pay)’를 잊어버려야 된다. 아이들에 대해 ‘무한책임’을 가져야 한다. 유한책임으로 교육에 임하는 것은 연기학원 같은 사교육 현장에서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 가면 안된다. 


고 : 장시간 고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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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폭설이 내려 가는 곳 마다 푹푹 빠지는 뚝방길을 헤멘 끝에 눈처럼 하얀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중고등학교 공교육에 종사한 교육가이자 광주시 4개 극단의 리더이기도 한 이기복(57) 대표의 일생일대의 작품이다. 일반 극장의 개념인 시어터Theatre에듀Edu라는 교육적 의미를 결합시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교육하고 연극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인적人的 선순환 구조를 꾀하기 위해 마련된 청석에듀시어터. “모아둔 돈과 집을 팔아 마련한 사제를 털어서 지었다는 이 공간에서 이 대표는 아마 이런 곳이 전국 최초일 것이라며 들뜬 웃음을 지어보였다.



>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방문했던 전 날(12월 5일) 내린 폭설에 하얗게 내려앉아있다.


 


 ‘학교 교사’, 제도 안에서 제도 밖 연극을 가르치다

 

 1981년 당시 경기도 광주군에 위치한 경화여중에 부임한 이 대표는 이 학교와 병설학교였던 경화여고를 옮겨가며 30년 동안 교편을 잡은 전직학교 교사다. “군 제대하고 학교에 가니 생활지도를 맡기더라는 이 대표는 그 당시는 가정 형편 때문에 가출한 애들이 많았었는데 밖에 나가서 그 아이들을 잡고 와도 소용이 없더라그래서 생각이 난 게,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 안받아도 좋으니 나랑 연극 한 편 하자고 했다고 첫 출발을 회고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었고 군 입대 당시 지역 대학축제에서 연극연출을 맡기도 했었다는 이 대표는 경험을 바탕으로 82년 경화여중 내에 연극반을 만들고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시 유명했던 윤대성 작가의 별들 시리즈 : 방황하는 별들, 불타는 별들, 꿈꾸는 별들시리즈를 공연한다. “이 시기에 대강당이 만들어져 방치되던 소강당을 아마 국내 최초로, ‘경화소극장이라고 이름 붙여 학내 연극극장으로 만들었다는 이 대표는 7차 교육과정에 도입된 재량활동 시간에 이르러서는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청석에듀시어터 이기복 대표




 이 대표는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라고 생각 한다“(연극을 통해)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이 눈이 빛나고,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고 있는 연극의 특성상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우고, 또 만화적 상상력을 아이들에게 요구하면 끄덕끄덕하며 그걸 해 낸다고 말했다.


이기복 대표 :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세 가지다.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다. 이 세 가지가 연극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을 생각해보면 일단 아이들이 타율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 제시된 시간표대로 저녁 열시까지 움직인다. 협동성도 없다. 친구들은 전부 적이다. 나만 살아야 한다. 창의성? 역시 없다. 빨리 암기해야 한다.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여기서 뭘 더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연극을 하게 되면 이 세 가지가 생긴다.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눈이 빛난다. 시켜서 하지 않는다. 어제 눈이 왔을 때, 아이들 10명하고 함께 눈을 금방 다 치웠다. 그리고 저녁 먹으면서 애들이 ~ 손은 시려운데 너무 재밌어요~” 이걸 공교육에서 이렇게 하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다. 연극교육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들의 변화다.

 

 두 번째, 협동성이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운다. 그래서 연극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사고 안친다. 인성교육에 이렇게 좋은 게 없다. 남을 인정하는 거니까. 인성교육이 무엇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간을 도구로서만 생각하기에 비인간적인 범죄가 생긴다고 생각했을 때, 인성교육의 가장 최고의 덕목은 연극이라고 본다.


 세 번째, 창의성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만화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가령 아이들에게 어떤 애가 선생님에게 물을 먹였어. 걔가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선생님을 쳐다볼 때 옆에 별이 하나 빤짝이더라. 싹 쳐다보는데. ~ 그걸 표현해봐.” 이런 식으로 연극을 가르친다. 만화는 독자에게 많은 정서가 흐르게끔 카툰 안에 다양한 그림 등을 쓰는데, 그렇게 상상을 하도록 만들면, 아이들은 끄덕끄덕 하면서 그걸 해낸다.

 

 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불가능한 교육적 소재와 교육적 효과였기에 이 대표의 연극교육은학교 현장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고 한다. 이와 같은 탈 제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연극을 자신의 전공교과인 도덕의 수행평가와 연관시켰고, ‘영어교육과도 연관시켜 자신의 프로젝트를 영어연극 프로젝트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제도 밖 소제였던 연극교육을 위한 일종의 조율이자 타협이었던 셈이기도 한데, 이 대표는 “2학기 끝 무렵 1300석 가량 되는 광주시 제일 큰 극장에서 자기 딸이, 늘 시무룩하던 눈빛에 생기가 넘쳐가며 한국말도 아닌 영어로 연극을 하는 모습에 부모님들의 반응은 열광적 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경화여중-고 연극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광주지역 6개 고등학교를 설득해 6개 고등학교 연합청소년극단을 출범시킨다. 이 대표는 이렇게 길러내 (연극이나 문화예술로 진로를 결정한) 제자들이 300여명 가까이 된다30년간의 교직생활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누적된 성과로 총 16회 치러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이 대표가 이끄는 광주시 고등학교연극반이 3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 2층에 마련된 연극연습실에서 아크로바틱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전문 연극극단 단원들과 학생들 모습


 


 이제는 제도 밖에서 제도 안 교육 현장을 고민하다

 

 30년의 교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감하고, 이제는 학교 밖에서 학교 안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이 된 이 대표는 여전히 이끌고 있는 광주시 고등학교 연합 청소년극단을 중심으로 현재의 청석에듀시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7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청소년극단 아이들은 거의 매일 이 곳에 들러 저마다 연습도 하고 운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고 한다. 준공 전이라 공간이 가득 차진 않았지만 지하 1개 층, 지상 2개층 등 약 300여 평 규모의 큰 공간 안에 이 대표는 연극연습실과 학원 공간, 적지 않은 규모의 소극장, 그리고 이제 따로 집이 없어진 이 대표 내외를 위한 서재 및 주거공간까지를 마련했다. “확장해서 앞뜰에는 데크도 만들어 날이 좋을 때는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들도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앞 부지를 매입해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넓은 규모의 교육공간을 만들 생각에 있다고 이 대표는 이야기했다.



> 준공을 앞둔 청석에듀시어터 지하. 적지 않은 규모의 연극을 위한 소극장 까지 갖추었다.



