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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12. 광주시연극협회 ‘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학교ㆍ교과서ㆍ부모에게서 찾지 못한 '힐링', 연극에서 길을 찾다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올 초 전면 시행된 주5일 수업으로 ‘놀토’를 겨냥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인지, 정말 학생들의 자기계발에 적합한 지 따질 틈도 없었다. 비슷비슷한 문화예술 강좌는 맞벌이 부모와 학교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고등학생을 위한 것은 찾기 힘들다.

 ‘불량’ 청소년은 장난꾸러기보다 가르치기 어렵고 ‘모범’ 학생은 입시와 취업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에 연일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는 청소년들의 자살과 집단폭행 등은 예정된 사건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법은 없을까. 광주시의 한 허름한 지하 극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이 그 답을 내놨다.

 

▲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은 예술 아닌 인간
 

 태풍 ‘산바’가 들이닥쳤던 지난 17일 오후 6시 광주예술극장(광주시 송정동 소재).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에 인터뷰 대상조차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우려하며 들어섰다.

 기우였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고등학생 30여명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 1층 공연장과 사무실, 화장실 등 구석구석 역동적으로 청소중이다. 낯선 기자를 보고선 90도로 인사하고 금세 제 할일에 몰두하고, 한켠에선 발성 연습을 하는 지 한 음을 길게 내지른다.

 잠시 후 모두 무대로 모인다.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더니 ‘맘마미아’의 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춤동작을 맞춰본다.

 이내 본게임을 시작한다. 대본을 든 아이들이 한 장면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열정적으로 동선을 조율하며 그네들만의 세계로 빠진다.

 무미건조한 모범생과 아슬아슬한 탈선학생으로 점철되는 기존의 청소년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마치 다른 세계, 먼 나라의 아이들같다. 

 

 

   
 

 

 “저도 처음에는 엄청 소심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서로 돕는 방법을 익히면서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혜민(19· 경화잉글리시비즈니스고등학교)양의 말에서 그 색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드러난다. ‘연극’이다.

 이 학생들은 경화여고, 경화이비고, 곤지암고, 광남고, 광주고, 중앙고, 광주 지역의 6개 고등학교의 연극 동아리에서 제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광주예술극장에 모이면 ‘광주시연극유스씨어터’의 단원으로 하나가 된다. 광주예술극장은 경화여고 교사로 연극 동아리를 지도했던 이기복 광주시연극협회장이 8년전 소극장이자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장소로 마련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작품을 만들며 성별, 나이, 학교의 경계는 사라지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한 아이는 죽은 자신의 형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슬픔을 쏟아냈고, 또 다른 학생은 자연스러운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행위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학교와 교과서, 부모에게서 찾지 못한 길을 연극을 계기로 함께 찾고 있는 것이다.

 박양은 “고등학교 졸업 후 연극배우를 하면서 관련 교직 과목을 이수하고 광주에서 저같은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한 미소로 장래희망을 밝혔다.

 예술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창조적 활동으로 자아를 탐험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혹자는 창조성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나타낸다고 정의했다.

 이날 세찬 비바람을 뚫고 소극장에 모여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연습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예술교육의 효과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발전의 기반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10월이면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연극을 즐기고 연습할 수 있는 ‘청석에듀씨어터’가 개관해요. 완전한 극장의 모습을 갖췄지만 공연보다 교육 기능을 더 우선시하는, 국내 유일한 공간일꺼에요.”

 광주예술극장을 운영해 온 이기복 회장(57)이 새로 문을 열 청석에듀씨어터를 자랑하며 연신 함박웃음이다.

 8년 전 사비를 털어 올해 영화관 하나 들어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광주에 소극장을 만들었던 그는 교사 퇴직금을 쏟아부어 더 크고 넓은 공연장을 마련했다.

 “1981년 경화여고로 발령받아 왔을 때 광주는 도농복합지였는데 가출하고 사고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연극반 만들어 공연을 했는데 변화가 있더군요. 지역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공간을 만들었죠.”

 그 덕에 광주에서만 3번이나 전국청소년연극제의 대상 수상작이 나왔다. 2007년 경화여고, 2009년 광주고, 2010년 경화이비고 등이다.

 

   
 
 

 극장 상주 전문 극단 단원들에 삼삼오오 모인 청소년만 70명을 육박하면서 연습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졌고, 이 회장은 다시 새로운 공간 마련에 팔을 걷어부쳤다.지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앞으로 프로극단에 입단하거나 전공으로 선택, 향후 다시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공연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수 십억원을 들여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것보다 낙후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이곳에서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의 꿈이 ‘연극배우이자 다시 고향에서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니 이 회장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문화예술로 지역사회 발전의 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그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능동’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대부분이 학생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보는 것이 문제에요. 전문가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충분해요.”

 올 초부터 경기문화재단의 2012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지역의 고등학생 37명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도농복합지역 청소년들이 만드는 창작연극제-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역시 능동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 고등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넣고 이를 대본으로 구성했다. 조명과 음향, 무대 디자인 등 연극 제작과 공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 이를 통해 탄생한 4개 작품은 오는 12월8일 청석씨어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때까지 교사의 역할은 그저 지켜보고 도움을 청할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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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창문아트센터 ‘소풍가는 날-우리동네 락! 락! 락!’

     고사리손으로 '재미있는 우리동네 이야기' 담아내요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10여년 이상 폐교를 문화예술과 농촌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창문아트센터’. 이곳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잊혀져가는 마을의 현대사를 발품 팔며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사리손에서 전문가들의 그럴싸한 조사연구 결과물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감동을 안길 기록물이 탄생할 것으로 주목된다.

 



▲ 폐교에서도 수업은 진행중

 지난 2001년 5월 문을 연 창문아트센터(관장 박석윤·화성시 수화동 소재)는 7명의 미술 부문 작가가 상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한편,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 곳은 폐교를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성시 수화동은 한때 바다 짠 내 맡으며 고기잡는 사람과 그들의 가족들로 붐볐던 어촌이었다. 바다를 막아버린 인공호수 시화호 개발로 마을사람들은 떠났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에서 창문아트센터가 자리잡으면서 다시금 활기가 넘치고 있다.

 평일이면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무리지어 방문한 병아리들이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종일 뛰어다니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학생들이 역시 다채로운 프로그램 참여에 시끌벅적하다.

 지난 16일 일요일 오후에 찾은 창문아트센터는 어김없이 운동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 초등학생과 나무그늘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 자못 진지함이 돋보이는 여섯명의 아이들이 교실의 한 책상에 둘러앉아 박석윤 관장의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창문아트센터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소풍가는 날-우리동네 락! 락! 락!’의 참여학생들이다.

 막내인 김소연(9)양부터 맏언니인 박경희(13)양까지 참여자 9명은 모두 창문아트센터 인근 3개 마을에 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이면 ‘소풍가는 날’에 참여하기 위해 선생님이 직접 운전하는 한 셔틀버스로 창문아트센터에 온다.

