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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20. 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

장혜준 기자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김홍도, 피카소, 마네…. TV 혹은 학교 미술시간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들의 정체는 바로 동ㆍ서양 미술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화가들이다. 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난 이들의 발자취를 만나려면 전시를 일일이 찾아다니거나 도서관, 인터넷에서 수없이 많은 검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매주 다른 화가들을 만나면서 그와 닮은 내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광주문화스포츠센터가 야심 차게 마련한 ‘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다. 위대한 예술가를 만나 자아를 찾고 있다는 광주지역 아이들의 수업이 궁금해 살짝(?) 청강해봤다.

   

 

 

■예술가의 삶, 그리고 나를 찾다


 시끌벅적한 교실에 들어서니 스크린에는 피카소의 작품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20명의 아이는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다리며 스케치북을 준비하고 물을 떠 오는 등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정아 강사는 피카소가 입체파 화가라는 설명과 함께 오늘의 주제는 ‘나의 우상은 누구인가’라고 소개했다. 피카소가 비록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훗날 많은 화가의 우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얼굴을 입체적으로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피카소 특유의 표현법으로 내 우상을 표현해야 한다니 아이들의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졌다.

 한 얼굴에 두 가지 형태의 얼굴이 그려진 선생님의 시범에 아이들은 이해했다는 듯 금방 스케치북으로 눈이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미술 시간인데 아이들이 글짓기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은 나의 우상이 누구인지 골똘히 생각한 뒤 왜 우상인지 적어내려 갔다. 단순히 예술가를 알고 그림을 그리는 한정된 수업에서 벗어나 글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실히 정한 뒤 붓터치로 표현하는 남다른 수업방식이었던 것.

 아이들의 우상은 친구, 엄마, 하느님 등 다양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우상을 그리고 색칠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을 때에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의 우상이 개그맨 김병만이라는 전희정양(12ㆍ탄벌초5)은 “한 예능 프로에서 족장으로 나오는 김병만은 뛰어난 리더십과 함께 운동 실력도 좋아 우상으로 삼았다”면서 “나도 험한 곳에서 친구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3시간의 수업이 끝나갈 때쯤 아이들의 작품도 서서히 완성되기 시작했다. 글짓기, 그림 그리기에 이어 이번에 발표 시간이란다. 예술가를 알고, 내 삶을 표현하고, 표현력까지 키워주는 맞춤식 교육임을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고흐와 피카소를 한 화면에 담은 김세연군(11ㆍ번천초4)은 반추상적인 피카소 예술세계에 맞춰 설명했다.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측면)과 피카소의 정면 얼굴이 합쳐져 파이프가 피카소의 눈물처럼 연결된 그림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군은 “부모님과 피카소, 고흐 전시회에 직접 가서 작품을 많이 봤다”며 “우상을 떠올리다 두 화가의 얼굴을 합치면 피카소 작품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주 다른 예술가를 만나다


 이처럼 어른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는 1기와 2기로 나뉘어 각각 4~7월, 8~12월 진행됐다. 한 기수당 초등학교 3~6학년생 20명씩 모두 40명이 참가했다.

 피카소뿐만 아니라 마네, 마티스, 세잔, 르누아르, 고갱 등 16명의 화가를 회화와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만나는 이 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이 공모한 ‘2012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선정돼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초등학생들의 토요일을 예술의 세계로 인도했다. 위대한 화가와 나라는 존재를 화가들의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스토리텔링 과정으로 알아보고 창의성을 확대해가는 발판이 된 것.

 수업이 실내에서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에는 센터에서 열린 ‘꿈꾸는 상자전-미술을 삼킨 나의 즐거운 상상’에 참여해 여러 작가의 작품세계를 직접 체험했다. 또 탄생 80주년을 맞은 백남준 선생을 만날 수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 DMC홍보관 등을 견학하고 미디어 아트와 인터렉티브 디지털 작품을 경험했다.

 실내, 실외에서 만난 예술가를 통해 미술사적 자취를 더듬어 보고 글을 쓰고 색연필, 먹물, 물감 등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는 방식에 발표까지 어우러져 어린이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다.

