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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교수 인터뷰


창의적 문화교육을 위한

교육철학과 예술강사 양성이 필요합니다” 




대담 : 고영직(문화평론가),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2011년 유로교육위원회는 2015년부터 적용될 학교 교육과정을 ‘협력 중심 교육과정’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경쟁교육이 아니라 협력교육이 21세기 교육의 새로운 전제이고 목표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 또한 지식교육에서 ‘문화교육’으로,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새로운 교육학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학교 안의 교육과 학교 밖의 문화를 분리시키는 시대착오적인 관행이 여전한 우리 현실에서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해 협력적․창의적 문화교육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려는 심광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를 만났다. 심 교수는 최근 저서에서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성장 촉진과 미래 협력사회의 상(像) 만들기라는 프레임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모두 교육에 관한 ‘죄수의 딜레마’에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적 문화교육이란 무엇이고, 창의성과 협력의 가치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의 정책적․제도적 모색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고영직(이하 고) : ‘협력적․다중지능적․창의적 발달을 위한 새로운 교육학’이라는 부제가 붙은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살림터 2012)은 무슨 의도로 썼고, 책이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심광현(이하 심) :  우리 공교육의 근본 문제가 모두 서열화된 입시제도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일 입시를 폐지하고도 현재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이 책의 핵심 의도는 교육제도 개혁의 차원을 넘어 ‘교육 이념과 교육과정의 전면 재구성’이 미래교육의 관건이라고 주장하려는 데에 있다. ‘입시 위주 지식교육’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교육의 프레임과 내용을 전면 개편하려는 종합적인 시도는 아직까지 제기되지 않고 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조적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또 학생 개개인의 전면적 발달과 상호협력을 위해 교육목표와 교과내용 전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감성과 인성의 함양에 기초하여 학교와 사회의 상호연관성을 체화해 나갈 수 있게끔, 양은 줄이고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집약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은 교육관료와 교사들의 차원을 넘어 교육학자들과 대학교수들 모두가 칸막이 쳐진 분과학문의 벽을 가로질러 학문간 통섭이라는 관점에서 각 과목과 다른 과목의 상관관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래 교육의 새로운 내용적 틀을 미리 고민해 보자는 게 이 책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의 요지라고 할 수 있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심광현 교수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에 대하여


고 : 교육 문제는 교육으로만 풀 수 없는 것이 교육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이념과 교육과정의 전면적 재구성과 개편’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 문제가 어떤 점에서 ‘창의적인 교육’과 관련을 맺는가? 

심 : 교육 문제의 해법은 학교와 교육부의 차원을 넘어 정치와 사회 전체의 변화와 맞물려야만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역으로 정치와 사회가 변한다고 해도, 교육 내용과 교육과정 전체를 개편하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따라서 정치와 사회가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기 훨씬 이전부터 교육내용과 교육과정의 전면적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전제 하에서 미래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되도록 ‘문제발견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민주시민으로 발달해 나가도록 하는 데에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창의력’이라는 것도 바로 문제발견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의 다른 표현일 따름이다. 이 능력들은 지식과 경험의 발산과 수렴이라는 이중운동을 통해서만 키워질 수 있다. ‘문제 발견’을 위해서는 충분한 흥미와 동기가 필요하며, 자유로운 관찰과 상상을 통해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뛰어넘어 사고를 자유롭게 확장하는 사고실험이 필요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발산되었던 사고를 발견된 문제와 가능한 해법들로 연결시키는 실험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지식의 ‘체화’가 가능한 이런 방법의 교육을 위해서는 전체 교육과정과 개별 교과교육 모두가 화이트헤드가 강조했던 <로맨스 단계-전문화 단계-일반화 단계>라는 방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렇게 질적으로 심화된 교육방식을 통해서 학생들이 왜 나무의 특수성과 숲의 일반성이 상호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를, 왜 경쟁을 넘어 협력을 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1세기가 대면하고 있는 생태계 위기, 도시의 위기, 노동의 위기, 인간 주체성의 위기 같은 새로운 문제들 모두가 기존의 분과학문적인 지식교육을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문제발견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면 풍부한 감수성, 상상력, 인내력, 가설추리력, 실험정신, 협력정신 등, 학생들 내부에 잠재되어 있던 다중지능 전체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교육과정을 창의적-협력적-발달적 교육과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미래에도 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이렇게 전면적-협력적 발달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면 학교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단순한 지식과 기술들은 이제 아무 데서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 : 문화예술교육 현안에 대해서 듣고 싶다. 그동안 정부 문화정책과 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개입하셨다. 어떤 소회가 있을 것 같다. 