 “폐교 상태에서 인근 마을 아이들을 학생으로 모으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자전거로 와도 덤프트럭이 너무 많아 위험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매번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죠. 게다가 요 녀석들이 한 마을의 아이가 ‘가지말자’고 선동하면 우르르 빠져버리기도 일쑤여서...”

 박 관장의 우려대로 이날 신외리 마을의 3명이 모두 결석했다. ‘전날 마을축제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신나게 논 녀석들이 지쳐 안오나보다’라며 아쉬움을 애써 달래는 분위기다. 한 사람, 한 번이라도 빠지면 프로그램의 의미와 취지가 퇴색되기에 안타까움이 더 큰 듯하다.

 그래도 옹기종기 모인 여섯 명의 아이들은 집중한다. 그렇게 수업은 시작됐다.

   
 

 

 

▲ 고사리손으로 기록한 내 고장 내 마을

 “자유주제로 해요! 주제 정하면 어려워요!... 저는 우리 마을에 있던 공룡 그릴래요...아니, 태극기 그릴께요. 선생님 이 태극기 좀 잡아주세요.”

 장난기 가득한 강준교(초4년)군은 이날 진행된 판화 원리 배우기의 소재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교실 한 켠에 놓이 태극기를 선생님에게 펼쳐 보여달라고 맡기고서야 판화 제작에 몰입한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과 화성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약 8개월 일정으로 진행중이다.

 이날 수업은 판화 원리 배우기, 마을별 전설을 기록하는 그림북만들기, 핫케이만들기 순으로 진행됐다.

 앞서 5개월여간 수화리, 장전동, 신외리 등 인근 마을을 직접 탐사했다. 참여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을 통해 옛 이야기를 듣고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한편 자신들이 원하는 마을의 미래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즉, 이 교육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아홉명의 어린 초등학생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떠난 여행기’다.

 창문아트센터 인근 마을은 바다와 갯벌을 삶의 기반으로 살았던 이들이 외지로 이주하고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외형적 변화와 함께 마을중심의 공동체의식과 전통문화 상실 등의 내적 변화를 함께 겪고 있다.

 1년 전 미꾸라지와 우렁을 잡았던 논과 밭 대신 4차선 도로가 들어섰고,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6년 내내 소풍 다녔던 봉선대 바위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당산나무는 그네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됐다.

 이에 ‘소풍가는 날’의 아홉명 아이들은 매주 일요일 사라져가는 마을을 기록해 온것이다.

 이와 관련 최은심 선생님은 “아이들이 마을 곳곳을 돌며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마을 지명과 전설 등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며 “예산만 더 지원된다면 앞으로 경기도미술관이나 과천국립현대미술관처럼 마을을 벗어나 좀 더 큰 문화예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듣고 보는 것만큼이나 더 실효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은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의견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소극적인 아이들이 최근 원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얼마전 신외리의 미래 마을 지도를 모형화하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넣기로 했어요. 도서관, 공연장, 어르신들을 위한 게이트볼장까지 만들었죠. 마지막에 아이들이 모두 한 가지만 더 넣자고 하는데, 그게 뭔지 아세요? 바로 패스트푸드 가게에요.(웃음)”

 아이들은 그간 스쿨버스를 타고 지나쳤던 마을 곳곳을 직접 밟아보고 마을 어르신들을 마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스스럼없이 대화하기에 이르렀다. 사라진 바다의 흔적을 보듬고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오래전에 존재했던 공룡화석을 확인한다.

 그렇게 매주 한 번씩 ‘소풍가는 날’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그림책과 지도 등으로 탄생한다.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새긴 마을이 아닐까. 더 이상 외롭고 썰렁해 벗어나고만 싶은 시골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진 ‘내가 사는 곳’ 말이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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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판교생태학습원 ‘생태망치 상상망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니 아이들은 신바람 나네~

 

 

 

강현숙 기자  |  mom1209@kyeonggi.com

 

 

 자연만큼 흥미로운 놀이터가 또 있을까? 학업에 지친 아이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지구와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우리 동네 자연 배움터가 있다. 지난 6월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연 판교생태학습원은 실내 온실과 테마 전시관, 체험학습실, 영상실, 옥상 정원 등으로 꾸며진 생태 체험 학습장이다. 지난 4월부터는 ‘주 5일 수업제’ 실시에 발맞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태미술학교인 ‘생태망치 상상망치’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창의력을 키우는 동시에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 자연과 예술의 만남 ‘생태망치 상상망치’

 모두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찼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 지난 1일 판교생태학습원 체험학습실에 모인 20여명의 아이들은 신바람이 났다.

 이날 수업 주제는 ‘대중교통’. 대중교통의 종류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의 눈치를 보는지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내 곧 “버스요!”, “택시요!”, “전철이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하나 둘 상상의 가지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지름길임을 체득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은욱 학습원 전시과장은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전국적으로 토요문화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연과 예술을 접목시킨 생태학습을 하는 곳은 판교생태학습원이 유일하다”며 “교과서 밖 생태교육 및 생태미술 활동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생태망치 상상망치’는 어린이 예술창작활동을 기반으로 한 이론과 실기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교육대상과 연령대를 고려해 물, 에너지, 생물다양성, 재활용, 대중교통, 지구촌 시민의식, 건강한 삶 등 7개 토픽을 선정, 8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 기수의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참여했던 모든 아이들이 함께 특별전을 연다. 이때에는 예술가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합쳐진 개성 넘치는 결과물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과장은 “전시까지 마지막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이 자아존중감도 높아지고 생태와 미술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커진다”며 “특히 지난 모든 과정을 정리하는 전시회는 아이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생태 상상력 쑥~쑥~

 1시간 이론 강의가 끝났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작시간. 아이들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거린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판넬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등 작품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림의 주제는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수업이 미술 수업이긴 하지만 꼭 그리기를 혹은 만들기를 잘해야 하는 게 아니예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나름대로 뭔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아이들과 창작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구민자 작가의 말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표현한다든가, 버스가 미리미리 섰으면 좋겠다든가, 굉장히 큰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든지. 덕분에 아이들의 그림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은 미술을 통해 자연과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자연을 위해) 뭘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처럼 예술작품이나 작가와의 만남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하나 더, 자연의 소중함을 덤으로 가져간다.

 “새로운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자유롭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어요. (창작을) 해보니까 환경이 그만큼 오염돼서 우리가 오염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이라도 환경을 아껴줘야 할 거 같아요.”

 생물다양성’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주형민군(안말초 2년)의 얘기다.

 아이들은 일정한 양의 물만으로 생활을 해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솔방울과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어보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알게된다. 또 1주일간 모아온 온갖 재활용품으로 만든 상상작품은 우리 주변에 아주 작고 쓸모없어 보였던 물건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유지영 주부(37·성남 분당구)는 “생태와 예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아이가 어려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가 신기해 하고 몸으로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주제를 이미지화 하는 것에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 같고, 에너지에 대해 배운 주에는 일주일 내내 콘센트를 뽑고 다닐 정도였다”고 좋아했다.