 김정아 강사는 “화가들을 선정할 때 자아의식이 강했던 사람들 위주로 골랐다. 아이들이 화가들을 통해 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던 것”이라며 “화가의 기법적인 부분을 흉내 내기 보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화가와 나를 연결했을 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에서 출발했지만 그림을 통해 나는 물론 다른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결실에 학부모 웃음꽃

 지난 15일 광주문화스포츠센터 1층에 마련된 갤러리는 학부모와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수업에 참가한 1ㆍ2기 학생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던 것.

 40명의 어린이 화가들과 학부모, 강사들까지 끝까지 수업이 잘 진행됐다는 자축의 잔을 들며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벽에는 가장 잘 만든 작품 한 점씩이, 한쪽에 마련된 전시대에는 16명의 화가는 만난 아이들의 결실인 ‘아트북’이 전시돼 있었다. 어린이 화가들의 창의적 작품이 자신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지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아 강사는 천진난만한 어린이 화가들과 함께 갤러리를 돌며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작품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자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채지원군의 어머니 김영출씨(43)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 배운 화가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전시로 보니 대견하다”며 “단순 그림 지도만 하는 미술학원보다 아이가 훨씬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런 수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임선주 센터 기획공연팀 대리는 “모집 당시 신청인원이 많아 선별해야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아이들이 16명의 화가를 통해 드로잉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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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외우는 역사는 싫어! 예술로 만나는 역사에 푹 빠졌네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장혜준 기자

 

 

 

 

 “얼굴에는 미소, 마음에는 평화,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감사” 둥그런 원을 그리며 무대 위를 걷는 아이들의 명상 소리가 들려온다. 완벽해 보이진 않지만 진지한 모습으로 관객들도 명상에 빠지게 하더니 이내 어렵다던 고대 문명 이야기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대 위 주인공들은 바로 지난 4월부터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수업에 참가했던 4~6학년 20명의 학생들. 8개월 동안의 수업이 막을 내리는 지난 8일 오전 서수원주민편익시설 희망샘도서관에서 그들을 만났다.


■인류 문명 예술과 만나다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문명, 인더스문명.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빨간 펜으로 교과서에 밑줄 그으며 무작정 외우고 시험 봤던 기억 때문은 아닐지.

 하지만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수업은 다르다. 굳이 애써 암기하지 않아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강사의 설명과 함께 당시의 놀이, 문자, 경전 등을 문학, 미술, 음악, 연극으로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명 수업이 열리는 교실에는 책상도, 의자도 없다.

 고대 그 시절 그때처럼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선생님이 들려주는 메소포타미아의 수학, 이집트의 사회조직, 대홍수와 마누의 물고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필기 시간도, 시험도 당연히 없다. 대신 배운 내용을 몸소 체험한다.

 당시 사람들이 흙을 자주 이용했다는 특징을 살려 옹기토에 자신의 발자국을 찍어 족적을 남기고, 인도 우화 ‘생쥐와 상인’을 듣고 직접 바느질을 하며 작은 생쥐를 만든다. 

 

   
 
   
 

 또 아직도 해독하지 못한 고대 인도문자를 직접 써보며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21세기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고대 신들은 연극을 통해 만나보고 신의 특징과 당시 시대상을 경험한다.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시간에 간식 시간도 빠질 수 없는데 메뉴 역시 색다르다.

 그날 배운 수업과 관련 있는 간식으로 아이들이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인류는 알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첫 수업 시간엔 달걀을, 이집트 문명 당시엔 그들이 즐겨 먹었던 빵과 포도 주스를 먹는다.

 이 연관성을 눈치 챈 아이들이 매번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간식을 먹을지에 대해 궁금해하며 수수께끼를 맞추듯 서로 다른 답을 쏟아냈다는 후문이다.

 한동균(11ㆍ호매실초4)군은 “책으로 읽을 때는 어려운 게 많았다. 여기서는 시험도 안 보고 놀면서 배워서 좋다”며 “인도문자를 해석하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인더스문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문명과의 8개월 대장정…아이들 손으로 만들어지다

 지난 4월7일 시작한 문명 수업도 끝이 났다. 그동안 배웠던 내용과 작품을 아빠, 엄마에게 보여주는 ‘인더스 문명체험 매듭잔치’날.