심 : 내가 얘기하는 ‘문화교육’의 개념은 개별교과가 아니라 교육 이념의 새 차원을 지칭하려는 것이다. ‘지식’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런 지식들을 습득하고 창조해내는 심층적인 ‘문화적 과정’으로 초점을 이동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음-미-체’와 같은 좁은 의미의 문화예술이 아니라, 예술-학문-대중문화-미디어-기호체계-생활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삶의 양식’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이런 역동적인 문화과정으로부터 ‘박제화된 지식’을 넘어서 이런 문화과정과 연결되고 순환하는 ‘산 지식’을 체화하는 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음-미-체’와 같은 문화예술 교과영역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은 2000년대 들어 입시교육이 강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시수가 감소되고 선택과목으로 전환되어 학교교육에서 계속 주변화되어, 이제는 더 이상 축소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다보니 정규교사들을 충원하는 대신 ‘강사풀’ 제도로 ‘땜빵’ 하고 있다. 사실상 국가가 문예체 교과영역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와서는 이런 배제가 심화되어 이제 학교에서의 ‘감성교육’ 부분은 마이너스(-) 상태에 처한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성적이 오를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아이들을 감수성과 인성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처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염려된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성과 인성의 활성화는 우반구 뇌의 활성화를 전제로 하는데, 현재와 같은 입시 위주 교육과정에 의해 좌반구 뇌만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뇌는 속성상 플라스틱처럼 가소성(可塑性, Brain Plasticity)을 갖고 있어서 좌반구 편향이 강화된다고 한다. 이렇게 편향된 교육을 6~12년을 받게 되면 ‘좌뇌 편향’이 심화되어 감성이 메말라버린다. 우반구 뇌가 억압되고 비활성화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병이 우울증, 치매,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질환들이다. 



지식교육에서 ‘문화교육’으로, 경쟁교육에서 ‘협력교육’으로


고 :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역사는 불과 10여 년밖에 안된다. 『새예술정책』, 『창의한국』 같은 중장기적인 문화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하지 않을지라도 이른바 ‘문화사회’라는 사회적 비전으로 향하는 로드맵과 프로세스 측면에서 일종의 비전(vision)이 요구된다.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일종의 참여관찰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말해달라. 

심 : 『새예술정책』, 『창의한국』은 완전히 폐기되고, 반대 방향으로 후퇴했다. 그 비전들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시작된 문화정책의 수평적 확산이라는 방향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의 문화정책은 15년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이를 수평적인 재확산 방향으로 되돌리는 데 앞으로도 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면, 결국 우리 문화정책은 20년 정도 후퇴한 셈이 된다. 신자유주의 교육이 도입되기 이전에는 학생들의 방과후 활동과 교과활동, 교과활동과 비교과활동, 교실 안과 교실 밖에서의 모든 활동을 교사들이 직접 관할할 수 있었다. 교실에서의 수업은 잘 따라오지 않지만 교실 밖에서는 비교과활동을 잘하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교실 안은 교사가, 교실 밖은 강사가 관할하는 식으로 분리됐다. 교사와 강사가 제대로 된 소통이 없는 한, 교사든 예술강사든 아이의 한 면밖에는 못 본다. 제대로 된 교육이 될 리가 없다.  


