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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행동하는 대로 사느냐,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느냐?’
 

 어린이와 청소년 시절에는 이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인간관계의 기초체력을 기를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의 기초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무기력한 모습뿐만 아니라 감정 폭발과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는 경우가 잦다. 자신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자아 존중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아 존중감이 높으면 친구를 잘 사귀고 활발하게 생활하는 반면, 자아존중감이 낮으면 스스로를 열등히 여겨 자신감이 없어지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는 부모와 선생님의 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들의 말을 인정하고 들어주며 장점을 칭찬하면 아이들은 자신을 ‘괜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서 ‘칭찬’이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칭찬은 아이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다 긍정해주려는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리스트커트(wristcut, 손목을 칼로 긋는 자해 행위), 거식증 같은 병적 징후를 보이는 아이들이 급증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칭찬조례’ 제정운동이다. “아이를 칭찬하며 키우자”는 것이다. 이 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마을(자치구)의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을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받는 아이를 위해서는 ‘칭찬하는 마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교육자 후쿠도메 쓰요시는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칭찬학습법』(이매진 2008)에서 “칭찬은 아이를 밝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만들며, 결국 한 사람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고 말한다. 칭찬조례 제정을 통해 아이들의 심성이 어떻게 변했고, ‘칭찬을 잊은 사회’ 일본 사회에 어떤 작은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컬처커뮤니티 ‘동네’(대표 양재혁)가 안산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미적 교육의 방법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성숙을 위해 ‘칭찬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야심찬 의도 때문이다. 〔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와동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되는 <책키북키 스파이더맨의 칭찬 거미줄> 사업과 선부동 하늘꿈지역아동센터에서 진행하는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농장>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와동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동네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유·무형의 문화재(사람 및 장소)들을 선정해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한 뒤 ‘동네 문화재’로 선정해 『동네문화재』 책에 수록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아이들은 4명이 한 모둠을 이루어 직접 만든 종이깃발을 앞세우고 칭찬받아 마땅한 동네 어른들은 물론 특정의 장소를 탐방해 취재를 한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칭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칭찬받아 마땅한 동네 어른들을 선정한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흥미 있는 점은 또 있다. 아동센터 앞 사세충렬공원에 ‘야외캠프’를 차려 아이들끼리 옥신각신하면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다. 공원을 찾은 마을 어르신들께 차(茶)를 대접하는 등의 시시콜콜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A.토크빌이 “상부상조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그들은 모두 무기력한 존재가 된다”고 말한 것처럼, 예술교육을 통해 상부상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성장과 강화를 위해서는 너의 성장과 강화 또한 필요함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이 야외캠프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에게 ‘빈 구석’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는 10월에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물론 동네 어른들을 초청해 <주먹밥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이러한 야외캠프에서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동네를 생각하는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 

 

 

 

 

 2.

 

 안산 선부동 하늘꿈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농장’ 프로그램 또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요한다. 차상위 계층, 그룹홈, 다문화 가정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마을에 소재한 정원 주인을 대신(substitute)하여 갖은 꽃과 식물을 기르고 생육한 식물들을 주민들에게 분양하는 프로젝트이다. 마을 어른들로부터 일상적인 시선의 차별을 받아온 저소득층 아이들이 ‘소통하는 봉사’ 활동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을 높이고, 마을 어른들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인정과 지지를 받는다는 일은 얼마나 멋진가?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단단히 결속되기를 바라는 욕망이 있다. 가정이 해체되고 사회적 관계 또한 절연된 그룹홈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소속감에의 열망은 더 높다. 식물을 기르고 분양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적 낙인(stigma)을 극복하고, 마을 어른들 또한 아이들에 대한 왜곡된 시선에 작은 ‘균열’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실제 어른들의 언행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할아버지들의 변화가 특히 눈에 띈다고 한다. 아이들만 보면 사나운 포식동물의 눈빛을 내비치던 동네 할아버지들의 눈빛이 다소간 부드러워진 것이다. 아마도 어떤 말과 행동을 취하기 전에 먼저 “이 얘기를 해도 될까?”, “이 행동이 저 아이에게 상처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런 작은 변화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가 마을에서 진정으로 존중을 받는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마을 어른들 마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더욱 형성될 때 실현 가능하리라고 믿는다.