 한 문명이 끝날 때마다 부모님을 초청해서 보여주는 실연형 수업 방식으로 앞서 지난 7월과 9월에도 각각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 문명에 대해 선보인 바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체험 매듭잔치에서는 처음인지라 긴장을 많이 해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고.

 하지만 세 번째로 진행된 이날 발표회에서는 사회부터 순서 안배까지 모두 아이들이 맡아서 진행했다.

 마이크를 들고 장난치고, 친구들과 떠들던 아이들이 리허설이 시작되자 의젓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마치 부모님들이 와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연습에 임했다.

 사회자인 제갈진(12ㆍ영통초5)양의 지휘 아래 순서를 익히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만들어왔던 왔던 작품을 이름표와 함께 전시했다.

 어느 정도 발표회 준비를 마쳤을 때 카메라를 든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강당에 들어와 작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침내 “나마스떼” 인도식 인사로 발표회 막을 올린 아이들은 걸으면서 명상하고 다 함께 ‘동방의 불빛’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이어 아이들이 인도의 종교, 카스트제도, 힌두교와 윤회, 암베르까르, 인도의 신 등 주제별로 일어나 발표했다.

 자신이 맡은 주제에 대해 아이들은 술술 풀어나갔고,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물론 100% 성공은 아니었다.

   
 

 한 아이가 긴장했는지 한참을 이야기하다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이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더니 발아래 놓여 있는 컨닝페이퍼를 보며 다시 발표를 이어가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이들의 발표가 끝난 뒤 마련된 ‘부모님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소감나누기’ 시간이다.

 다과를 나눠 먹으며 학부모와 아이들이 자기가 만든 작품들을 설명해주고 무대 위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진풍경이었다.

 아이들의 어깨는 으쓱해지고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제양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토요일에 수업에 참가해서 싫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토요일이 기다려진다”며 “오늘 마지막 수업이라 아쉽지만 내가 직접 사회를 보고 아빠, 엄마에게 우리가 배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분이 최고”라고 말했다.

  조영효군 어머니 이미정(42)씨는 “우리 아이가 원래 내성적이었는데 수업에 참가한 이후에 발표력이 좋아졌다”며 “문명을 배우는 동시에 성격까지 외향적으로 바뀌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고대 문명이 ‘온전한 교육’이라는 철학 아래

 스마트폰, 컴퓨터 게임, 텔레비전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이처럼 고대 문명에 푹 빠지게 한 이가 있으니 10여년째 ‘예술로 배우는 인류 원(原)문명’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손채수 교육예술연구소 초암 소장이다.

 이 수업은 본래 영재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됐었지만 손 소장은 올해 경기문화재단 토요문화학교 차오름 프로그램에 지원해 일반 아이들에게도 강의형, 체험형, 실연형으로 구성된 해당 수업을 진행했다.

 고대문명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알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

 이에 따라 수업에서는 인간의 발달이 한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기 위해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고대인의 삶을 통해 아이들이 지혜롭고 재치있게 삶을 살아가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방법도 제시한다.

 손채주 강사는 “‘온전한 교육’이라는 교육 철학 아래 고대 사람들이 지금에 비해 낮은 문명에 살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문명의 바퀴가 천천히 돌며 인류를 발전시킨 역사를 공부가 아닌 예술로서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수업은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에 몰입하고 손으로 직접 작업을 하며 내용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것이 중심”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사진=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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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17.'학교폭력ㆍ왕따' 토론으로 해법 찾기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포럼연극 ‘눈사람?눈사람!

 

장혜준 기자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한 고등학생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서 빠지지 않고 들리는 뉴스 보도, 학교폭력 그리고 자살(자살시도).

 올 1~11월 정신건강검진을 받은 경기지역 초ㆍ중ㆍ고생 1만3천649명 가운데 최근 3개월 내 자살을 시도하거나 생각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3천457명에 달했다는 경기도 정신보건센터의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학교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지만 어른들이 말로만 전하는 예방책에 학생들은 반응조차 없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이 직접 나서서 학교폭력 현장을 과감하게 바꿔버릴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PRAXIS)가 만든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포럼연극 ‘눈사람? 눈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토론으로 시작되는 연극을 아시나요?