고 :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학교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힘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보는가? 

심 : 진보교육감이 등장한 2010년부터 서울과 경기도에 만들어진 ‘혁신학교’가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중요한 기관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이번에 보수교육감이 당선됨으로써 서울형 혁신학교가 축소될 운명에 처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들에서 그동안 축적한 실험 성과들이 향후 교육혁신에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그간 축적된 중요한 데이터를 연구하여 일반학교 차원에서도 교육과정 전체를 개편하는 데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한다. 이 책을 쓴 동기도 혁신학교운동의 실험에서 연원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실험에서 제기된 문제와 과제들을 일반화하고, 그 문제를 더 확장하여 현장교육을 심화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자 했다. 혁신학교는 철저히 ‘협력교육’과 ‘통합교과’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에 두고, 감성교육과 인성교육이라는 기반을 확장하면서, 그 위에 지식교육을 재구성하고 재조합하는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혁신학교 담론은 아직 불완전하지만, 2차대전 이후 프랑스에서 프레네(P. Fresnay, 1897-1975)가 한 실험과 20세기 초반에 러시아 비고츠키(Vygotsky, 1896-1934)가 한 교육학적 실험에 대한 연구와 맞물려 더욱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서구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와 그간의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반성이 늘어나면서 이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기존의 교육정책을 수정하면서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 비고츠키나 프레네의 교육학적 비전인데, 이는 한마디로 말해 협력교육이다. 2011년 유로교육위원회는 2015년부터 유럽연합(EU) 전체의 교육과정 원리를 ‘협력교육’으로 결정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교실 안에서의 경쟁, 학교 전체에서의 경쟁, 학교 바깥에서의 경쟁 중심으로 짜인 신자유주의 지식교육에서 벗어나 교실 안에서의 협력, 학교 안에서의 협력, 학교-지역사회 간의 협력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창의적 문화교육’의 새 프레임은 여기서 말하는 교사-학생-지역사회 간의 협력이라는 개념에 더하여 학생 개개인의 내부에 잠재해 있는 ‘다중지능들 간의 협력’이라는 새 차원을 추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미국식 교육행정과 교육공학에 의존하여 효율성 위주의 행동주의 심리학에 기반한 지식교육을 모델로 사용해왔고, 2000년대에 수용한 구성주의 교육학 역시 변질된 형태로 입시 위주 지식교육의 보완물 정도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교육정책에 제대로 된 교육철학이 스며든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의 근대교육의 역사에는 칸트, 존 듀이, 비고츠키, 프레네 등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교육철학의 전통이 살아 숨쉬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수용이 안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소수의 진보적 교육학자들과 교사들이 이 전통을 새롭게 조명하고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교육학의 주류에서는 여전히 이 전통을 무시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의 협력, 학교 안에서의 협력, 학교-지역사회 간의 협력


고 : 선생님이 제안한 ‘창의적 문화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보자면 문화예술교육이 갖는 위상이 무엇인가? 문화예술교육에 국한하자면, 각 정책기관들 간에도 따로 노는 문화가 있는 것 아닌가? 

심 : 문화예술교육은 교과영역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발달단계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초․중․고 셋으로 나눠보면, 초등교육에서는 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중심교과 영역이 되어야 한다. 언어, 사회, 수리 같은 과목은 중심교과와 연결된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은 반대로 언어/수리/사회/자연과학 같은 지식교과가 중심이 되고, 문화예술교육이 보조 역할을 하는 식이어야 한다. 중학교 교육은 당연히 그 중간의 균형점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방식의 교과비율은 모두 전두엽의 성장 속도와 관계가 있다. 좌뇌 전두엽의 성장은 완만하게 진행되는데, 좌뇌 전두엽이 미성숙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지식교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면, 뇌의 심각한 불균형은 물론 신체적 성장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좌뇌 역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왜곡, 편중화되고 우뇌의 활성화는 거의 중단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문제는 ‘인지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교육과정이 모든 학문의 통섭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 전체 교육과정의 목표를 바로 잡지 못하는 문제가 우리 교육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초중등 단계에서 문화예술 교과가 중요한 교정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는 무엇보다도 감수성, 오감(五感)의 확장, 상상력, 자연친화 능력, 운동 능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체의 운동 능력을 확장하는 것은 독립심과 주체성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필요한 인간생태학적 네트워크를 모두 파괴해 놓고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길 바란다. 정말 ‘미친 짓’이다. (웃음) 어른들이 스스로 자식들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를 다 파괴해 놓고, 자식이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고 : 한 사람의 부모로서 뼈아프다. 교육철학의 부재 상황에 대해 말씀하신 것 같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기관들 간에도 엇박자가 나는 것 같다. 