 

   

 

 

 

■ 우리 동네 생태예술 놀이터 ‘판교생태학습원’

 판교생태학습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는 520㎡ 규모의 실내 온실이다. 온실 공간은 크게 열대 과수원과 난대 식물원, 고사리원 등으로 구분된다. 열대 과수원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망고, 파파야, 구아바, 바오밥 나무 등이 이국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테마 전시관의 경우, 1층은 숲과 나무를 주제로 한 초록마을, 2층은 하늘·물·동물과 신재생 에너지를 주제로 한 파란마을과 하얀마을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종규 판교 생태 학습원 홍보팀장은 “이곳에서는 평소 아이들이 책으로만 접했던 숲, 습지 공간의 생태계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며 “터치 스크린, 게임 등 흥미로운 체험놀이를 통해 환경시설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과 연관한 정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 생태 해설가를 양성하는 ‘어린이 에코 도슨트’, 재활용품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청소년 에코 아티스트’,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생태학교’, ‘자연 먹거리’, ‘에코 런닝맨’과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은욱 전시과장은 “앞으로도 학습원을 생태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생태와 문학이 만  나고, 생태와 음악이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생태문화축제를 열 생각이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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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봄봄

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7회는 본지에서 작성한 부천 여러가지연구소의 아나바다 프로젝트 소식 "이 도서관에서는 내가 이야기꾼이예요!"가 개재되었으므로 해당 코너에서는 7회를 생략합니다. 해당 기사는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600499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8.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 한바퀴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자율방법순찰대원 들의 '춤바람' 이야기

 

장혜준 기자  |  wshj222@kyeonggi.com

 

   
 


 화성 반월동 자율방범순찰대원들이 춤바람이 났다.

 흔히 방범대원이라 하면 늦은 밤 동네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순찰 봉사를 하는 사람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은 방범대원들이 춤바람이 났다니 큰일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성시 반월동 방범대원들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르다.

 평소 순찰이 끝나면 자연스레 대포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이들에게 지난 4월 춤의 전도사들이 찾아왔다. 국민대 무용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Arts communication21’이 춤으로 50대 방범대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명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한바퀴’.(이하 빙빙) 지루박도, 차차차도 아니다. 그들 삶의 추억이 담긴 7080 노래에 그들만의 삶을 녹여낸 춤을 춘다. 그래서일까? 함께 춤을 배운지 5개월. “이런걸 어떻게 해”하며 쑥쓰러워하던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지지 않는다.

■ 흐르는 땀방울에 즐거움은 2배

 요즘 세계를 열광에 빠뜨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반월동 방범초소 옆 건물을 들썩이게 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민망한(?) 자세의 아저씨 군단이 스트레칭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사들이 돌아다니며 뻣뻣한 그들에게 자세교정을 해주자 여기저기서 “아~아파!”, “그만, 그만!”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팔, 다리는 후들후들거리고 중간에 주저앉는 사람도 눈에 띈다.

 잠깐의 휴식시간, 생소한 이름이 들려온다. ‘꽉꽉이’, ‘왕팔뚝’, ‘초콜렛’, ‘졸려’ 등. ‘빙빙’에는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어느 회사 사장이란 이름은 없다. 자신이 정한 별칭을 가진 ‘나’만 있을 뿐. ‘빙빙’ 안에서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자칭 꽃미남 강인형씨(졸려·53)는 “처음에 수업왔을 때 졸려서 별명을 졸려라고 지었다”며 “이제는 춤추는 게 재밌어서 안졸려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요’ 음악이 흘러나오자 흩어졌던 방범대원들이 대열을 갖추고 리듬을 탄다. 그런데 2주간의 방학을 보내고 온 탓일까? 안무도 가물가물, 동선도 가물가물이다. 강사들의 시범이 이어지자 이내 감각을 되찾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안무는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따라하기 쉬운 경례춤, 고스톱 춤에서부터 7080 시대를 평정했던 허슬춤까지 이어진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10여명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동작에서는 “네 팔뚝이 나 가리니까 뒤로 좀 빠져”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웃음 폭탄이 터졌다.

 가장 열심히 춤사위를 뽐내던 한상구씨(짱구·47)는 “지각할까봐 매주 목요일마다 밥도 안먹고 수업에 참여한다”며 “동작이 어려우면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선생님들이 우리에 맞는 춤을 쉽게 가르쳐줘 재미있다”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 방범대원의 무한변신, 위기는 있었다
 

 ‘빙빙’ 분위기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개개인마다 본업이 있고 밤마다 지역 순찰을 돌면서 매주 목요일 수업에 참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남자들이 무슨 춤을 춰?”, “오늘 약속 있는데” 등의 이유로 수업 참여율은 저조했고, 의리로 참여한 방범대원들 역시 시큰둥한 모습에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마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강사들조차 ‘빙빙’을 포기하려 했었다.

 이 때 김흥배씨(희망·53)의 결단이 ‘빙빙’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빙빙’ 존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합시다”를 외쳤던 것. 정식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 서명을 받았다. 방범대장 박길서씨(왕팔뚝·47)는 자신의 건물 중 비어있는 공간을 ‘빙빙’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반월동 방범대원의 ‘빙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4월 ‘빙빙’이 시작되고 호응도가 낮아 무산 위기에 빠졌었다”며 “프로그램 자체가 좋아 좀 더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 서명을 한 대원들은 달라졌다. 스스로 솔선수범을 하며 서로에게 참여를 독려했고, (사)화성지킴이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병점 1·2동, 기배동 방범대에도 프로그램 참여를 추전했다.

 박씨는 “처음엔 춤을 춘다는 게 나조차 의아했다. 1층에 있으면서도 “올라갈께요”라고 말하고 참여하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지금은 오히려 ‘빙빙’이 활력소가 돼 약속도 잡지 않는다. 오늘은 우리 얘기를 들은 병점 방범대가 참관 수업을 하고 갈 정도”라고 뿌듯해했다.

 강사 진승화씨(26)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눈 감고 내 얼굴 그리기, 마인드맵, 인생그래프 그리기 등까지 했었다”면서 “이제는 서로 손을 잡고 원을 만드는 춤을 출 때 더 신나하신다”며 그동안의 소감을 털어놨다.

   
 

■ 중년 남성, 세상에 눈을 뜨다


 ‘빙빙’을 처음 제안한건 다름 아닌 진창운씨(까치·55)의 딸 승화씨였다. 승화씨는 6년째 방범대원 일을 하고 있는 아빠가 순찰을 마친 뒤 매번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게 늘 못마땅했다.

 ‘Arts communication21’에서 활동 중이었던 승화씨는 단체에 이런 상황을 전했고, 논의 끝에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반월동 방범대원을 대상으로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한바퀴’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

 ‘빙빙’이라는 명칭은 BB세대(베이비부머)와 Being(존재)을 합쳐 만든 것으로 , ‘BB세대의 중년 남성들이여,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현재를 즐기자!’라는 큰 뜻을 담고 있다.