 지난 19일 오전 “집중 박수 시작!” 우렁찬 진행자의 목소리가 수원 당수초등학교 강당을 뒤흔든다. 왁자지껄 친구들과 장난을 치느라 정신없던 당수초 6학년 학생 180여명은 “짝짝~짝짝짝 집중!”을 받아치며 이내 귀를 기울인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ㆍ걸상 몇 개가 있는 소박한 무대에서 연극을 보여준다더니 갑자기 학교폭력, 이른바 ‘왕따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진행자는 무대에서 펼쳐질 연극을 소개한다. 학교폭력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집단 왕따가 일어나는 연극을 관람한 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해 잘못된 장면을 자기 생각대로 바꿔보는 ‘눈사람?눈사람!’이라는 것.

 3D도 4D 영상도 아닌 배우들이 나와 속마음까지 말해주는 5D(?)의 한 장면으로 토론이 시작됐다.

 때리는 포즈를 한 남학생, 몸을 웅크리고 맞는 학생, 지켜보는 학생,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어른. “때리지 마”라고 속마음을 이야기 한 친구를 위해 학생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며 “그러면 안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용기있는 학생 하나가 무대로 나왔다. “괴롭히지 말고, 때리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친구는 신고하고, 어른은 말려야 된다”고 말하며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을 일일이 바꿔줬다.

 본 연극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이미지 전환하기, 질문던지기 등을 통해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하고, 처음 경험해보는 포럼연극을 이해하며, 마치 자신의 상황인 것처럼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지연 프락시스 대표는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머리로는 알고, 머리로 답을 하지만 마음으로 오는 지점은 애매하다”면서 “학생들이 관객이 아닌 상황의 변화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접근해 그들이 머리로 아는 답이 과연 진짜일까라는 과정을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관객이 배우가 되는 ‘눈사람?눈사람!’

 막이 바뀌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자살 고교생, 사망 전 폭행’, ‘대구서 9개월 새 9명 자살’, ‘카톡 때문에 자살’ 등 학교폭력에 관련된 기사들이 이어졌다.

 남학생 2명, 여학생 2명, 전학생, 선생님, 엄마가 출연하는 연극이 드디어 시작됐다. 내용은 이렇다. 영어 연극 대회에 나가게 된 ‘하나’네 반에 영어를 잘하는 ‘소민’이가 전학을 온다.

 ‘소민’은 아이들이 맡기 싫어하는 나쁜 역할의 주인공을, 반장 ‘영인’이는 연출을 맡게 된다. 집과 학교에서 연습하는 도중 ‘영인’과 함께 ‘진일’, ‘병진’은 ‘소민’을 왕따로 만들고 괴롭히고, 결국 소민이는 자살을 시도한다. ‘소민’을 원래 알고 있었던 하나는 자신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고민에 빠진다.

 연극이 끝나자 “신고해요”, “병진이를 때려줘요”, “소민이를 도와줘요” 등 의견이 다양했다. 윤소정양(13)은 “소민이가 불쌍했어요. 용기 내서 신고를 한 뒤 소민이를 위로해주고 같이 놀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한바탕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뒤 아이들은 직접 ‘하나’역을 맡아 잘못된 부분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수민이 머리에 씌웠던 장면, 눈 가리고 술래잡기할 때 때렸던 장면, 마마보이라고 놀렸던 장면 등. 하지만 객석에서 자신 있게 대답했던 아이들도 무대에선 ‘하나’의 역할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 지켜보는 입장과 자신이 직접 상황에 있을 때의 부담감이 달랐던 것.