심 : 문화부와 교육부가 서로 ‘협력’을 해야 되는데, 협력이 아니라 이른바 ‘나와바리’(なわばり, 영역) 싸움을 하고 있다. 정부 부처가 서로 나와바리 싸움하는 게 당연하다고 가정한다면, 그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장사하는 기관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당연한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정부기관 간의 영역 싸움을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에 비유하자면, 심장하고 간장이, 위와 폐가 서로 경쟁하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신체가 파괴된다. 중앙부처 자체의 정치철학이 기관 간 협력이 아니라 다른 기관과 경쟁해서 짓누르고 승자독식으로 가져가려는 식으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정치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전체적인 국부(國富) 증진을 위해서라도 부처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정책 대상과 수혜의 주체인 국민들의 삶만 곤궁해진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문화와 교육은 동전의 양면이다. 문화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그것을 수용하고 촉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공장하고 영업부서가 서로 싸우니깐, 물건이 제대로 만들어지지는 않고 그 내부에서만 물건이 돌아가는 식이다. 정작 소비자들한테는 물건이 안돌아간다. 현재의 예술강사 제도의 중요한 문제는 교사와 강사가 분리되어서 서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술강사들은 학교 가서 과외수업하듯이 자기 수업만 하고 온다. 교과 수업과 비교과 수업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애당초 교육목표는 달성할 수가 없다. 수업 시간에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선생님은 “이렇게 하라” 그랬는데, 강사는 “저렇게 하라”는 식이다. 그러면 애들은 어떻게 해야 되나? 문화부와 교육부가 협력을 해야 된다. 이 문제는 어느 한쪽으로 가져갈 수가 없다. 점점 협력의 필요성이 늘어난다. 


고 : 가장 협력이 필요한 곳이 정부 부처간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실시되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심 :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의해 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를 학교 현장에서 당장 ‘땜빵’하려 하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본다. 초기부터 참여한 강사들은 이제 6~7년 정도 되었다. 그런 사람들은 경험이 풍부할 것이고, 새로 참여하는 사람은 경험이 없어서 격차가 생긴다.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나는 이런 노하우가 있다, 이걸 보상해달라”고 하는 요구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리사 자격증 주듯이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문화예술)교육사와 정식교사와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더 넓게 보면 비정규직 강사 문제와 같다. 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교사 자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럴 경우 교육과정 전체가 전면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창의적-협력적-다중지능적 문화교육’이라는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전면개편하려면, 교사 수가 현재보다 두 배가 더 늘어야 할 것이다. 음악교과, 미술교과, 연극․영화 교과를 제대로 운영하면서, 이 교과들을 여타의 지식교과들과 연계 통합하는 방식으로 창의적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한 반에 20~30명을 놓고 가르치는 방식을 넘어서 1대1 멘토링 같은 긴밀한 소통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 대담 중인 고영직 문학평론가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려야 하는 예술강사의 정규직화 문제


고 : 예술강사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일 수 있을 것 같다. 문화연대 이동연 교수도 ‘예술강사의 정규직화’를 거론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과 제도가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학교 현장 안과 밖에서의 예술교육 강사들이 자신이 맡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고 보는가? 