 한편으로 이 대표는 1231일 현직 교사들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우체통이라는 이름의 광주시 교육가 아마추어극단을 발족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연극이라는 문화예술교육소제를 대상으로 포럼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광주시 초중고등학교나 지역 현장에 교육적 효과를 유발시키기를 꾀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 꿈은 광주시 모든 학교에 우체통 단원들이 한명씩 다 배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흔히들 빠지는 공교육의 함정이 하면 된다는 건데, 공교육을 오래 해 본 입장에서 오히려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낀다공부가지고 안 되는 아이에게는 무조건 하라기보다는 빨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대안이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 한쪽에서는 장구 장단을 연습중이다




 교육을 넘어, 지역문화예술욕구에 대한 선순환 구조

 

 아이들은 어떨까? 기말고사기간이었던 12월 초, 현장에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3학년 학생들을 위주로 자율적인 연극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고등학교 3학년 이대명(18) 군은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처음에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 연극 반에 들어오게 되었다연극의 연기와 영화의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연극을 하고 나서 커튼콜을 할 때 조명이 비춰지고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연극을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공부와 성적만을 강조하고, 복장검사를 일삼는 학교에 화가 나, “증오하기도 했다는 이 군은 연극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꿈이 있다고 하니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친구들도 연극을 보러와 즐거워해줬다성공한 연극배우가 되어 넓은 곳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청소년연극단 단장을 맡고 있다는 광주고등학교 3학년 박범현(18)군은 중학교 때까지 해왔던 미술이라는 꿈을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접을 수밖에 없었다그 뒤에 연극에서 길을 찾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커튼콜이 올라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청소년극단 단장인 박범현(18) 군(왼쪽)과 인터뷰를 위해 함께 방문한 고영직 문학평론가(오른쪽)의 모습




 이 대표의 청소년 극단에서 많은 아이들이 취미로 연극을 배우는 것을 넘어 미래의 진로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 300여 명이 넘는 연극계 전문 종사자들을 길러냈고, 이 대표는 40%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이 되어 극단 파발극회나 극단 청석에듀시어터(, 극단 광주예술극장) 등의 전문극단을 꾸릴 수 있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선순환구조로 인구 30여만의 광주라는 도시에 총 4개의 아마추어, 프로 극단을 운영하며 교육을 넘어 이제는 지역의 문화예술욕구를 연극이라는 장르로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 대표. “연극의 미래는 대학로가 아닌 지역, 교육에 있다30여 년간 광주 지역 공교육 현장과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장르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한 그의 결실이, 사제를 털어서 지은 광주시 청석에듀시어터로 빛을 발하려 하고 있다.


정혜교 기자  ㅣ  chki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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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덕고등학교 '종이비행기 날리기'. 아이들이 종이비행기가 나는 궤적을 따라 그리려 '친구'의 손짓에 주목하고 있다.



 

 각자 접은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따라 곡선을 그리던 아이들이 이번에는 옆에서 농구하고 있던 아이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여고생인 아이들의 시선을 눈치 채고 강사인 김월식 샘이 , 이번에는 저 옆 아이들이 튀기고 있는 농구공의 움직임을 그려보자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 웃음을 참는 아이들의 손에 들려진 도화지에는 이내 농구공의 궤적이 그려진다. 아는지 모르는지 공을 튀기던 고등학생들의 은 매번 실패하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학교 운동장에 울려 퍼진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흥덕고등학교의 나른한오후가 깨어지고 있었다.

 

 ‘무늬만커뮤니티김월식 디렉터가 진행하고 있는 용인 흥덕고등학교 아방과르드는 이 학교 아이들 24명을 대상으로 학교 미술실에서 외부강사와 함께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방과 후 문화예술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다. 926일 오후 3, 그날따라 일찍 학교가 끝나 다른 아이들은 모두 다 퇴교했는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아이들이 학교 미술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흥덕고등학교 미술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업 모습


 

 

다른 방식으로 예술을 말하는 법

 

 자리에 앉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처음에 김 샘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휴지보관함’. 김 샘은 아이들에게 눈을 감아보라며 안대를 준비하곤 이내 손에 휴지보관함을 갖다 대었다. 수업의 핵심은 촉감으로 느껴보는 것’. 아이들은 눈을 감은체로 손을 뻗어 대상을 이리저리 더듬는다. 하지만 무엇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김 샘은 눈으로 보면 누가 봐도 이게 무엇인지 다 안다그러나 눈을 감고 손으로 보면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아이들한테 이야기 했다. 김 샘은 다양한 감각으로 보는 연습들을 하는 것이 좀 더 사물을 다양하게 해석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아이들에게 사물을 다양하게 보기 위해 감각을 활용하라고 이야기 했다.

 


 > 눈을 감은 체로 '손으로' 사물을 느끼는 법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

 

 

 

 연이어 김 샘은 후각을 통해 휴대폰을 맞춰보게도 하고, 친구가 아무렇게나 그린 사인이며 글씨를 묘사해보는 수업도 진행했다. 그리고는 이내 선을 빠르게, 혹은 가장 느리게 그려봄으로써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는 동작 자체를 느껴보는 것, 다른 아이들의 낙서나 사인을 따라 그려보는 수업 등을 진행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을 대상으로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닫힌 마음을 웜 업하기

 

 한편으로 이 수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김 샘의 교습방식이었다. 이 수업의 3번째 시간이었던 취재 당일, 여전히 서로에게 서먹서먹한 아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놀이를 시도했다. 조금 이야기를 하다가 빙 둘러앉아 원을 만든 아이들은 이내 김 샘의 구령에 따라 의자놀이를 시작했다. 다 같이 일어서서 앞으로 걸어가며 자리를 바꾸길 수차례, 다음으로 마지막으로 앉지 못한 아이가 안경 안낀 사람 모두 일어나!”라고 외치자 잽싸게 일어나선 다른 자리로 가 앉고, 마지막으로 앉지 못한 아이가 다시 주문을 반복하는 놀이. 정적으로 앉아만 있던 아이들이 이내 잽싼 몸놀림으로 슬쩍 땀에 젖기도 했고, 눈빛은 조금씩 살아났다.

 


> 놀이를 통해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아이들 모습

 

 

 

 갑자기 내지른 소리를 바로 옆에 전달하는 놀이에서도 아이들에겐 즉각적인 리액션이 요구되었다. 옆 아이가 !’하고 크게 소리치면 바로 옆으로 다시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단순한 놀이. 그러나 양 방향에서 소리가 동시에 오자 아이들은 정신없어 하면서도 웜 업되어갔다. 수업이 끝날 때쯤엔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띌 정도. 함께 방문했던 강원재 OO은 대학연구소 1소장은 처음에는 아이들이 산만한 듯도 보였는데 게임 마치고부터 확 아이들이 집중력이 들어가더라갑자기 확 넘어가는데 놀라웠다고 이야기했다.