 

 

 

 3.


 전체적으로 안산에서 진행되는 〔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보살피는 ‘칭찬하는 마을’을 가꾸려는 커뮤니티 기반 예술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과정에서 자신의 촉감(觸感)을 살리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미적 교육을 통해 아름다움을 통해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적 교육의 효과 측면에서도 놀이를 통한 즐거운 방식으로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강렬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우리 시대 가난의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시편들을 써오고 있는 최금진 시인이 어느 시에서 “웃음엔 민주주의가 있는가”라고 썼듯이,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는 ‘웃음의 양극화’ 현상을 낳는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계통이 훌륭한 웃음일수록, / 말없이 고개 숙이고 달그락달그락 숟가락질만 해야 하는 / 깨진 알전구의 저녁식사에 대한 이해가 없”(「웃는 사람들」)기 때문이다. 6학년 아이가 쓴 다음의 시 「그림자」는 이 아이들이 무엇을 가장 바라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적절한 예가 된다. 그것은 ‘칭찬’과 ‘친구’이다. “내 친구들 학원 간 뒤 나 혼자 외롭다 / 이럴 때 놀아주는 그림자 / 난 괜찮다 하지만 / 계속 붙어 있는 / 내 마음 아는 그림자.”


 안산에서의 이 프로젝트는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교육의 좋은 사례이다.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관심과 홛동은 많지만, 예술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진정한 ‘미적 교육’ 사례는 여전히 취약하다. 문제는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다. 어떤 정책의 문제는 결국 ① 과연 바람직한가, ② 과연 효율성이 있는가, ③ 과연 지속가능한가 하는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성’이란 어떤 경제효과를 따지자는 효율성이 아니라 그 사업의 목표와 의미를 제대로 달성했느냐 하는 차원의 문제이다. 안산〔생활문화 버라이어티―우리동네 히어로〕 프로젝트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정책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이 사업이 끝나고 나면, 이 아이들은 예전의 현실로 돌아간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동네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젝트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과 다름없다.

 

 아이들은 좀비도 아니고, 괴물도 절대 아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어른이 있고, 그런 사회가 있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칭찬하는 마을’에서 살 권리가 있다.

 

◎ 관련 기사

     와동 아이들의 '동네 칭찬' 프로젝트 [기사 보기]

    - 안산시 와동 책키북키지역아동센터 '책키북키 스파이더맨의 칭찬 거미줄'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이번에 소개해드릴 프로그램은 고양시 행신동에서 동네 가정주부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엄마들의 예술 비빔밥'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고양시에 위치한 3개 문화단체가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가정일에 파묻혀 자기를 돌볼 기회를 갖지 못하는 지역 어머니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창작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웹진 지지봄봄과 함께, 그 현장의 열기를 느껴볼 준비가 되셨나요?

 

 

 

 

 오전 11시 40분, 한 시간 반 동안의 춤과 노래 연습에도 지친 기색 없이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창작공간 시작'에는 다시 활기가 살아납니다. 드디어 오늘은 ‘이야기 만들기’를 시작하는 날. 한 동네 가정주부들로 이루어진 참여자들은 커다란 종이 위에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 왼쪽 : '창작공간 시작'에서 참여자들이 뮤지컬 이야기 만들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오른쪽 : '시작' 입구. 다양한 프로그램 소개가 눈에 띈다.