심 : 지금 같이 단지 ‘자격증’에 불과하다면 무의미하다고 본다.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게 교사의 원래 역할이다.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면 단지 음미체를 대학에서 전공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교육학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한 연수를 받고 정규교사로서 갖춰야 될 모든 요건을 충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새롭게 정규교사가 되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창의적 문화교육’이 가능하려면, 교육학 연구, 아동 발달에 대한 연구, 교육과정 연구, 교육과 사회, 문화와 지식교과와의 관계에 대해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현재 예술강사들이 지금 받고 있는 그런 제한된 경험과 제한된 기능 위주의 프로그램을 두고서 거기에다 자격증을 부여한다고 해서 문화예술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 : 예술강사들의 경우 처우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술강사의 정규직화’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제기한 질문이었다. 

심 : 문화예술 교과의 강사 문제를 이 분야의 처우 개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 교과 강사들의 정규직화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교육과정 전면개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맞물리지 않고 강사를 정규직화할 경우에 오히려 교육적 효과와 지속가능성, 형평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문제는 단시일 내에 ‘봉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전면개편이라는 문제와 맞물려서 중기적으로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그럼, 그동안은 내버려 둘 거냐? 그동안은 ‘예술강사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본다. 지금 같이 형식적으로 한 달 정도 연수 프로그램을 받고서 현장 강사로 나가는 방식을 넘어서서, 교과와 비교과, 문화예술 교과와 다른 교과와의 관계, 발달 단계와 지성-감성-인성교육의 연관관계 등에 관한 폭넓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새로운 연수교육을 받고, 일정한 테스트도 통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강화된 연수교육에 비례하여 강사들의 처우 자체도 함께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해당 학교와의 연계를 통해 교사-강사의 긴밀한 협력이 행정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정책을 개편해야 할 것이다. 교사와 강사가 사전협의를 반드시 거치고, 그 협의를 문서로 남기고, 학생들의 평가에 대해 일정한 연계가 만들어지도록 그런 것을 제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 : 근본적인 질문을 드릴까 한다. 도대체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파커 J. 파머가 쓴 『가르칠 수 있는 용기』 같은 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존재이다. 기능 위주의 학원 수업하듯이 예술교육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창의적 문화교육’을 수행하는 선생님의 존재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보는가? 

심 : 현재의 문화예술교육제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자체가 예술강사들을 기능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예술가를 지망하는 젊은 예술가가 사회에 진출해도 공공문화기반시설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나머지 문화산업은 완전 독과점되어 있다.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 예술강사밖에 없다. 그렇게 젊은 예술가들을 ‘도구화’해 놓은 상태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니까 기능 위주 수업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선생이란 무엇인가?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는 강사들에게, 당신이 적어도 한 시간 수업을 하려고 하면 ‘선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가르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서 동시에 요구해야 한다. 강사에게 올바른 선생의 자격과 자질을 이야기하려면 거기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고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부모가 못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다. 하나는 아이들이 주체적인 인간으로 발달해 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협력하여 살아나갈 수 있는 인격의 형성이라는 과제이다. 만약에 부모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그냥 하는 곳이 학교라면 학교라는 제도 자체는 필요 없다. 교육은 절대로 고립된 문제가 아니고, 사회생태계 회로 전체를 연결하고 가동하는 일과도 같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의 냉각기에 문제가 생기면 그 원전 하나만이 폭발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는 물론 수백킬로미터의 생태계 전체가 망가진다. 비유하자면 교육은 사회 시스템에서 일종의 ‘냉각기’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같이 교육을 망쳐놓으면 조만간 언젠가 폭발을 해서 결국 사회 전체를 망가뜨릴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방법론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고 : 새로운 정부가 곧 들어설 것 같은데, (문화예술)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원칙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심 : 정권이 바뀌어도 이런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육 문제의 해법은 정권의 향방과 관계없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문제의식을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달려 있다. 핀란드의 경우, 20년 이상에 걸쳐 핀란드 사회의 지도자와 교사들, 교수들,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토론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어 2000년대에 들어와 세계가 주목하는 모범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교육은 교육부라는 하나의 부문 정책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인 인식과 노력의 축적을 통해서만 올바로 변화될 수 있다.  