 

김 샘은 여기서 한 두 명이라도 긍정적인 신호를 받거나 자신감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기본적으로 창의교육이며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중요한 지점들을 하나하나씩 알 수 있는 수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김월식 샘이 다른 이의 '사인'을 따라 그리는 시연을 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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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시작 직전 '연극놀이터 해마루' 아이들의 모습. 방바닥에서 데구르르 구르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다'



 

 내 고장의 가을을 표현하라는 특명을 받은 과천 연극놀이터 해마루교실의 ‘1모둠’. 조금 고민하던 아이들은 민주주의방식으로 의견을 취합하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모둠장을 맡고 있는 6학년 언니를 따라 상상력 많고 호기심 많은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어느새 적극적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10여 개의 아이디어를 모아냅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투표’. 아이디어는 많지만 1모둠 아이들 6명이 벼가 되었다가 허수아비가 되었다가 단풍도 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종이에다가 정()자를 써가며 몇 가지 소재를 추리는 광경을 지켜보자니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 아이들의 '모둠'회의. 조 마다 각기 다른 회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왼쪽부터 1모둠, 2모둠, 3모둠




 한편으로 여름을 표현하는 2모둠에서는 왕언니의 적극적인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빛을 발합니다. 다른 모둠은 회의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소품을 가져와 연습중입니다. 유독 다른 모둠보다 활달한아이들이 많았던 3모둠도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모둠장이 내 놓으며 척척 손발을 맞춰봅니다. 방법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상황극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며 관계를 만드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아이들. 지지봄봄 팀은 과천 연극놀이터 해마루 내 고장 둘러보며 내 마음에 담기수업을 방문했습니다.



 > 왼쪽 : 헬멧을 쓰고 옹기종기 '해마루' 연극놀이터로 들어가는 아이들

 > 오른쪽 : 아이들은 수업 시작 전에 장구 소리에 맞춰서 '자연'과 관련된 노래를 부른다. 강사 한희정씨의 장구와 북은 아이들 시선 모으기에 '특효약'이다




'내 고장 자연'을 고민하는 '터줏대감' 지역 문화예술교육


 과천 연극놀이터 해마루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 고장 둘러보고 내 마음에 담기수업은 과천 지역아동센터 초등학교 1~6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천 지역 현장 탐방과 몸으로 표현하는 상황극 놀이를 병행하는 수업입니다. 대표강사를 맡고 있는 한희정 샘은 한 주는 과천 지역 현장 탐방으로, 한 주는 실내에서 상황극을 표현해보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지역 이야기뿐만 아니라) 특히 환경, 자연 등에 초점을 맞춰서 아이들이 상황극을 표현하게 하고 그것이 아이들 안에 남아서, 어른이 되었을 때 자기 자식들에게도 그런 고민을 물릴 수 있도록 교육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들은 짧게는 올 해부터,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참여를 하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에 주저함이 적다고 합니다. 한 샘은 저학년 때부터 참여했던 아이들이 오래 참여하며 고학년이 되면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능숙하다보니 아이들을 오히려 선생님들 보다 더 잘 이끌고, 저학년들은 또 잘 따라온다고 말했습니다. 한 샘은 문화예술교육은 최소 3년 이상 지속이 되어져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생각한다그런 생각에서 지속성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 아이들이 다같이 부르는 노래. '어른들은 왜 그래요'(?)




주저하지 않는, 아이들의 상황극 놀이


 어느 덧 모둠 '토의'가 끝나고 상황극 발표 시간입니다. 1시간여의 토의과정이 솔직히 '순조로웠다'고 말하기엔 우리 아이들 ''가 장난이 아니죠. 중구난방, 놀이터 같은 그 공간에서 아이들은 서로 티격태격 아옹다옹 부대끼는 등 정신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아이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몰입도'가 상당히 깊게 느껴진다는 점. '선생님의 목청 소리', '장구 소리' 한 번에 아이들은 이내 조용해지고 집중합니다. '작업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고학년-저학년이 적절히 섞여 리더와 팔로워 관계가 비교적 확실한 것이 짧은 토의시간 동안 '즉흥 상황극'을 아이들이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 상황극 놀이를 준비하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




 오랜만에 영상을 준비해봤습니다. 가장 '작업 속도'가 빨랐던 2모둠의 사전 예행연습 모습입니다. 토의한지 30분 정도 지났을까요? 아이들의 해맑고 귀여운 몸짓을 이렇게 온라인으로나마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아이들이 몸짓으로 표현하는 '과천의 봄, 여름, 가을'의 모습은 그것 자체로 아이들이 '놀고 싶어 하는' 자연의 모습일 겁니다. 상황극 공연이 끝나고 한 샘은 아이들에게 "중간에 생명나무를 놓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해보자""그런데 도시를 오염시키는 매연, 담배연기 같은 것들이 생명나무를 시들게 하면 더 이상 여기서 아이들이 살 수 없게 되는 걸 표현해보자"고 제안합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생명나무'는 누가 하는 거나며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합니다. 왁자지껄했던 오후가 끝나고 하나, 둘 씩 헤어지는 아이들. ‘다음 주에는 이 즐거운 아이들이 표현하는 '자연'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었을까요? 11월 말 쯤에는 장소를 잡아 정식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상황극이 끝나고 '쉬는 시간'





> 이불덮고 '노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애벌레를 연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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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아이가 고대 인더스 문명에서 출토된 장난감을 찰흙으로 만들어 보고 있다




 서수원 희망샘도서관 '문명사교육 시간.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유물을 아이들이 찰흙으로 빚고 있습니다. 고대 인더스 문명에서 발굴되었다는 이 놀이판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홈을 따라 손을 대지 않고 흙구슬을 빨리 굴리는 사람이 이기는 식의 장난감입니다. 전 시간까지는 도화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던 아이들이 갑작스런 찰흙 등장에 난감해 하던 게 5분전이었는데, 어느 새 찰흙을 뭉쳐 장난을 치는 모습이 찰흙싸움이라도 날 것 같습니다. 역시 놀이는 손으로 조물조물 거리는 놀이가 최고인가 봅니다. ‘놀이 같은 수업으로 즐거운 토요일 오전11, 서수원 희망샘도서관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 문명수업에 다녀왔습니다.