 방범대원들이 해석한 ‘빙빙’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순찰을 돌아서 빙빙, 춤을 춰서 빙빙, 술 한잔 해서 빙빙”이라는 것.

 딸 덕분에 어깨가 으씩해진다는 진씨는 “매주 내 자유시간 2시간을 빼앗긴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땀을 흘리고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희영 Arts communication21 대표(30)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춤을 가르치자가 아니라 중년 남성들이 잃어버린 자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며 “‘빙빙’을 통해 방범대원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을엔 방범대원 가족들과 함께 춤을 배울 수 있는 야유회를, 겨울엔 안무를 완성시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며 “프로그램이 끝나면 수업 시작 당시 인생그래프를 그렸던 것처럼 ‘빙빙’의 변천사를 그래프로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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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술문화단 놀패 '몸 열고, 바람 열고'

    집단놀이 통한 마음치유로 아이들 인성 '쑥쑥'

 

장혜준 기자  |  wshj222@kyeonggi.com

 

 

동네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 흔한 학원 하나 없다.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주전부리 할 수 있는 분식점도 없다. 연천군 청산면 풍경이다. 그럼 아이들은 뭘하며 놀까.


학교가 끝난 뒤, 딱히 할 것이 없는 이 곳 학생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거나, 간혹 말썽을 피워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곤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이 생겼다. 예술문화단 놀패가 전통유희를 이용해 연극을 가르치는 ‘몸 열고 마음 열고’ 프로그램을 갖고 청산면을 찾아온 것.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조차 하기 힘들어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게 된 기적, 어떻게 일어났을까?

   
 

■전래놀이로 하나되기


 

교회 예배당이 아이들의 놀이터다.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예배당을 강당으로 쓰도록 했던 것.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수업시작 시간인 오후 4시30분, 오지나 강사(여·36)가 우렁찬 목소리로 “얘들아!”를 외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사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나눠 ‘단체 사방치기’로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늘 그랬던것처럼 줄을 서고 순서를 정한다.

놀이가 시작되자 한 발로 7칸을 뛰고 마지막에 두발로 멋지게 착지한다. 특히 처음에 뛴 사람은 뒤를 이을 친구들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선에 가까운 곳에 착지해야 해서 부담감이 백배다. 게임 시작 전 금을 밟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선두로 나서 유독 사방치기를 잘했던 나지은양(13)은 “왼쪽 발가락 뼈가 휘어서 걱정했는데 한발 뛰기는 오른쪽으로 해서 다행”이라며 “여자팀 인원이 적어도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점잖은 여자팀과 달리 남자팀은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주위를 맴돈다. 여자팀에서는 이런 행동에 화를 내다가도 “그만 하고 똑바로 하자”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도 한 수 거든다. “올림픽 기간인데 페어플레이 하자”라고 말하자 남자팀은 멋쩍어 하면서도 정돈된 모습으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격렬한 남자팀과 여자팀의 대결은 결국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로 끝이 났지만 두 팀 모두 시종일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16명의 초등학생들은 푸른꿈 지역아동센터 소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에서 ‘몸 열고 마음 열고’ 수업을 받는다.

오 강사는 “초등학생이라 산만하지만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많이 배려한다”며 “수업의 시작을 사방치기 등 협동심이 필요한 전래놀이로 시작해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학생들은 모여라!” 오 강사의 한 마디에 쉬고 있던 아이들은 둥그렇게 앉아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색연필과 종이 한 장씩이 앞에 놓이고 ‘여러명이 단어로 시 짓기’가 이어졌다.


한 단어를 놓고 각각 한 줄의 문장을 만든 뒤 3~4명의 발표한 문장을 이어 한 편의 시를 짓는 놀이다. 첫번째 주제는 ‘피자’다. 맛있다, 먹고 싶다 등의 평범한 대답이 이어지던 중 김민혁군(13)이 “피자 8조각, 먹기엔 너무 부족하다”라는 인상깊은 한 마디로 ‘피자’라는 시 마지막 구절을 완성시켰다.

이어 ‘콜라’, ‘신발’이라는 시와 함께 ‘오지나 선생님’이라는 재미있는 주제가 결정됐다. 짖궂은 남자아이들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흰머리, 결혼 등 금지어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멋진 시를 만들어 냈고, 아직 한글에 서툰 한지삼군(8)과 나도현군(8)은 형,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종이에 자신의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권근영(여·23) 보조강사는 “가장 어린 지삼이와 도현이는 아직 한글 쓰는 것이 서투르다”며 “글을 쓰는 시간이 되면 항상 주위에서 지삼이와 도현이가 한글을 쓸 수 있게 가르쳐준다”고 전했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그림으로 만드는 우리이야기’다. 그림카드 5개를 놓고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꽃도 있고, 오로라도 있고, 여자도 있고 아이들은 어떤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까?

남자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여자 아이들은 토론을 여러 번 한 뒤 전지 위에 그림카드를 붙이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나도현군과 나지은양이 각각 팀의 발표자로 나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말에 있을 연극 공연을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연습하는 것은 이들에게 필수사항이다. “막장 드라마다~”, “무슨 공주가 저래?” 등의 반응도 잠깐, 오 강사가 그림카드를 들고 ‘목련의 사연’이라는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자 금세 눈이 똘망똘망해진다.

문미정 대표(여·40)는 “요즘 집단놀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평소 노는 걸 보니 서로 봐주는 게 없다”며 “함께 하는 놀이, 돕는 놀이를 통해 때론 즐기고, 때론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사회성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시작됐다


 

2년 전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은 발표는 물론 눈도 잘 마추지지 않는 소심함을 보였었다. 연천이 군 부대 지역인데다 농업이 주가 되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많아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예술문화단 놀패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서 공모한 ‘2012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를 통해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몸 열고 마음 열고’를 통해 개개인의 마음 치유는 물론 같은 마을, 같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까지 해결했다. 처음엔 같이 놀아주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 도와주고, 화가 나도 금방 화해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직접 각색한 연극 ‘연천골 백설공주’를 공연한 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조무선 푸른꿈 지역아동센터장은 “군인 자녀들은 하교를 하면 시내 학원으로 향하지만 이 곳 아이들은 대부분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성품, 인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 대표는 “예전엔 자존감이 부족해 어떤 반응도 기대할 수 없었는데 1년이 지나니 아이들이 애정표현 등 모든 것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연극 공연이 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와 자아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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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정원'

     사회와의 소통 통해 아이들의 상처 보듬어 주죠

 

윤철원 기자  |  ycw@kyeonggi.com

 

 

 

 

장 발장(Jean Valjean)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세상은 배척과 멸시로 그를 대했다.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속여 새 삶에서 성공했지만 과거의 굴레는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에 흐르는 모티브는 전과자란 ‘낙인’이다.

한번 낙인으로 찍히면 헤어날 수 없는 부조리한 사회 편견이 걸작을 나오게 했다. 18세기 미국에서 간통을 한 여성이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했던 ‘주홍글씨’ 역시 낙인의 대표적 예다. 현 시대에 육체적 낙인은 사라졌다.