고 : 하나 정도 더 질문 드리고 마칠까 한다. 이 책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을 보며 전면적인 교과과정 개편과 교사 역량강화는 당연히 필요한데, 이를 위해 특정의 ‘매뉴얼화’나 ‘프로그램화’를 고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반론이 가능할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심 : 매뉴얼은 스스로 숙달하면 다 만들어진다. 장인(匠人)들은, 위대한 예술가들은, 전부 다 자기 매뉴얼이 있다. 오히려 매뉴얼이 없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매뉴얼화’할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하고 체계적인 방법론이 없다면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은 다중지능간의 협력, 교사-학생 간의 협력, 학교-사회 간의 협력이라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성해가는 복잡계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문화예술교과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기능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 기능조차 낡은 기능이라는 점이다. 근대 문화예술의 생명력은 문자 그대로 자발성과 창의성인데, 창의성의 기초는 감성, 상상력, 인성, 지성을 융합하는 것이다. 이것이 분리되면 창의성은 사라진다. 문화예술교육은 감성-인성-지성-상상력을 융합시키는 훈련을 하는 장(場)이다. 표현교육이든 감상교육이든 또 어느 장르든 간에 그 복잡한 틀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에서는 그 틀이 한 번도 제대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 물론 문화예술교육을 체계화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있다. 그러나 도식화와 체계화는 다른 문제이다. 도식화에 반대하는 것이 제멋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올린 교육이든 영화교육이든 그림 그리기 교육이든 다 순서가 있고, 그 안에서 해결해야 될 많은 문제들이 있다. 이 점에서 비고츠키의 ‘근접발달교육’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학생의 자발성과 교사의 지식과 경험이 어떻게 만나서 ‘밀당’을 하게 할 것이냐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은 자유방임교육이 아니라 학생의 다중지능적 잠재력과 인격이 교사의 풍부한 경험과 인격과 만나서 상호작용하면서 결실을 낳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 과정은 학생 스스로 흥미를 가지고 동기를 형성하고 규칙을 발견해가도록 유도해 나가는 정밀하고도 변증법적인 체계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자유방임 아니면 타율적 규제라는 이분법을 하루속히 넘어서야 한다.  



고 : 장시간 고생하셨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




 전 날 폭설이 내려 가는 곳 마다 푹푹 빠지는 뚝방길을 헤멘 끝에 눈처럼 하얀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중고등학교 공교육에 종사한 교육가이자 광주시 4개 극단의 리더이기도 한 이기복(57) 대표의 일생일대의 작품이다. 일반 극장의 개념인 시어터Theatre에듀Edu라는 교육적 의미를 결합시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교육하고 연극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인적人的 선순환 구조를 꾀하기 위해 마련된 청석에듀시어터. “모아둔 돈과 집을 팔아 마련한 사제를 털어서 지었다는 이 공간에서 이 대표는 아마 이런 곳이 전국 최초일 것이라며 들뜬 웃음을 지어보였다.



>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방문했던 전 날(12월 5일) 내린 폭설에 하얗게 내려앉아있다.