 > 서수원 희망샘도서관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 문명' 시청각, 이론 교육 모습



철학을 담아낸 문명사 교육

 

 초암교육예술연구소 손채수 소장이 진행하는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 문명은 매주 토요일 오전, 서수원 지역 초등학교 고 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등의 고대문명사를 강의하는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기본적인 사실 부터 시작해서 길가메시 서사시, 리그-베다 와 같은 고대 텍스트는 물론 유물을 직접 만들어보는 활동까지 진행하고 있는데요. 손 샘은 지금 문명의 근거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서구의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나와서 발전의 기재가 되었음에도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물질적인 사고 등 문제가 많다고 생각 한다그리스-로마 이전의 문명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거기서 인간의 지혜, 이런 것들을 찾아보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손 샘은 또한 요즘에 다문화 사회라고 많이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친 의식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그런 부분들에서 아이들이 특히 앞으로의 다문화 세계에서 세상을 보는 편견 없는 사고를 가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 교육에 참가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도 생소한 리그-베다와 같은 힌두교 경전도 익숙한 듯 읽어나갔습니다. 이 수업은 매 회마다 이론 수업을 먼저 진행하고 뒤에 체험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리그베다는 기원전 1000년경에 만들어진 인도의 가장 오래된 문헌(文獻)으로 브라만교 및 힌두교의 근본 성전(聖典)이다. 10권 1028의 시구(詩句)로 되어 있으며, 자연신 숭배의 찬미가(讚美歌)를 중심으로 혼인·장례·인생에 관한 노래, 천지 창조의 철학시(哲學詩), 십왕 전쟁(十王戰爭)의 노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한국어판]




> 초암교육예술연구소 손채수 소장이 '리그 베다'의 창조신화를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아이들이 '느껴보는' 고대의 '세계관'


 고대 문명사라는 특성상 역사적 사실이나 경전 속 내용이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대부분 '신화'인 까닭도 있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강의 내용에 아이들의 망설임은 극히 적어보였습니다. 손 샘은 "삼월부터 시작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등의 강의를 거치며 아이들이 익숙해진 것 같다""어른들보다 더 접근하는데 쉬워한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체험교육에도 고대 문명의 '세계관'을 담으려고 하는 부분은 인상 깊었습니다. 이 날의 체험교육은 도화지에 '''소용돌이', '삼각형' 그려보기. 무작정 '예쁘게' 그리는 게 아니라 손 샘은 "원을 그리고, 소용돌이를 그려보며 발산하고 수렴하는 에너지를 느껴보라"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내 자로 잰 듯 소용돌이를 그리고 있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그리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리는 그 느낌에 집중해보라"며 함께 소용돌이를 그려봅니다. 손 샘은 이 '느낌'의 연장선을 따라 아이들과 소용돌이 모양의 찰흙 반죽 장난감을 만듭니다. 손 샘은 "구심력, 원심력, 우주적인 힘, 정반합(과 같은 고대 문명 철학) 같은 것들을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공부스럽다고 생각하는 방식'이 아닌, 예술적 교습법을 통해서 아이들이 그냥 따라하면서 '이게 뭐지?'라고 한 번씩은 생각해보게 하는 수업, 그게 연결이 되어서 인도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손 샘은 "특별히 역사를 가르치는 것에 중점을 둔다기 보다는, 아이들이 배우면서 느끼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즘 아이들은 자기 손으로 무엇을 능동적으로 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손'을 배우고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 왼쪽 : 소용돌이를 '예쁘게' 그리던 아이에게 휘리릭 그리면서 운동하는 '에너지'를 느껴보라고 손채수 소장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 오른쪽 : 그린 그림 두 장을 이어붙여 '안경'이라며 장난하는 아이들의 모습




문명사 교육으로 마음을 '풀어가는' 아이들


 참가하고 있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취재 중에 만난 호기심 많은 5학년 경안이는 역사가 재밌고 대학 가면 역사학과에 가고 싶어서 이 수업을 듣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붙임성' 좋고 수업에 적극적인 아이는 함께 방문한 고영직 문학평론가님과 수업을 같이 듣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모든 아이들이 경안이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여느 수업과 다르게 장난을 치거나 딴 짓을 하는 아이들도 드문드문 보이는게 역시 초등학교 수업의 '묘미'. 한편으로 떠들거나 수업에 딴죽을 거는 아이들도 종종 있는데 그렇게 크게 제지를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손 샘은 "마음에 그늘이 있는 아이들도 수업에서라도 다 풀어나갈 수 있게 크게 제지를 하지 않는다""그 시기에 아이들이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예술적 교습법을 통해 사람 안에 있는 아름다움, 주변에 있는 아름다움도 느껴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나갈 수 있게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왼쪽 : 찰흙을 반죽하며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보라는 듯 손채수 소장이 아이들과 함께 찰흙을 책상위로 '던져보고' 있다.

 > 오른쪽 : 열심히 찰흙을 빚고 있는 경안이 모습





 > 왼쪽 : 아이들의 쉬는 시간. 떠들석하다.

 > 오른쪽 : 한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에서 제일 빨리 구슬이 굴러갈거라며 트랙을 '일부러' 짧게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미적교육의 등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나 대자연의 경외로운 풍경을 만나고 나면, 한동안 그 만남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긴다. 어떤 드높은 질서 안에서 대상과의 합일하는 경험은 현실의 부족함, 불만, 불안을 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북돋는다. 사람 없는 석굴암 앞에서, 해가 넘어가는 지리산 등성에서, 피카소의 <게리니카> 앞에서, “가을은 올 시간보다 가버린 시간이 더크다는 고은 선생의 시 구절을 읽다가, 주위의 방해를 받지 않는 무관심한 관조의 상태에서 문득 세상의 비밀스런 질서에 맞닿은 듯한 이러한 경험들은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존듀이의 말처럼 인간과 환경 간의 불균형을 조화로 이행하는 순간이며 가장 강렬하게 살아있는 순간”, 미적경험의 순간인 것이다.