 이런 상황에서 나쁜 친구들을 혼내주고 소민이를 도운 이정빈군(13)의 기사도정신이 단연 돋보였다. 이군은 소민이가 맡았던 나쁜 역할을 자처하며 소민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다. 또 쓰레기통을 씌우자고 주동했던 진일이가 오히려 쓰레기통 괴롭힘을 당하게 상황을 만드는 등 연기 내내 진지한 모습으로 할 말을 다하고 마지막까지 소민이를 도와주는 모습에 객석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정빈군(13)은 “친구를 때리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 소민이가 친구들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 ‘싫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나 역을 연기했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희망의 빛 발견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수원지역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자리 잡은 당수동에는 중학교도 고등학교도 없다. 학교라곤 당수초가 전부이다. 지역적 특색상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이사를 하지 않는 이상 1학년 때부터 6학년 졸업반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한다. 다시 말하면, 왕따를 한 번 당한 학생은 학교를 떠날 때까지 상처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당수초등학교 측은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프락시스에 학교폭력 관련 연극을 당수초에서도 공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공연은 놀라운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여러 친구가 무대에서 피해자를 도와주며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주는 의젓한 연기를 선보인 것. 그 중 교내에서 친구들을 괴롭혔던 아이들도 있어 더욱 놀라웠다. 이를 지켜보던 6학년 담임선생님들도 해당 학생의 변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신들도 직접 관객배우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연이 6학년 부장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폭력은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시간을 마련했다”며 “오늘 아이들이 직접 무대를 꾸미며 하는 모습을 보니 선생님들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채워진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만 생긴다면 전 학년으로 확대해 외부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도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이지만 더 큰 무대에서 많은 학생에게 보여주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프락시스가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10월부터 5개 초ㆍ중교 학생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기관에서는 포럼연극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해 이 사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연 대표는 “포럼연극이 연극도 교육도 아닌 중간에 끼어 있어서 연극 쪽에선 교육, 교육 쪽에선 연극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지원을 꺼려한다”며 “이번 연극처럼 사람들이 점점 개인화되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하나의 작은 주제에서 끌어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청소년 간의 경쟁, 사이버라는 공간에서 생겨나는 문제점 등을 다룰 계획이다. 연극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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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봄봄

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15. 公ㆍ私교육' 경계에선 문화예술교육

     상상력ㆍ창의력 시대…지역특성 살리는 맞춤형 문화교육 절실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대입과 취업을 위한 ‘국영수’ 중심의 획일적인 공교육으로 미술과 음악, 체육 등 예체능 교육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창의성을 요구받는 시대에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예체능 교육이 필수란다. 자녀가 안정된 직장과 경제적 성공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을 길러 스스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도 함께 바라니, 진퇴유곡(進退維谷)이다.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과 사교육 가운데에서 진행되는 이유다. 학교와 그 밖의 경계에 선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이에 본보는 도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기획 취재 ‘비상하는 에듀 클래스’를 진행하는 가운데 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의 현황과 문제점, 발전 방안 등을 중간 점검해본다.



  
 
▲ 문화예술교육, 공·사 경계에 선 ‘계륵’?!


 지난 2004년 11월, 문화관광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회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초·중등 교원 전문성 강화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이다. 

 이를 위해 2005년 2월 (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설립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이 진흥원의 최근 4년간 예산 편성을 확인 결과,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부문은 2천132억여원으로 전체 예산(2천728억여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외면받은 예체능 교육 ‘보수공사’의 일환임을 방증한다. 특히 올해 주 5일 수업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노는 토요일’을 책임지기 위해 갑자기 이날만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지원 아래 등장한 것만 봐도, 향후 공교육 밖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예측할 수 있다.


 한편 진흥원은 설립 초기 문화예술교육 인프라 구축의 핵심 사업으로 지역별 거점인 기초지원센터 지정 운영했다. 

 하지만 지원센터의 역할이 예산 집행과 관리로 집중되면서 2009년부터 상대적으로 안정적 관리 운영 조직 시스템을 갖춘 문화재단들이 광역센터로 지정받은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문화재단이 없는 지역을 제외하곤 전부 문화재단이 문화예술교육을 수행하는 광역지원센터다.

 지정 방침이 이러하다보니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센터는 정작 지역 특유의 상황을 고려하고 적용한 정책보다는 위탁받은 사업 수행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원재 사무처장은 발제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평가와 운영 발전방향’을 통해 “진흥원 사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사업에 대해 수동적 지원이 아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혁신 전략”을 요구하며 “진흥원과 광역센터 사이의 업무 분장 및 협력 체계를 고려한 사업 구조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지역없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2010년 5월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받은 경기문화재단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예술교육 전문가 커뮤니티(CoP)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 웹진 운영 등의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문화재단은 광역센터로 지정받으면서 조직 내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라는 별도의 주관 팀을 꾸렸다.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사업 중 21억여원의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역시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경기예술강사 지원’이다. 도내 439개 학교에 초중고 6개 교과과정과 연극·영화·애니메이션 등 7개 분야 예술 강사 260명을 파견하고 있다. 