 


 ‘학교 교사’, 제도 안에서 제도 밖 연극을 가르치다

 

 1981년 당시 경기도 광주군에 위치한 경화여중에 부임한 이 대표는 이 학교와 병설학교였던 경화여고를 옮겨가며 30년 동안 교편을 잡은 전직학교 교사다. “군 제대하고 학교에 가니 생활지도를 맡기더라는 이 대표는 그 당시는 가정 형편 때문에 가출한 애들이 많았었는데 밖에 나가서 그 아이들을 잡고 와도 소용이 없더라그래서 생각이 난 게,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 안받아도 좋으니 나랑 연극 한 편 하자고 했다고 첫 출발을 회고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었고 군 입대 당시 지역 대학축제에서 연극연출을 맡기도 했었다는 이 대표는 경험을 바탕으로 82년 경화여중 내에 연극반을 만들고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시 유명했던 윤대성 작가의 별들 시리즈 : 방황하는 별들, 불타는 별들, 꿈꾸는 별들시리즈를 공연한다. “이 시기에 대강당이 만들어져 방치되던 소강당을 아마 국내 최초로, ‘경화소극장이라고 이름 붙여 학내 연극극장으로 만들었다는 이 대표는 7차 교육과정에 도입된 재량활동 시간에 이르러서는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청석에듀시어터 이기복 대표




 이 대표는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라고 생각 한다“(연극을 통해)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이 눈이 빛나고,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고 있는 연극의 특성상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우고, 또 만화적 상상력을 아이들에게 요구하면 끄덕끄덕하며 그걸 해 낸다고 말했다.


이기복 대표 :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세 가지다.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다. 이 세 가지가 연극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을 생각해보면 일단 아이들이 타율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 제시된 시간표대로 저녁 열시까지 움직인다. 협동성도 없다. 친구들은 전부 적이다. 나만 살아야 한다. 창의성? 역시 없다. 빨리 암기해야 한다.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여기서 뭘 더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연극을 하게 되면 이 세 가지가 생긴다.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눈이 빛난다. 시켜서 하지 않는다. 어제 눈이 왔을 때, 아이들 10명하고 함께 눈을 금방 다 치웠다. 그리고 저녁 먹으면서 애들이 ~ 손은 시려운데 너무 재밌어요~” 이걸 공교육에서 이렇게 하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다. 연극교육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들의 변화다.

 

 두 번째, 협동성이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운다. 그래서 연극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사고 안친다. 인성교육에 이렇게 좋은 게 없다. 남을 인정하는 거니까. 인성교육이 무엇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간을 도구로서만 생각하기에 비인간적인 범죄가 생긴다고 생각했을 때, 인성교육의 가장 최고의 덕목은 연극이라고 본다.


 세 번째, 창의성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만화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가령 아이들에게 어떤 애가 선생님에게 물을 먹였어. 걔가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선생님을 쳐다볼 때 옆에 별이 하나 빤짝이더라. 싹 쳐다보는데. ~ 그걸 표현해봐.” 이런 식으로 연극을 가르친다. 만화는 독자에게 많은 정서가 흐르게끔 카툰 안에 다양한 그림 등을 쓰는데, 그렇게 상상을 하도록 만들면, 아이들은 끄덕끄덕 하면서 그걸 해낸다.

 

 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불가능한 교육적 소재와 교육적 효과였기에 이 대표의 연극교육은학교 현장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고 한다. 이와 같은 탈 제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연극을 자신의 전공교과인 도덕의 수행평가와 연관시켰고, ‘영어교육과도 연관시켜 자신의 프로젝트를 영어연극 프로젝트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제도 밖 소제였던 연극교육을 위한 일종의 조율이자 타협이었던 셈이기도 한데, 이 대표는 “2학기 끝 무렵 1300석 가량 되는 광주시 제일 큰 극장에서 자기 딸이, 늘 시무룩하던 눈빛에 생기가 넘쳐가며 한국말도 아닌 영어로 연극을 하는 모습에 부모님들의 반응은 열광적 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경화여중-고 연극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광주지역 6개 고등학교를 설득해 6개 고등학교 연합청소년극단을 출범시킨다. 이 대표는 이렇게 길러내 (연극이나 문화예술로 진로를 결정한) 제자들이 300여명 가까이 된다30년간의 교직생활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누적된 성과로 총 16회 치러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이 대표가 이끄는 광주시 고등학교연극반이 3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 2층에 마련된 연극연습실에서 아크로바틱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전문 연극극단 단원들과 학생들 모습