 

 미적경험은 대상에 대한 무관심한 관조로부터 일어날 뿐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존재와 최초의 목적마저 사라져버리는 활동의 몰입 과정에서도 생겨난다. 무대 위 배우들이 극중 역할에 자신의 온 존재를 투사해버린 순간, 파란색의 특정한 감각적 물성을 드러내기 위해 갖은 재료와 터치로 실험하는 화가의 작업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의 무너진 마음을 전하고자 감정을 고양하는 가수의 노래에서도, 서로 다른 악기가 제 때에 제 소리로 어울리며 화음이 되는 순간에도 미적경험은 일어난다. 이렇게 자신의 노동이나 활동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넘어서는 순간의 경험이 자아내는 행복과 환희를 맛본 이들은 그러한 경험을 일상에서도 지속시키고자 노력하게 되며, 그리하여 자신과 자신의 주위를 미적으로 가꾸는 것으로부터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관조와 몰입이 미적인 것은 아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떠나온 바다에서 폭풍우를 만난 배를 협동으로 지켜가는 선원들의 생명을 건 몰입노동이, 출근 길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지켜보다 문득 세상의 무의미함에 닿아버린 중년의 회한이, 게임 속 가상의 세계에 빠져 괴물들과 결투를 벌이는 청소년들의 잠 못 이루는 몰입의 밤이나 온갖 근심과 갈등마저 사라져 버리는 속도의 한계까지 내달리는 라이더의 몰아의 주행이 자아내는 경험들은 미적경험으로서의 관조와 몰입에 비견될 만한 경험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경제적 토대, 생명의 토대가 완전히 무너져버릴 수 있는 이러한 관조와 몰입의 경험들이 반복되는 삶이란 얼마나 위험하고 불행할지 잘 알고 있고 이를 미적이라고 부르진 않는다. 바로 여기에 예술을 통한 미적경험, 그리하여 미적으로 고양된 인격을 형성하며 삶을 변화시켜가는 존재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경험의 과정, 즉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쉴러는 일찍이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이 이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현실의 제약을 무너뜨려야만 하는데, 현실을 무너뜨리면 이상으로 나아갈 토대가 없어지는 삶의 부조리함을 넘어서기 위해 미적교육이 이뤄져야 함을 그의 저서 <미적교육에 관한 편지>를 통해 주장했다.

 

인간은 물질의 한계 안에서 물질에 대항하는 싸움을 놀이해야 합니다. 이는 자유의 성스러운 땅에서 이 두려운 적과 싸우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이지요. 인간은 더욱 고귀하게 욕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숭고하게 의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도록 말이지요. 이런 일은 미적은 문화(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미적인 문화(교육)은 자연법칙도 이성법칙도 인간의 자의를 묶어버리지 못한 그 모든 인간 행동의 영역을 아름다움의 법칙에 종속시키는 것입니다. 미적교육은 외적인 삶에 부여한 형식에서 내적인 삶의 길을 열어 놓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작품 같은 미술수업

김월식 샘과 함께 한 흥덕고등학교 <아방과후르드>

 

 

 

 

 "미적으로 완성되지 않았다면, 어떤 경험도 완전할 수 없다. 그것은 감각, 분위기, 본원적 생명력, 그리고 생동성의 종합으로 일어나는 것"이라는 존듀이의 또 다른 아포리즘은 흥덕고등학교 방과후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술수업을 적확하게 지시한다. 우리 안에 만연한 일상의 폭력성을 예술을 통해 다스리는 힘을 기른다는 목적을 가진 이 수업에는 1학년 142학년 6, 20명의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 참여하고 있다. 자율수업이어서인지 이미 한 차례 진행된 지난 수업의 저조한 참석률 때문에 김월식 샘과 흥덕고등학교 담당교사의 걱정이 수업 전에 있었다.

 

 이윽고 수업시작 종이 울리고 지난 번 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12명이 교실로 들어선다. 서로 다른 학년과 반에서 왔고, 지난 한 차례 수업만으로는 아직 관계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서로 대면대면 서먹서먹하다.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김샘이 묻는다. “사진 찍기 싫은 사람?” 두 명이 싫다고 하자, 사진찍는 이에게 김샘은 그 두 명은 찍지 말라고 한다. 또 김샘은 묻는다. “우리가 이 수업을 왜 할까?” 아이들 대답이 없다. 재차 묻는다. “그럼 삶이 중요할까? 예술이 중요할까?” 몇 명의 아이들이 대답을 한다. 김샘, 진지하게 듣고는 모두 중요한 이야기라고 공감을 한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말한다. “예술은 감성이 작동하는 딴 짓이야아이들, 자기들의 눈높이로 언어화된 김샘의 이야기에 약간의 반응이 생긴다. “그럼 감성적으로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아이들 아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 “”, “연애김샘, “그렇다 모두 감성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의 공통점은 감각을 열리도록 하는 것이라는 거다. ”가령 보는 것으로 설명하자면 흐릿한 정신으로 보는 것, 들뜬 마음으로 보는 것. 보는 것은 다양하다. 눈을 감고 볼 수도 있다. 안대를 쓰고 해볼까?” 김샘, 안대를 만들어 두 명의 학생에게 차례로 씌어 주면서 만지고 냄새 맡도록 하면서 그것을 이미지로 떠올려 보도록 한다. “만원버스 안에서 문득 돌아가신 아버지의 스킨향수 냄새를 맡게 된다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아버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것 역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감각으로 볼 수 있게 되려면 감성적이 되어야 한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감성적이 될 수 있을까?” “모두 둥글게 앉아 볼까요아이들 둥글게 앉자 김샘, 한동안 레크레이션 강사가 되어 몇 개의 게임을 쭉 돌린다. 웃고 떠들며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처음 서먹서먹했던 분위기가 말랑말랑해졌다.

 

  김샘, “이제 다시 수업 형태로 앉아 볼까요수업테이블로 아이들이 모두 앉자, 여러 색깔로 그리기, 여러 속도로 그리기, 여러 모양으로 그리기, 공의 움직임을 그리기 등등. 김샘의 지도와 평, 그리고 상호평을 하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 수업에 몰입해 들어가는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휴식시간 종이 울렸는데도 아이들 꼼짝않고 김샘의 수업에 몰입한다. 김샘 갑자기 종이비행기를 만들라고 말한다. 아이들 다 접고나면 김샘, “스케치 할 도구 들고 밖으로 나가자아이들과 다 함께 운동장으로 가서 비행기를 날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렇게 놀다가 스탠드 쪽으로 가서 자리잡고는 몇 명의 친구들이 차례로 자신이 접은 비행기를 날리면 그 궤적을 나머지 아이들이 그리도록 한다. 비행기 궤적의 그림이 추상미술의 한 형태로 아이들마다 다르게 드러난다. 그것에 대해 뉴욕스타일’, ‘모스크바스타일등등으로 농과 평을 하면서 김샘 추상미술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이제 수업분위기는 무엇이든 김샘이 던지는 대로 아이들이 받아낼 것만 같이 말랑말랑해졌다. 다시 교실로 돌아와 두 명씩 짝을 짓고 서로의 싸인 따라 그리기를 한다. 그리고 바꿔보고 평하면서 관찰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 수업의 회고를 나누고, 다 함께 김샘이 가지고 온 간식을 나눠먹으며 남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수업이 끝난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김샘은 아이들의 질문과 대답 하나 하나에 바로 반응하면서 질문하는 아이나 대답하는 아이, 그것을 지켜보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수업에서 벗어나있지 않도록 하였고, 그것이 비록 수업과 관련없어 보이는 이야기일지라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수업과 연결시켜 갔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은 끝난 것이 아쉬워 보였고, 마치 열렬한 관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공연무대를 내려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배우마냥 기쁨과 회한이 넘치는 듯 했다. 단언컨대 김월식 샘의 미술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현실에 발 디딘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감각의 세계로 이어지는 표현들이 완성되는 미적 경험을 했다. 이 경험들은 이번 수업 참가자들의 몸에 기억되어 오래도록 일상의 부족함을 채우거나 불만을 해결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안의 폭력성뿐 아니라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을 스스로 치유해갈 것이라 확신한다.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도 자신의 현실을 무너뜨리지 않고도 수업 안에서 가능한 살아있는 경험, 미적경험, 미적교육인 것이다.