 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세부 사업으로 교육자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예술강사 네트워크 구축, 예술강사 제도개선안을 모색하는 내용의 컨퍼런스 개최, 예술교육 전문가 커뮤니티 지원 등을 진행해왔다. 

 이 밖에 주 5일 수업제 실시로 등장한 ‘토요문화학교 운영사업’을 4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공모 지원했다. 

 이처럼 예산 편성과 주관 사업만 보면 진흥원과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차이를 찾기 힘들다.

 진흥원의 지역사업을 대리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구조에 전액 국고와 지방비 보조금만을 예산으로 ‘받아쓰는’ 상황에서 자율성은 커녕 지역 특유의 문화를 반영한 독자적 정책 수립 및 수행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올 봄 전국의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들은 주 5일 수업제로 갑자기 토요일 문화프로그램 공모 운영 방침을 ‘하달’받아 지역 수요조차 검토하지 못한 채 프로그램 운영 주체를 급하게 선정하면서 볼멘 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게다가 주관 조직명은 ‘센터’로 그럴싸하지만, 인력 구성은 센터장(팀장)과 팀원 3명으로 1개 팀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이처럼 문화재단 공간에 얹혀 턱없이 부족한 인력구조로 운영되는 것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국이다.

 이와 관련 임재춘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소장은 “현재 전액 국고와 지방비 보조금으로 운영돼 국책사업 외 도 차원의 문화예술교육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탁사업만으로는 지역현황과 상황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시행하기 어렵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독자적 교육 실현을 위한 기반과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학교문화예술교육 지원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은 행정적 편의에 따라 지역 문화와 환경차이 등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운영되는 분위기다.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위탁사업 수행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도시와 농촌, 신도시와 구도시, 장애와 비장애 등 지역 특유의 삶의 유형따라 문화예술교육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는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게 요구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임 소장이 지원센터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진흥원과 지역센터간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이관사업의 지역화와 중장기계획 수립, 지역 문화예술교육 관련 연구 조사 영역 확대 등을 제안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상회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 의원은 “센터가 3년간 우수한 성과를 올렸지만 정작 도가 센터 지정을 신청하면서 약속한 조직 상설화와 예산의 확대 지원 등의 조건을 지키지 않아 종합적인 지역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센터의 사업 운영 결과를 도청과 교육청, 도의회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근본적인 문화예술교육정책을 만들고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중앙 중심의 문화예술교육사업 수행으로는 지역의 학생과 도민, 예술가들이 근본적으로 요구하고 상생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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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13. 박물관 전시 유물이 어린이 손에서 '꿈틀꿈틀'

     경기도박물관 '뮤지엄 창의 공작소'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정지된 시간을 머금은 유물과 다양한 인류 모형, 동물 박제품 등이 밤이면 되살아난다는 가정하에 벌어지는 일대 소동을 다뤘다. 가라앉은 무거운 공기와 침묵해야만 할 것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박물관이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그려진 것이 관객 호응을 얻은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박물관의 변신(?)이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달 22일 찾은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작은 용 수십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흥미를 자아내는 용트림의 주인공은 바로 도박물관이 토요일에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수강생들이 오토마타 기법으로 만든 형형색색의 용들이다.



▲ 박물관의 유물 활용한 만들기로 활기 가득 

 한가로운 정취가 풍기는 도박물관의 야외 전시공간과 매점을 지나 들어선 회의실.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섯 개 책상에 나눠 앉아있는 초등학생 20여 명은 오토마타의 원리를 도입한 각종 예술작품과 실생활용품을 촬영한 영상물을 보며 탄성을 지른다. 

“대박”이라고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영상물을 보기 전에 자신이 직접 만든 용을 두 손으로 잡고 움직이며 친구에게 자랑하느라 분주하다. 