 


 이제는 제도 밖에서 제도 안 교육 현장을 고민하다

 

 30년의 교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감하고, 이제는 학교 밖에서 학교 안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이 된 이 대표는 여전히 이끌고 있는 광주시 고등학교 연합 청소년극단을 중심으로 현재의 청석에듀시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7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청소년극단 아이들은 거의 매일 이 곳에 들러 저마다 연습도 하고 운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고 한다. 준공 전이라 공간이 가득 차진 않았지만 지하 1개 층, 지상 2개층 등 약 300여 평 규모의 큰 공간 안에 이 대표는 연극연습실과 학원 공간, 적지 않은 규모의 소극장, 그리고 이제 따로 집이 없어진 이 대표 내외를 위한 서재 및 주거공간까지를 마련했다. “확장해서 앞뜰에는 데크도 만들어 날이 좋을 때는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들도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앞 부지를 매입해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넓은 규모의 교육공간을 만들 생각에 있다고 이 대표는 이야기했다.



> 준공을 앞둔 청석에듀시어터 지하. 적지 않은 규모의 연극을 위한 소극장 까지 갖추었다.



 한편으로 이 대표는 1231일 현직 교사들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우체통이라는 이름의 광주시 교육가 아마추어극단을 발족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연극이라는 문화예술교육소제를 대상으로 포럼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광주시 초중고등학교나 지역 현장에 교육적 효과를 유발시키기를 꾀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 꿈은 광주시 모든 학교에 우체통 단원들이 한명씩 다 배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흔히들 빠지는 공교육의 함정이 하면 된다는 건데, 공교육을 오래 해 본 입장에서 오히려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낀다공부가지고 안 되는 아이에게는 무조건 하라기보다는 빨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대안이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 한쪽에서는 장구 장단을 연습중이다




 교육을 넘어, 지역문화예술욕구에 대한 선순환 구조

 

 아이들은 어떨까? 기말고사기간이었던 12월 초, 현장에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3학년 학생들을 위주로 자율적인 연극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고등학교 3학년 이대명(18) 군은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처음에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 연극 반에 들어오게 되었다연극의 연기와 영화의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연극을 하고 나서 커튼콜을 할 때 조명이 비춰지고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연극을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공부와 성적만을 강조하고, 복장검사를 일삼는 학교에 화가 나, “증오하기도 했다는 이 군은 연극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꿈이 있다고 하니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친구들도 연극을 보러와 즐거워해줬다성공한 연극배우가 되어 넓은 곳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청소년연극단 단장을 맡고 있다는 광주고등학교 3학년 박범현(18)군은 중학교 때까지 해왔던 미술이라는 꿈을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접을 수밖에 없었다그 뒤에 연극에서 길을 찾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커튼콜이 올라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청소년극단 단장인 박범현(18) 군(왼쪽)과 인터뷰를 위해 함께 방문한 고영직 문학평론가(오른쪽)의 모습




 이 대표의 청소년 극단에서 많은 아이들이 취미로 연극을 배우는 것을 넘어 미래의 진로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 300여 명이 넘는 연극계 전문 종사자들을 길러냈고, 이 대표는 40%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이 되어 극단 파발극회나 극단 청석에듀시어터(, 극단 광주예술극장) 등의 전문극단을 꾸릴 수 있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선순환구조로 인구 30여만의 광주라는 도시에 총 4개의 아마추어, 프로 극단을 운영하며 교육을 넘어 이제는 지역의 문화예술욕구를 연극이라는 장르로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 대표. “연극의 미래는 대학로가 아닌 지역, 교육에 있다30여 년간 광주 지역 공교육 현장과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장르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한 그의 결실이, 사제를 털어서 지은 광주시 청석에듀시어터로 빛을 발하려 하고 있다.


정혜교 기자  ㅣ  chkin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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