그러나 정신적 낙인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의 목을 옥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대상에 새하얀 도화지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 지난 12일 안산시 선부동의 하늘꿈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편협되고 왜곡된 시선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 캡틴플레닛이 대신 만들어 주는 정원

이 아이들에게 누가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죄? 무정한 부모를 만나 혹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어버린 죄? 현행 법은 불가항력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빈곤층 자녀, 고아 등의 이유로 이 아이들을 기피 대상 혹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갔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이 심할 정도로 냉소적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했는데 ‘시끄러워!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기 일쑤였죠.”

하늘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양재혁 컬쳐커뮤니티동네 대표는 첫 수업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양 대표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가 가르치는 것은 그림 그리는 법이 아니다. 동양화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아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 제목도 ‘양재혁의 미술학교’가 아닌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substitute) 정원’이다. 캡틴플레닛은 자연을 지키는 만화속 히어로다.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캡틴플레닛이 되어 주민들 대신 정원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은 그렇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 “공공미술이요? 노는 거예요~”

“오늘 여기서 뭐해?”

“공공미술이요! 재밌는 거예요. 노는 거예요. 1주일이나 기다렸어요. 전 빠진 적 한 번도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김민수군(가명)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말은 빨랐고, 눈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이의 부모는 인근 공단에서 일을 했다. 아이에겐 틱장애가 있었고, 방과후 내내 센터에서 지냈다.

오후 3시 수업 시간이 가까워 오자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센터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여섯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20여명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어댔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그렇듯이 이곳 아이들 역시 상당수가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이었으며, 개중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 ‘그룹홈’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수업은 지난주에 심은 강남콩 싹을 인근 석수골 작은 도서관으로 옮겨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원은 아이들과 지역민들이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

“지난해에는 동네를 리폼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낙후됐거나 노후된 시설들을 수선해 주는 거였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집집마다 찾아다녔는데 문전박대를 받기 일쑤였죠.”

양 대표의 얘기다. 그렇게 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 바로 석수골 작은 도서관을 리폼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많은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드나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재활용품을 가지고 만든 사전 받침대 같은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이 쉽게 눈에 띠었다.

본 수업은 캡틴 플레닛을 상상력 넘치는 히어로로 만드는 게 핵심 목표다. ‘계란 안전장치 만들기’, ‘장풍 장치 만들기’ 등 오감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그 상상력은 고스란히 대신 정원에 투여된다.

양 대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공동체적 의식과 개별적 이미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결과는 과정안에 있다

“저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데, 지원해 주는 쪽에선 결과물을 원하죠. 수업이 종반에 가까워지면 저도 모르게 (결과물을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평가를 받아야 내년에도 교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양 대표는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지원 시스템으로는 안정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양 대표는 단체 실무자들이 아이들과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업을 실무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현영씨(37·여)는 “학교 수업 때문에 늦을까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수업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며 “어쨋든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센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낙인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수치와 좌절의 감정이 쌓인다. 시인 정호승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나를 쓰러뜨린다’며 ‘상처가 스승이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세월이 약이다. 그래도 낙인효과(labeling effect)라는 흉터는 오래 간다.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나쁜 쪽으로 변하는 게 인간 심성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목요일이 허전해질 것 같다”는 한 그룹홈 아이의 말처럼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 정원’은 이 아이들의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도록 보듬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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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토요일이 즐거운 ‘새싹비빔밥’

    문화예술적 감성통해 아이들의 아픔까지 어루만져요

 

 

 

장혜준 기자  |  wshj222@kyeonggi.com

 

 
 


‘주5일제 수업’ 시행 다섯달 째. 처음에는 늦잠도 자고, 인터넷 게임도 하고, 마음대로 TV리모콘도 돌려 보지만 그것도 한두달, 재미가 없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박물관, 미술관 등 각 지역 문화예술기관에서는 다양한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수원미술전시관이 진행하고 있는 ‘새싹 비빔밥’도 그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여러가지 음식 재료 대신 자연, 생명, 창조, 관계, 조화, 공감이라는 재료를 이용해 보고, 듣고, 맡고, 먹고, 만지기도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문화예술적 감성을 끄집어 내도록 돕고 있다. 박신혜(57ㆍ여) 새싹 비빔밥 강사는 “이 프로그램은 이벤트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매만져주고 캐어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오감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쉰을 넘긴 박신혜 강사, 그는 어떻게 초등학생 아이들의 ‘대장’이 됐을까.

   
 

■ 내 생각 자유롭게 표현하기


비가 유난히도 많이 내리던 지난달 30일 ‘새싹 비빔밥’이 진행되는 수원 어린이미술관체험관 문 앞에 선생님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때문에 학생들이 오지 못할까 하는 걱정에서다.

다행히 15명의 아이들이 질서있게 들어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이날 수업 주제는 ‘나만의 감성 화분만들기’. 이색적인 수업 주제에 순간 의아해 했지만, 다섯 번째 수업인지라 이내 아이들의 얼굴엔 뭔가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늘은 촉촉관계를 표현하는 날이라 내 마음속 생각을 화분으로 만들어볼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마인드 맵으로 알아볼까요?”
‘대장’ 박신혜 강사가 간단하게 수업내용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각자의 공책을 펴고,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 남자 아이가 이름 석 자를 써놓고 한참을 생각하다 ‘스마트폰에 대한 환상’, ‘자유’, ‘멘탈 붕괴’…. 쭉쭉 그려 나갔다.

옆에 앉은 이지은양(13)은 정확하게 현재 자신의 기분을 써내려갔다. 이 양은 “늦게 일어난데다 비가 와서 짜증이 났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걱정되는 것을 표현했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10여분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파람 주인공은 처음에 봤던 그 남자아이로 이름은 조준상(13)이었다. 조군은 “나모 모르게 공책 가득 내 생각을 적으니 기쁜 마음에 저절로 휘파람이 나왔다”며 “내가 쓴 이야기들이 어떤 화분으로 만들어질까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15명의 아이들은 샘물지역아동센터 소속으로 2주에 한 번씩 이곳에 와서 수업을 받는다.

박 강사는 “프로그램 시작 전 진행되는 마인드 맵은 아이들 뇌 속의 구조를 읽어보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들 마음은 단순하지만 맥락을 읽어보면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를 아이들도 이미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즐거움과 치유가 한 교실 안에
정신없이 마인드맵을 하던 아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실전(?)에 돌입했다. 바로 마인드 맵핑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해서 화분을 만드는 것.


아이들 앞에는 하얀 화분이 하나씩 놓여졌다. 책상 위에는 화분을 꾸밀 수 있는 아크릴 물감, 붓, 사인펜, 가위, 자 등 도구들이 있다.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교육은 학생 2~3인당 교사 1명이 옆에 붙어 아이들이 작품활동을 주도하고 교사가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조용하던 교실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자르는 아이, 물감으로 화분을 꾸미는 아이, 자기 그림을 선생님에게 자랑하는 아이들로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참여학생 중 가장 어린 이사랑양(7)은 자신을 닮은 귀여운 여자아이, 알록달록한 꽃을 그리고 “사랑해, 보고싶어, 예쁜 마음을 그려 화분에 꽃처럼 심었다”며 배시시 웃었다.