 영상물 상영이 끝난 후 회의실에 불이 켜지자 강사(에듀케이터)의 지시가 떨어진다. 연습한 오토마타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 이미지를 그리고 직접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이 말에 모든 학생이 손으로는 책상 위에 어지러이 쏟아져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머릿속은 복잡한지 눈동자를 연방 돌리며 중얼거린다. 

 창작 이미지 그리기에 돌입한 어린 친구들에게서 귀여운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정유진(광지원초 5년)양은 “이제 무엇을 만들지 고민인데 오토마타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며 “첫 수업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매주 배우면서 조금씩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파란색 용의 오토마타를 만들었던 주태민(대청초 6년)군은 “엄마랑 매주 토요일 박물관에 온다. 모르는 친구들이지만 같이 만들고 수업 후 전시장이랑 야외에서 함께 놀면서 친해졌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이 학생들은 경기도박물관이 올 초부터 10주 과정으로 한 기수당 30여 명을 모집해 무료로 진행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뮤지엄 창의 공작소’의 수강생이다.

 토요일이면 박물관이 자리 잡은 용인뿐만 아니라 광주와 성남, 평택 등 도내 각 지역에서 참여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찾아온다. 

 아이들이 수업을 받을 동안 학부모는 회의실 밖 매점 및 휴식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날 6학년인 딸을 데리고 온 유윤정(39) 어머니는 “토요일 오전 늦잠자는 것보다 공기도 좋은 곳에서 창의적이면서 수리능력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돼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갑자기 토요일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져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그나마 손품 팔아서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게 됐지만 놓치는 학부모도 많은 만큼 이런 것을 보여주는 정리된 통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 공간적 기능을 살린 차별화된 프로그램 기획해야


 도 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공모한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선정, 올 초부터 국고 보조금 2천만원을 들여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 5일 수업 전면 시행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주어진 토요일 시간을 겨냥한 예술 창의교육수업인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주관으로 도내 18개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문화 소외계층 30%를 우선 선발한다. 

 기관마다 프로그램 내용이 다른데 도박물관의 경우 아이들이 관람한 전시 유물을 ‘오토마타’와 ‘옵티컬 토이’로 만드는 과정이다. 솟대와 백자철화용 무늬항아리, 초상화, 민화 등을 활용한 오토마타 만들기를 배우는 것이다. 

 여기서 오토마타(automata)는 자동기계 즉, 스스로 작동하는 기계를 의미한다. 옵티컬 토이는 빛과 사물의 운동원리를 활용한 광학 놀이장치다.

  
 
  
 
 이들 모두 단어 자체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분야로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만날 수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솟대, 장승, 꼭두 등 다채로운 전통인형이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자격루(自擊漏)와 같은 것도 존재했다. 

 현대예술로서의 오토마타와 옵티컬 토이가 대중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이들이 그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제작하는 등 놀이와 문화예술이 결합한 형태의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업을 진행하는 정경미 에듀케이터는 “처음에는 마냥 어렵게만 느꼈던 학생들이 반복적으로 개념과 제작 기법을 듣고 매주 직접 만든 결과물을 내놓으면서 제법 신선한 아이디어와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교육이라는 측면과 교육 장소가 학교나 학원이 아니라 열린 문화예술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창의성과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기존에 유물 수집 연구 조사 기능이 우선시됐던 박물관이 현대인의 변화한 라이프 스타일로 교육 기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박물관에서 연간 주요 사업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꼽을 정도다.

 하지만 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은 성별, 계층, 연령, 지역 등에 따라 교육 대상의 흥미와 관심이 서로 다르므로 교육 과정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공통점이라면 참여자가 능동적이라는 점이다. 전시나 학교 교육과는 달리 이용자가 직접 선택해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도 박물관은 올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뮤지엄 창의 공작소를 운영하면서 전시장에 갇힌 유물을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기획했다. 

 이른 아침 자녀를 수업에 참가시킨 후 3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부모들 역시 교육 프로그램의 차별화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다만, 이날 수업 강사와 학부모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던 ‘홍보 부족’은 쏟아지는 토요문화예술교육 가운데 차별성을 알리고 도박물관의 친근감을 높이는 일환으로 깊게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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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광주시연극협회 ‘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학교ㆍ교과서ㆍ부모에게서 찾지 못한 '힐링', 연극에서 길을 찾다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올 초 전면 시행된 주5일 수업으로 ‘놀토’를 겨냥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인지, 정말 학생들의 자기계발에 적합한 지 따질 틈도 없었다. 비슷비슷한 문화예술 강좌는 맞벌이 부모와 학교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고등학생을 위한 것은 찾기 힘들다.