 

"경험이 되는 내용이 완성에 다다를 때 우리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럴 때 그것은 내면적으로 완성되고, 경험 전체의 흐름 속에서 다른 경험과 구별된다. 한 작품이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완결되고,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고, 게임이 진행된다. 식사를 하거나, 체스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쓰거나, 혹은 정치적인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의 상황은 하나의 정지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하나의 전체이며, 나름의 개별적인 특성과 자기 충족성을 지닌다. 이것이 경험인 것이다"(존듀이)

 

 

 

몸과 맘이 아픈 아이들의 통합예술수업

부천문화재단 <몸놀이 맘놀이>

 

 

 인간의 본성은 육체, 영혼, 정신으로 구성되며 자유를 향하는 초월적 본성으로서의 자아의 형성이 교육의 목표임을 주장한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상은 쉴러의 미적교육의 원리, 즉 육체에 근거한 감각충동(der sinnliche Trieb)과 정신에 근거한 형식충동(der Formtrieb), 그리고 이를 잇고 결합하는 유희충동(der Spieltrieb)의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슈타이너는 육체는 의지에, 영혼은 감정, 그리고 정신은 사고에 각각 관여되는데 감정은 육체가 정신과 연결되는 중요한 매개이며, 이는 대개 8세에서 14세에 이르는 교육은 조화와 균형의 예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부천문화재단이 경제적으로 가난한 지역인 오정구에서 진행하는 토요문화예술 프로그램 <몸놀이 맘놀이>는 어떤 이유에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어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예술적 놀이를 통해 발달을 방해하는 장애요인을 아이들 스스로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고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4월부터 4명의 전공이 조금씩 다른 강사가 4~6주 정도로 돌아가면서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다독이고 가꾸고 쓰면서 스스로와 커뮤니티를 생동해 간다는 원리로 기획되어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정구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열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지적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와 과잉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비롯한 경계선에 있는 몇 명의 아이들, 그리고 소위 정상범위에 있다고는 하지만 사소한 대화도 얼마간의 폭력성을 동반하는 것이 문화로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시작된 5개월 전에는 이보다 훨씬 심했는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이나마 조용해지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담당하는 재단의 담당 코디네이터 변자영 샘은 전한다.

 

 방문한 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연극놀이였는데 몸조각놀이가 먼저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파트너가 된 아이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조각을 만들려 하지만, 산만하거나 조각이 된 아이가 쑥스러워하면서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나 누군가의 몸을 만지거나 건드리는 행위가 익숙하지 않은 듯 조각가가 된 아이는 대상에 대한 애정없이 도구적으로, 심지어는 폭력적으로 상대의 몸을 다루었다. 수업을 잠시 멈추고 자신과 상대의 몸에 대해 어떤 감각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를 길게 나눠봐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담당 교사는 아이들의 빠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고, 천천히 속도대로 해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한다. 이어서 돌돌 만 신문지를 자신의 상상에 따라 망원경, 지팡이 등으로 이용하는 걸 연기해 보는 놀이가 진행되었다.

 

 몸조각놀이와 마찬가지로 하고 싶을 때 스스로 나와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에 의해 지목된 아이가 하기 싫거나 쑥스러워 하며 나와서는 건성으로 신문지를 이용해 연기를 하고는 재빠르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이 길게 이어졌다. 그 사이사이에도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는 내키는대로 수업의 흐름을 바꿔놓았으며, 2~3명 짝을 지어 있던 아이들은 툭탁거리며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느라 시연하는 아이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이런 그루핑으로는 교사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몇 주간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관계형성이 되었던 이전 몇 명의 강사들이 이미 거쳐간 터라 아이들은 새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교사와의 수업 성공적 운영을 위한 협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듯 했다. 이처럼 여러 명의 전문강사에게 의존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아이들의 생활을 돌보며 일상으로 관계맺는 담임 혹은 담임형 교사가 반드시 수업을 통제 혹은 개입할 수 있어야 원활히 진행될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교육은 예술이며 교사는 예술가여야 한다는 교육예술을 주창한 슈타이너 선생의 개념을 한 번 더 빌려 말하자면 육체, 에테르체(생명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 아스트랄체(감각,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 그리고 자아가 어떤 이유에 의해서 고르게 발달하지 않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거기에 걸맞도록 교사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교육은 준비된 교사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교육자의 에테르체(생명체)는 어린이의 육체에 유효한 작용을 미칠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교육자 자신의 아스트랄체(감정체)는 어린이의 에테르체에, 자아는 어린이의 아스트랄체에 유효한 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그러므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교육자로서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가라는 것입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같이 존재한다.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괴물적 본성인 하이드 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위계질서의 배합에 따라 언제든지 출현할 수 있다. 국가, 종교, 계급 같은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그런데 국가, 종교, 계급 같은 구성요소들 가운데 단 하나의 정체성으로 나의 정체성을 절대화할 때, 나와 다른 타자와의 충돌, 대립, 갈등, 분쟁, 전쟁은 피할 수 없다. 하이드 씨가 출현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레바논 출신의 저널리스트 아민 말루프는 그런 정체성을 ‘사람 잡는 정체성’이라고 정의한다.