옆 책상에 앉은 강재영군(8)의 작품에서는 강군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림 하나하나 자를 대고 반듯하게 그리고, 색깔없이 연필로만 화분에 꽂을 ‘감성 꽃’을 완성시켰다.


이날 수업을 돕기 위해 참여한 이경선 한경대 교수는 생각지도 못했던 작품들이 나오자 계속 감탄사를 연발하며 아이들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 재영이가 만든 화분 정말 예쁘지 않아요? 재영이는 자와 연필만을 갖고 자신의 분명한 생각을 아릅다게 표현했어요. 신기하죠? 아이들이 만들고 있는 작품을 통해 그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 교수의 말이다.

아이들의 바쁜 손놀림에 작품이 하나둘 완성되기 시작됐다.


“여러분, 자리를 정리하고 친구들 작품을 구경해볼까요?”

박 강사의 말이 떨어지자 꾀부리는 아이 하나없이 정리정돈을 하기 시작했다. 무대가 만들어지고 박신혜 강사가 MC가 됐다. 자신이 만든 감성화분을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랑할 시간이다.

처음부터 손을 들며 적극적으로 발표에 나선 조도상군(10)은 축구대회에서 이겼을 때, 반 친구 32명 모두가 자신의 친구라 기쁘다는 등의 꽃을 소개했다. ‘마음의 부자’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특히 조군은 하얀 화분을 다양한 색깔로 칠해놓고 “오늘 아크릴물감을 처음 썼는데 잘 마르는 특징을 갖고 있는 것도 알게 됐다”며 씩씩하게 발표를 마쳤다.

머뭇거리던 황충민군(13)은 수학시험이 사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우주비행사가 돼 우주에 가고 싶은 마음 등을 캐릭터화 해 표현했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싫은 수학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사들의 피드백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 강사는 “사실 오늘 발표를 한 아이 중 한 명은 지난번 역할극 시간에 소리내어 울었었다. 늘 우울해있던 아이가 마음 속 이야기를 우리에게 꺼낸 것”이라며 “오늘도 마음 깊은 속에 있는 자신의 느낌을 발표하는 걸 보니 아이의 마음이 열리고 있는 과정이라는 걸 느꼈다 ”고 예술과 치유의 어우러짐을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만들고 그리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몰랐던 자신의 귀중함, 그리고 마음 속의 숨겨놨던 아픔까지 어루만질 수 있어야 비로서 프로그램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토요문화학교, 통합교육프로그램 필요하다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토요학교가 생겨나고 있지만 미술, 공연예술, 치유 등의 교육이 합쳐진 통합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사회변화에 따라 맞벌이, 한부모, 저소득층 등의 가정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을만큼의 깜냥을 갖춘 통합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런 가운데 ‘새싹비빕밥’은 맛있는 예술재료를 통해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하는 놀이예술로 서로의 감정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나눌 수 있어 토요문화학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언어습득력은 물론 자기표현력이 뚜렷해지는 아이들의 변화에 학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사랑양의 어머니 신지영씨(34)는 “사랑이가 독후감을 쓰는 데 글을 쓰는 걸 힘들어했다. 평소 미술을 좋아해 센터에 오게 됐는데 마인드맵, 다양한 체험 등을 통해 언어 구사 능력이 향상됐다”며 “한 분야 교육에 치우치지 않고 함께 진행되니 전체적으로 발달되는 것 같아 정말 좋다”고 말했다.

박신혜 강사는“사실 새싹비빔밥에 배치된 교사가 2명 뿐이다. 매 수업마다 여러명의 선생님이 좋은 취지를 알고 참여해준다”며 “아이가 사회라는 자연망 속에서, 사회라는 숲 속에서 건강하게 관계를 맺게 돕는 것이 여기에 있는 교사들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아이들은 어른과 달라 A와 B가 연계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이 이어지면 C라는 또다른 생각을 얻어낼 수 있다”면서 “미술이면 미술, 수학이면 수학 하나 분야에만 집중된 현재 교육현실보다 이들 모두를 합친 통합프로그램으로 아이의 영특함과 자존감을 형성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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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한도전 문화예술여행

    학교밖 청소년들의 커뮤니티 마인드 키워주는 '디딤돌' 

 

윤철원 기자  |  ycw@kyeonggi.com

 

   
 

 그 흔한 ‘대학 가자!’란 급훈도 없다. 그렇다고 칠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떠든다고 조용히 시키는 반장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과서 대신 커터 칼과 골판지를 손에 들었다. 교실이라고 하기에는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작업장에 가깝다.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의 미술수업 풍경이다. 이곳이 여느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또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걸 공부해라!’라고 하지만 이곳에선 ‘뭘 배우고 싶니?’라고 묻는다는 것. 이훈희 아트포럼 리 대표는 “이곳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해라’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수업은 학생들의 자율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 학교밖 청소년

 “힘들어 죽겠어요. 제들은 선풍기에 에어컨까지 틀고 시원하게 하잖아요. 여기 올 땐 옷도 제대로 못 입어요. 작업을 해야 돼서….”

 자칭 거리의 패셔니스타답게 서상범군(17)은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렌즈 없는 안경으로 멋을 냈다. “재밌냐?”는 질문에 그는 불평불만을 쏟아 냈지만, 그러면서도 커다란 골판지에 도안을 하고, 칼질을 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건축가가 된양 사뭇 진지했다.

 서군을 비롯해 이날 수업에 참여한 6명의 학생들은 부천시민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대안공간 무한도전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은 학업을 중단했거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학교밖 청소년들이다. 아트포럼 리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훈희 대표는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고를 하지 그 이외의 아이들에 대한 지원 체계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가 이 도시 시스템에서 결핍돼 있는 부분을 채워주면 다음 단계에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군은 초등학교 졸업후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복학 타이밍을 놓친 케이스다. 검정고시를 통과해 또래보다 1년 일찍 졸업했다. 앞서 이 대표로부터 서군이 입체 작업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들은 터라 “혹시 건축학과를 가고 싶냐?”고 말을 건냈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어렸을 땐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요리사라고 하면 다들 노가다다, 힘들다고 해서 접었다. 지금은 그냥 기타 치고 싶으면 기타 치고, 드럼 배우고 싶으면 드럼 배우면서 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작업은 별로지만 선생님들과 얘기하면서 노는 게 요즘 낙”이란다.

 

   
 

 

■ “가르치지 않아요. 함께 할 뿐…”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진행된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교과 과정과 주제는 따로 없다. 물론 점수도 매기지 않는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구체화 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를 하더라고요. 항상 제 상상 이상이었요.”
 

 무한도전학교 임미미 교사의 얘기다.