 

 

 

 ‘동네 아줌마’들의 문화예술 '비빔밥' 프로젝트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서는 ‘창작공간 시작’(이하 시작)과 ‘나눔연극 작업소 소풍’(이하 소풍), 그리고 ‘느티나무 재미있는 온가족 도서관’의 협업 프로젝트인 ‘엄마들의 예술 비빔밥’(이하 비빔밥)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 1회 오전 10시부터 1시까지 3시간 가량 진행되는 비빔밥 프로젝트는 가사일에 파묻혀 개인적인 활동을 할 여유가 없었던 지역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 4월 부터 11월 까지 미디어 강좌, 사진 작업, 뮤지컬 창작, 북아트 전시 등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행신동의 '동네 프로젝트'입니다. '소풍'의 권오현(41) 운영위원은 "단순 육아나 집안일에 눌려있던 엄마들을 끌어내서 자기를 계발하고 이웃들을 돌아보게 한다면 삭막한 동네의 경계를 허무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를 통해 어머니들이 자신의 삶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활기찬 춤 연습이 한창인 참여자들

 

 

 

 태풍 '카눈'이 일으킨 강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 10시에 모인 참여자들은 곧바로 준비 스트레칭을 하고는 '댄싱 퀸', '뮤지컬' 등의 빠른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뮤지컬 수업은 오늘이 네 번째. 아직은 익숙치 않은 모습이지만 이제 막 뻗어나가기 시작한 줄기처럼 넘치는 열기는 취재간 기자도 덩달아 들썩이게 했는데요. 짤막하지만 영상을 통해 현장의 열기를 한번 담아봤습니다.

 

 

 

 

 함께 만드는 마을 뮤지컬 "우리동네 스파이"

 

 춤에 곧바로 이은 노래부르기도 총 네 곡을 부르고서야 끝났습니다. 그리고 십 여 분의 휴식시간 뒤에 시작한 오늘 '대망의' 뮤지컬 전체줄거리 만들기. 앞 서 춤과 노래를 이끌었던 '시작'의 최지숙(41) 대표와 '소풍'의 황윤미(34) 운영위원이 제안한 방식은 마인드맵을 통한 브레인스토밍이었습니다.

 

 "동네아줌마들 모여서 신세한탄이나 하는 뮤지컬 만들거라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해주자!"고 외친 최 대표의 외침이 통했는지 마인드맵은 엉뚱한 상상들로 가득차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각자 마음에 드는 단어에 '별' 표를 해 중심키워드를 고르고, 그 중심키워드로 나름의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은 보기에도 꽤 재밌었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동네 주부가 스파이의 지령을 받고 이중간첩을 찾는다는 다소 엉뚱하고 재밌는 스토리가 만들어 졌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지기 시작한 스토리는 두 달 정도 지나면 대본 형태로 완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 왼쪽 : 큰 종이에 함께 그려보는 마인드맵
> 오른쪽 : 뽑은 키워드로 각자 줄거리를 만들고, 발표하며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몸을 움직이며 신나게 '나를 찾기'

 

 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소개받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김규정(36) 씨는 "아직은 잘 안되지만 안쓰던 몸도 움직이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내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 본다는 게 좋다"며 "내가 하고 있는 활동 중에 유일하게 나를 위한 사회생활인 것 같아 즐겁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말 처럼 이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고민과 생각, 하고 싶은 것들을 가감없이 털어놓고 공유하는 참여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황 운영위원은 "앞으로 참여자들이 뮤지컬에 쓰일 노래들을 뽑고, 스토리도 계속 참여자들이 보강할 계획에 있다"며 "항상 열심히 참여해주시는 참여자분들께 감사하며 멋진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 춤 연습 뒤 바로 이어진 노래 연습, 함께 불러보는 노래

 

 

 

 짧게는 2~3달 뒤엔 이들이 만든 뮤지컬, 북아트, 사진집 등의 결과물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유될 예정에 있습니다. 아직도 "결혼은 여자의 무덤이다"라는 말이 통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즐거운 활동이 이들에게 또 주변에게 많은 반향을 일으키기를 기대합니다. 더이상 우리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삶을 영화 <써니> 속에서의 빛 바랜 추억에서만 찾지 않기를, 그들의 하루하루가 행복에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경기문화재단 웹진 지지봄봄이었습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