 정체성 구성의 ‘배합’을 바꾸는 (예술)교육 과정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러한 (예술)교육에서 모든 사람은 서로 같다는 사실이 아니라 ‘각 개인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 개인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처지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며 연대할 수 있는 사유의 근육과 열린 심성(心性)을 기를 수 있는 감정교육이 요구되는 것이다. 타자의 문화와 문명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미적 교육 혹은 문화교육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미적 교육은 필연적으로 내면으로의 여행이 아니라 다른 곳을 사유하려는 여행자의 순례 형식으로 드러난다. 글로벌화한 지구문명 시대에 이러한 상상여행이 갖는 의미는 퍽 크다. 통행, 이주, 이동, 이산, 혼합, 전환 같은 문화변동의 조건들이야말로 지구문명 시대의 문화와 문명의 새로운 미래를 구성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문화변동의 시대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간 소통과 문명 간 대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 사는 지구촌의 미래는 안녕과 평화가 공존하는 지복(至福)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희망해 본다.

 

 

 <2012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으로 서수원 희망샘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지금 옛 고대(古代) 문명을 사유하고 상상하고 있다.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 문명 등 세계의 4대 고대문명사 공부를 하고 있다. ‘일각수 황소와 맴돌이 놀이판’ 수업에 참여한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의 얼굴에는 특유의 호기심이 가득했다. 아이들의 그런 해맑고 진지한 표정에서 “다른 공기를 마시는 희열”(몽테뉴)이 느껴진다. 그런 희열은 발견하는 기쁨에서 비롯하는 것 아닐까. 문명의 탄생 과정과 문명 간 차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차이에 대한 개방성을 갖게 한다. 우리는 문명에 대한 문해(文解)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이 타자에 대해 열린 정체성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예술교육을 해야 한다.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보정(補正) 연대를 B.C.11000년으로 추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인류는 13000년 동안 저마다 고유한 문화와 문명을 형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문명 간의 차이는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1500년’ 이후 세계사를 보면, 이러한 문명 간 차이는 유럽의 근대문명이 주도하는 식민지 쟁탈 각축전에서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문명 담론으로 활용되었다. 문명 간 차이는 ‘격차’로 취급되었고, 이에 따라 인종의 ‘차별’과 정치․경제적 ‘불평등’이 합리화되었다. 유럽중심주의의 해악은 우리의 의식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차원에서도 여전히 작동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B.C.11000년~A.D.1500년에 각 대륙의 발전 속도가 제각기 달랐던 것이 곧 1500년의 기술적․정치적 불평등을 낳은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견해가 학계의 정설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고대 문명사를 배우는 아이들의 예술교육 현장에서 서구인이 규정한 이런 식의 역사 일반화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유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땅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서양의 신화와 문명과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때 역사에 대한 깊은 공부와 함께 역사적 사건을 해석할 수 있는 교수자의 안목과 내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십자군을 말할 때, 십자군 정신을 뒤집어버린 성배(聖杯) 신화를 같이 배우는 식이다. 그래야 유럽중심주의의 해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자서전 『마음의 진보』에서 이러한 역사 해석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성배를 찾는 기사가 당도하려는 곳은 예루살렘이라는 지상의 도시가 아니라 사라스라는 이 세상에는 없는 천상의 도시다. 숲은 영혼의 내밀한 영역을 상징하며 성배는 신과의 신비로운 만남을 상징한다.” 그녀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의 기원을 연구한 비교종교학적 연구를 통하여 1천 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세 종교 간에 다리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해하지 말라.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프로그램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지나친 문화상대주의에 빠져서도 안되겠지만, 우리 무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타자 혹은 타자의 문화에 대한 교조주의적 관점과 불관용의 태도를 갖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려는 것이다. 타자의 문화 혹은 타자의 문명에 대한 우리의 관점과 태도는 이해와 공감의 단단한 지반 위에 서야 마땅하다. 괴테의 말은 적절한 언명이 되리라 믿는다. “세계가 그토록 방대한 것은 우리 모두가 그 안에서 흩어지기 위함이니.”

 

 인더스 문명을 배우는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은 고대 힌두교 경전 『리그베다』에 수록된 고전적 나사디야(Nasadiya), 즉 「무유(無有)찬가」를 읊조리며 생각에 골몰했다. 누군가는 “있음의 인연이 없음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는 「무유 찬가」의 위대한 가르침을 언젠가 깨닫게 되는 명상의 시간이 오지 않을까. 우리는 예술교육을 통해 그런 아이들을 기다려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운명이다. 아이들은 브라흐마, 크리슈나, 비슈누, 쉬바, 아르주나 같은 신들의 낯선 이름과 저마다의 역능을 묻는 질문에도 척척 대답한다. ‘브라흐마의 생각’에서 태허(太虛)의 어둠이 걷히고 천지와 만물이 창조되었다는 신화 이야기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모헨조다로에서 출토되었다는 맴돌이 장난감을 직접 만드는 체험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 부산한 손놀림을 뽐냈다. 이런 흙장난 공작(工作) 체험 등을 통해 ‘생각하는 손(무드라)’을 가진 아이로 교육해야 한다는 손채수 선생의 말이 퍽 인상적이다. 손의 기능이 ‘퇴화’한 아이들이 이웃을 향해 팔을 앞으로 뻗는 이타주의적 인간본성을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생각하는 손을 가져야 타자를 ‘생각하는 가슴’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수업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교육 자체를 일종의 예술 행위로 승화하려는 ‘교육예술’의 철학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수업의 시작과 끝 사이에 진행하는 기도와 명상은 각인과 몰입을 중시하는 홀리스틱(holistic) 교육철학에서 비롯한다. 수업 재료와 좌석 배치 그리고 교육 수준 또한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철저히 고려한다. 노트 필기는 허용하지 않는다. 전인성(全人性)을 갖춘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하는 교수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문명의 기원을 배우고, 신화를 배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아이들의 두뇌를 자극하여 항상 나와 세상 그리고 우주에 대해 질문을 품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고대인처럼 생각하는 ‘고대인-되기’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부 경험이 각 대륙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분명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소위 ‘문명의 충돌’(S.헌팅턴), ‘감정의 지정학’(도미니크 모이시)처럼 타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의 문화가 엄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문명 간 차이를 넘어 타자성을 체험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고은 시인이 「나의 유언」에서 “호메로스의 때가 가고 / 헤로도토스의 때가 오리라”고 쓴 것의 깊은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전쟁 영웅을 기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대신에, 농업과 신화를 예찬한 헤로도토스의 평화 지향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근거가 되어야 함을 역설한 시적 메시지일 것이다. 그 과정은 물론 지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을 향한 우리의 미적 교육 또는 예술교육 행위는 멈출 수 없다. 바로 그것이 우리 모두가 승리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 승리를!”(Jai Jagat!, 비노바 바베)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놀이는 창의성의 원천이다. 상상하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에 잘 놀 줄 아는 놀이력은 매우 중요하다. 나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공존(共存)의 사회를 위한 협동력과 감수성을 놀이 과정에서 몸과 마음으로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사람의 처지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할 줄 아는 아이들은 ‘마음의 진보’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이문화가 사라진 유년 시절을 보내고 있다. 공부 외에는 모든 것이 금지되어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잘 놀 줄 아는 한 사람의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 아이들은 누구랄 것 없이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전 국민이 부자를 꿈꾸는 이상한 나라에 사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지금 당장의 행복을 추구할 일체의 권리를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들의 체험마저 ‘학습’이 되어야 허용하며, 지금 누려야 마땅한 행복은 항상 미래의 시간으로 유예하도록 독촉한다. 지금 당장의 행복이 유예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훗날 사회에 진출해서도 잘 놀 줄 모른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어른들은 먹고 사는 문제라는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넘어 즐거운 반역의 유희정신이 일상화되는 문화사회(cultural society)의 꿈과 비전을 구현할 수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즐거움을 만끽할 줄 아는 ‘감성지식’을 미처 익히지 못한 우리 사회가 불안증폭사회의 강박증을 앓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이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 사는 세상과 우주의 지극한 아름다움에 대해 ‘경외감’을 느낄 수 있는 미적 교육이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미적 교육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에 대해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소위 공감(共感) 무능력자들이 대량양산되는 사회의 대안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라는 말의 원래 뜻이 “아이의 탄생을 돕는다”는 것이다. 영어 ‘education’의 라틴어 어원이 밖으로 끌어낸다는 의미의 ‘에-두케레(e-ducere)’라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 우리는 그러한 교육의 의미를 미적 교육의 현장에서 실현해야 한다. 그러한 미적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는 서로를 위하여 태어났다”(키케로)는 점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왜 아름다움인가? 독일 시인 릴케가 『두이노의 비가』에서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한다”고 쓴 표현은 좋은 참조점이 되리라 믿는다. 저 유명한 릴케의 경구는 ‘인간은 왜 아름다움을 숭배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릴케는 우주의 자비(慈悲)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시적 역설의 언어로 표현했던 것이다. 경외감은 공포의 일종이다. 태초부터 자연과 우주가 스스로 저러하게(self-so) 운행(運行)을 해온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자연과 우주가 마치 우리를 평온히 무시하듯이 운행하는 모습에서 시인은 어찌할 수 없는 무한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실감했다고 보아야 옳다.