 올해 수업 주제는 ‘파견출장카페’다. 이 또한 커피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이들이 직접 제안한 것. 재료는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골판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엔 종이 박스를 주어다가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큰 박스를 구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안산에 있는 골판지 공장에 견학을 갔습니다. 여기서 골판지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해 배웠죠.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은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난관에 부딪히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몸에 익히고, 협력의 힘을 배우게 된다.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작업 동료다.

 또 이 수업의 특징은 유난히 말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작가들은 작업을 하는 내내 끊임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작업과 관련된 얘기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있었던 일, 여자친구 얘기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훈희 대표는 “이 수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며 “그 옛날 마을공동체 안에서 모든 교육이 이뤄졌듯이, 아이들에게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 치료가 아닌 인정


 

   
 

 모든 아이들이 골판지와 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옆 작업실에서 한 여성이 다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이승민(21), 이곳에서 수업을 받은 지는 1년 정도, 그는 기름종이를 자르고 붙이면서 관절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왜 같이 안하냐?”고 묻자 “재미없다”고 짧게 답했다. 작업에 대한 호기심 반, 더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 반에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질문을 이었다. 그는 “틀을 만들어 본을 뜨고…”,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친절하게 답해줬다. 그때 우리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작가가 한 마디 던졌다.

 “승민이, 오늘 컨디션 좋은 데 대답도 잘 해주고. 기자님 감사하셔야 돼요.”

 그 말을 듣자, 이씨는 살짝 미소를 보인 뒤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쉼터에서 생활해 왔으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에 승민이가 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술심리치료사를 붙여야 하나 생각했죠. 하지만 선생님들과 의논한 결과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건 우리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어차피 승민이는 병원에 다니고 있으니까, 우리들은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이씨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편한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수업에 빠지지 않게 도왔다. 그렇게 사회와의 접촉면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 나갔다.

 “사람의 선이 좋다”는 이씨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졌다”며 “선생님들 보러 온다”고 했다.

   
      이훈희 아트포럼 리 대표.

■ 제2, 제3의 아트포럼 리 있어야


 부천에서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은 아트포럼 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부천의 학업중단 청소년 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저소득, 한부모, 조부모 등의 해체가정으로 이에 따른 자녀방임, 학업중단, 정서장애 등 심각한 청소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이 수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기록을 남겨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메뉴얼을 바탕으로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단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술은 상처가 있고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느낌,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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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2. 문화예술교육에 희망을 담자

   '기형적' 문화예술교육 …가능성ㆍ문제점 바로보는 계기 삼을 것

 

 

윤철원 기자  |  ycw@kyeonggi.com 

 

 

 

 경기일보는 2012 기획 시리즈 ‘飛上하는 에듀-클래스’를 연재하기에 앞서 기획 의도를 구체화하고 심도 깊은 지면 구성을 위해 지난 21일 경기문화재단 회의실에서 3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하고 기획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여한 자문위원은 백령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을 비롯해 강원재 ○○은대학연구소 1소장, 임재춘 경기문화예술지원센터 센터장 등 3명이다.

 이날 자문위원들은 “문화예술교육은 21세기 화두인 창의산업을 이끌어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잠재울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현실은 운영 철학의 부재 및 제반 여건으로 인해 기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이번 기획시리즈가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을 도출해내고, 예술강사는 물론 정책입안자 등 관계자들이 문화예술교육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자문위원들의 조언을 정리했다.

 

 

 

임재춘 센터장 = 올해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토요문화학교’라는 사업이 전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경우 주 5일 수업제 실시 이후 지역사회에서 어떤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어째됐든 이 사업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된다. 지금이라도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쟁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공론화하고 짚어보는 자리를 갖기 위해 이번 기획시리즈를 제안하게 됐다.

 내용은 크게 예술강사를 중심으로 한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주 5일 수업제에 대비한 문화예술교육, 그리고 사회 문화예술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백령 연구위원 = 문헌상으로 보면 한국에서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논의는 90년대 중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세계화라는 전략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 미국 등 선진국들에서는 21세기 차세대 산업으로 창의 산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의도는 좋았다. 21세기 창의 산업을 준비하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입식·입시 위주의 교육으로는 안되니까, 대안적 교육지원체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정책으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관이 모든 것을 주도하다 보니까, 교육부와 문화부로 대별되는 부처간 협조의 한계,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인해 창의 인재 양성과 예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성을 잃어버렸다. 거기다 이번 정부 들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 명분 아래 예술강사를 대폭 늘리면서 유래없이 몸집을 불려 놓은 상태가 됐고, 본래의 의미는 더욱더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강원재 소장 =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은 가치로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한 기관의 사업 혹은 파워로서 살아남으려고 자꾸 뭔가를 만들어 나가다 보니까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창의 인성 개발에 기여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더 나아가 마을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거나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 참여 및 혁신, 통합에 기여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는 더 다양하고 많다. 문화예술교육의 기본 목적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있다.

임재춘 센터장 =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축약되고 생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작 중요한 예술에 대한 논의가 거의 병행되지 못했다.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을 치유했다거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가시적인 성과로 잡아낼 수 있는 실용적인 형태로만 남아 있다. 그러다보니 무형의 또는 경험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감각적인 성과들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강원재 소장 =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일상생활 속에 문화예술교육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적인 학교 커리큘럼이 창의 인성교육과는 동떨어진 상황속에서 2주에 한 번 정도 문화예술교육을 받는다고 했을 때는 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어떤 교육이든지 제대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관계 형성 즉, 상호간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아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이해로부터 예술적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2주에 한 번 만나는 예술강사로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담당교사와의 협업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재춘 센터장 =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유희본능에 기초해서 예술을 즐겁게 맛보게 하는 단계가 있고, 그 다음에는 예술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예술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단계이며, 마지막은 예술을 통해 어떤 학습주제나 내용을 익힐 수 있는 단계다.

 대부분의 학교 교사들이 원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이 마지막 단계이다. 하지만 문제는 예술강사들이 과연 마지막 단계를 소화해 낼 수 있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교육현실은 학교교육 혹은 사회교육 그 어느 영역에서도 예술강사들이 이같은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것이 더 큰 문제다. 오히려 이러한 소양을 갖추는 것은 예술강사 개인의 문제로 맡겨져 있다.

 학교가 요구하는 예술강사의 역할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예술강사 제도에는 분명한 괴리점이 존재한다.

백령 연구위원 = 창의성이라는 것은 진공 상태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일례로 아이들과 함께 학내 공간 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단순히 “이 공간을 어떻게 고쳤으면 좋겠어?”라고 묻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그 공간에 대해 스스로 의미를 찾고 해석을 하면서 행위로서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술적·창발적 사고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이 성과를 내기에 우리 교육현장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너무나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임재춘 센터장 = 창의성이라는 것은 일정한 지식이 축적돼 있는 상황에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창의성은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끊임없이 적층된 지식 위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창의적인 교육인데, 우리는 이런 전제가 없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는 예술강사들의 문제도, 학교 교사들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교육의 총체적인 문제다.