 

 자연과 우주의 질서에 대한 시인의 이러한 공감 능력은 인간 이성의 합리성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소위 근대적 인식론과는 거리가 멀다. 『방법서설』에서 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어린 시절과의 관계를 끊을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 데카르트의 근대적 인식론은 아이들을 ‘감정’ 없는 로봇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근대 이성의 폭력성이 지난 세기에 유례 없는 문명의 재난으로 나타났다는 너무나 분명하다. 이 점에서 지극한 아름다움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릴케의 경구는 감성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적 언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성을 뜻하는 코기토(cogito)를 넘어 감성을 의미하는  ‘Sentio, ergo sum’(느껴라,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의 패러다임 전환을 표현한 셈이랄까.


 

 그런데 만일 우리가 자연과 우주를 ‘비우호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철학자인 동시에 성공회 신부인 매튜 폭스는 「우주는 우호적인 곳인가?」라는 대담에서 그런 태도는 결국 ‘편집증’의 일종이며, 필연적으로 또 다시 ‘근본주의’와 ‘파시즘’이 자랄 토대가 된다고 경고한다. “근본주의나 파시스트 정치는 같은 것입니다. 이 둘은 두려움을, 남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이용하는 겁니다.” 인간이 지금처럼 삶의 뿌리로부터 이탈한 적이 없는 시절에, 스스로 그러한 자연과 우주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을 가져야 함을 역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살아 있는 자연과 우주의 존재를 소위 기계로 언어화하는 현상이야말로 눈앞의 생생한 실재를 모독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과천 연극놀이터 ‘해마루’(대표 박정열)의 예술교육 프로젝트 [돌멩이에서 피어나는 연극놀이]는 우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자연놀이와 연극놀이를 적절히 결합한 이 프로젝트는 아이들을 위한 감성교육인 동시에, 문명의 패러다임을 변환하려는 생명평화교육의 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이들을 시인과 예술가로 만드는 것은 학교 교육이 아니라 위대한 자연이다. 지금 당장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가 흙과 함께하며 자연의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천 해마루의 예술교육 프로그램 [돌멩이에서 피어나는 연극놀이]에서 소위 미적 교육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반역의 유희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의 미적 교육 혹은 예술교육의 문제는 ‘계몽하지 않는 계몽’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교 안팎의 교육 현장에 도입된 교육연극(T.I.E) 프로그램이 교육적 목적성을 강조한 나머지 계몽을 강조하는 소위 근대교육의 역설에 빠진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교육적 계몽의 무용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한 미적 교육에서 시와 예술 자체의 무용성(無用性)이 주는 ‘즐거운 계몽’의 유희정신을 십분 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예술이 ‘쓸모없는’ 무용성을 갖는다는 바로 그 속성 때문에 이 세상에 ‘쓸모’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쓸모없음의 참다운 유용성(有用性)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해마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표정은 더없이 해맑고 명랑했다.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주제의 연극놀이에 참여한 아이들은 저마다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에 말라죽어가는 ‘생명나무’를 살리는 방안이 무엇인지 궁리하느라 분주했다.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에서 옛 소련의 영화감독 A.타르코프스키의 묵시록적인 영화 <희생>의 첫 장면이 연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롱테이크 기법으로 찍은 <희생> 첫 장면에서 말라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한 노인의 모습을 영상에 아름답게 담은 바 있다. 노인의 행동에서 어떤 간절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어쩌면 재앙에 가까운 지금의 문명에 대한 새로운 방향전환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그런 절실한 마음이 없고서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담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는 지구별의 생태계 파괴에 관한 한, 미적 교육 현장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물론 즐거운 반역의 유희정신은 미적 교육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일본 생태사상가 마사키 다카시는 『나비문명』에서 지금의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로 지탱되는 파괴적 자본주의 문화를 상징하는 ‘애벌레 문명’에서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나비 문명’으로 방향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자연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인이 존재 기반인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그라운딩(Grounding, 회귀)’이라고 말한다.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드는 기쁨을 역설하는 그의 심오한 생명평화사상은 아이들을 위한 미적 교육 현장에 좋은 참조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인간 편이 아니라 숲의 편에 서서 보려는 아이들의 열린 감수성이야말로 문명 전환을 예감하는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갖춘 아이들을 미적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과천 해마루 아이들의 모습에서 미적 인간의 탄생을 나는 예감한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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