강원재 소장 = 영화 은교를 보면 여주인공이 ‘하늘의 별이 다 같은 별이 아니다’라는 미학적 체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한 번의 체험은 여주인공의 삶을 끊임없이 변화시켜나간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은 단 한 번의 체험일지언정 지속적으로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역할을 한다.

 사회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화예술교육은 마을 공동체, 즉 커뮤니티를 촉진하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큰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예술 작업을 함께 하면서 서로 연대감과 연결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공동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그것 자체가 공동체 예술이자 공동체 예술교육이다.

 이외에도 문화예술은 소외 계층들의 사회 참여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사회 혁신의 자발적 흐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백령 연구위원 = 한국의 문화예술교육은 변하고 있고, 과정으로 봐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틀안에서 변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다. 예술 치료처럼 기적을 보여주는 기획이 아니라, 잔잔하게 진행되고 있는 과정속에서 작은 것일지라도 가능성을 발굴해 나가는 기획시리즈가 됐으면 한다.

강원재 소장 = 미디어의 성격을 살려 현장 안에서 제대로 안되는 조건들, 더 잘될 수 있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꼼꼼히 들여다 보는 기획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문화예술교육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아 나갈 때 훨씬 많은 가치론들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임재춘 센터장 = 학교 예술강사나 지역 예술강사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됐으면 한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사연이야 어떻든 그분들의 동기, 의도는 값진 것들이다. 그리고 이번 기획시리즈를 통해 문화예술교육 관련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밝은 면과 그늘진 면을 균형있게 짚어주었으면 좋겠다.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문제는 개개인의 문제나 자질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책임·역할·환경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공론이 만들어져 보다 나은 환경이나 조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리즈가 됐으면 좋겠다.

정리=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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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1. 프롤로그

    자기다움 찾아가며 감수성 기르는 것에서 시작

 

현병호  |  webmaster@kyeonggi.com

격월간 교육잡지 '민들레' 발행인

 

 

 

 문화와 예술의 근본은 ‘자기다움’에 있다. 자기다움의 가치를 아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토대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명품에 혹하고 성형수술이 만연하는 것도 자기다움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탓이다. 어린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당당하면 못생긴 얼굴도 아름다울 수 있건만, 아름다움에 눈먼 이들이 애써서 망쳐 놓는 것이 이 시대의 풍조인 듯하다.

 시대가 이러하기에 더 문화예술에 주목하게 되는 것일까. 주 5일제 근무가 확산되고 초중고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서 문화예술교육 영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학교에 예술강사제를 도입하고, 지역사회를 연계한 프로그램과 방과후 프로그램이 확충되고 있다.

 또 문화의집이나 박물관, 미술관 같은 지역의 문화시설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 이주여성 같이 소외 계층을 위한 문화예술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우리 사회가 먹고살 만해지면서 비로소 문화와 예술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게 된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문화예술조차 경제의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BUY KOREA’를 외치는 문화관광부가 문화를 관광자원으로 바라보듯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창의성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시각도 정책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듯하다. 과거의 인적자원이 ‘말 잘 듣는’ 국민이었다면 21세기의 인적자원은 ‘창의성 있는’ 국민이기에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방편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잘살아 보세’의 21세기판 리메이크인 셈이다.

그러나 문화예술 영역은 5개년 경제개발 하듯이 국가가 앞장서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문화예술 진흥도 고속도로 놓듯이 후다닥 해치우고 싶겠지만, 사람이나 과일이나 제대로 익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문화와 예술은 창의성 개발이나 경제 같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삶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신명나게 배우고, 신명나게 놀고, 신명나게 일하면 저절로 창의력도 생겨나고 진짜 경쟁력도 생겨난다. 아이들의 신명을 죽이는 교육환경을 그대로 둔 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운운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창의성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창의성을 원한다면 무엇보다 아이들 스스로 자기 삶을 기획하고 창조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시간을 다 빼앗아서는 촘촘한 시간표를 짜서 던져주고, 귀밑머리 3㎝와 5㎝의 차이가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고 믿는 한, 문화예술교육은 공염불이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머리 모양을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브랜드를 따지기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분위기에 맞춰 조화롭게 입을 줄 알도록 배려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감수성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질 수 있다.

   
 

자기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공감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한다면, 이는 예술가로 불리는 특정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진실로 잘 살기 위해서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표현하고 주변 사람과 소통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잘사는’ 것을 넘어 ‘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참된 가치와 역할은 그런 흐름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자기다움을 찾으면서 살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한다면 문화예술은 밥만큼이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양식이다.

   
 

표현과 소통의 능력은 감수성을 토대로 자란다. 감수성을 기르는 데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존재를 애정을 갖고 관찰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감수성이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풀 한 포기에 애정을 갖고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호철 선생이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살아 있는 그림 그리기’ 결과물들을 보면 관찰력이 자라면서 아이들의 그림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툰 선 그림도 대상에 몰입해서 애정을 갖고 그렸다면 그 나름으로 아름답다. 풀 한 포기를 세심하게 관찰한 경험은 아이들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떤 일이든 실제적인 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을 제대로 하자면 대충 보고 넘겨서는 안 된다. 체험 수준의 맛보기식 활동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대충 하지 않게 된다. 목공이나 도예 같은 손작업은 관찰력과 심미안을 길러 준다. 자유로운 손놀림은 단순히 손 기능을 넘어서 자유로운 사고로도 이어진다.

한 사회의 예술적 감수성은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예술성이 살아 숨쉬는 건축물을 보면서 자란 사람이라면 창고 하나를 짓더라도 허접하게 짓지 않게 된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슬라브 지붕 형태의 조악한 건물들이 들어선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날마다 콘크리트 상자 같은 학교 건물을 보면서 자란 사람들이 보고 배운대로 지었을 뿐이니. 안목이 있으려면 본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공간이 곧 교사인 셈이다. 물론 그 공간을 만들고 아름답게 가꾸는 어른들의 작업 과정을 보면서 자란다면 더욱 훌륭한 교육이 될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가 잘 짜여진 예술교육의 결과물이 아니듯이, 문화와 예술은 기실 ‘교육’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된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는 비노바 바베의 말은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더욱 진실일 것이다. 교육만능주의의 함정을 조심할 일이다. 진짜 예술교육은 교육 자체가 예술이 될 때 가능하다. 예술교육을 넘어서 교육예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사가 따로 있기보다 모든 교사가 교육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 가운데 모든 것을 가르치는 것이 바로 최고의 교육예술일 것이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신명나고, 그 신명이 아이들에게 전염되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어른으로 함께 자라는 교육예술이 펼쳐진다면, 그 어떤 예술보다 인생을 걸어볼 만한 예술이 아닐까. 교육이 예술적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일상의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때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이 꽃필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유달리 신명이 많은 피를 타고 났으니, 신명이 살아나는 사회환경, 교육환경을 만들면 문화와 예술은 절로 꽃을 피울 것이다. 멀리 보고 땅심을 기르는 데 주력할 때다.

현병호 교육잡지 격월간 ‘민들레’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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