 ‘불량’ 청소년은 장난꾸러기보다 가르치기 어렵고 ‘모범’ 학생은 입시와 취업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에 연일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는 청소년들의 자살과 집단폭행 등은 예정된 사건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법은 없을까. 광주시의 한 허름한 지하 극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이 그 답을 내놨다.

 

▲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은 예술 아닌 인간
 

 태풍 ‘산바’가 들이닥쳤던 지난 17일 오후 6시 광주예술극장(광주시 송정동 소재).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에 인터뷰 대상조차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우려하며 들어섰다.

 기우였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고등학생 30여명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 1층 공연장과 사무실, 화장실 등 구석구석 역동적으로 청소중이다. 낯선 기자를 보고선 90도로 인사하고 금세 제 할일에 몰두하고, 한켠에선 발성 연습을 하는 지 한 음을 길게 내지른다.

 잠시 후 모두 무대로 모인다.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더니 ‘맘마미아’의 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춤동작을 맞춰본다.

 이내 본게임을 시작한다. 대본을 든 아이들이 한 장면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열정적으로 동선을 조율하며 그네들만의 세계로 빠진다.

 무미건조한 모범생과 아슬아슬한 탈선학생으로 점철되는 기존의 청소년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마치 다른 세계, 먼 나라의 아이들같다. 

 

 

   
 

 

 “저도 처음에는 엄청 소심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서로 돕는 방법을 익히면서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혜민(19· 경화잉글리시비즈니스고등학교)양의 말에서 그 색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드러난다. ‘연극’이다.

 이 학생들은 경화여고, 경화이비고, 곤지암고, 광남고, 광주고, 중앙고, 광주 지역의 6개 고등학교의 연극 동아리에서 제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광주예술극장에 모이면 ‘광주시연극유스씨어터’의 단원으로 하나가 된다. 광주예술극장은 경화여고 교사로 연극 동아리를 지도했던 이기복 광주시연극협회장이 8년전 소극장이자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장소로 마련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작품을 만들며 성별, 나이, 학교의 경계는 사라지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한 아이는 죽은 자신의 형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슬픔을 쏟아냈고, 또 다른 학생은 자연스러운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행위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학교와 교과서, 부모에게서 찾지 못한 길을 연극을 계기로 함께 찾고 있는 것이다.

 박양은 “고등학교 졸업 후 연극배우를 하면서 관련 교직 과목을 이수하고 광주에서 저같은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한 미소로 장래희망을 밝혔다.

 예술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창조적 활동으로 자아를 탐험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혹자는 창조성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나타낸다고 정의했다.

 이날 세찬 비바람을 뚫고 소극장에 모여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연습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예술교육의 효과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발전의 기반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10월이면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연극을 즐기고 연습할 수 있는 ‘청석에듀씨어터’가 개관해요. 완전한 극장의 모습을 갖췄지만 공연보다 교육 기능을 더 우선시하는, 국내 유일한 공간일꺼에요.”

 광주예술극장을 운영해 온 이기복 회장(57)이 새로 문을 열 청석에듀씨어터를 자랑하며 연신 함박웃음이다.

 8년 전 사비를 털어 올해 영화관 하나 들어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광주에 소극장을 만들었던 그는 교사 퇴직금을 쏟아부어 더 크고 넓은 공연장을 마련했다.

 “1981년 경화여고로 발령받아 왔을 때 광주는 도농복합지였는데 가출하고 사고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연극반 만들어 공연을 했는데 변화가 있더군요. 지역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공간을 만들었죠.”

 그 덕에 광주에서만 3번이나 전국청소년연극제의 대상 수상작이 나왔다. 2007년 경화여고, 2009년 광주고, 2010년 경화이비고 등이다.

 

   
 
 

 극장 상주 전문 극단 단원들에 삼삼오오 모인 청소년만 70명을 육박하면서 연습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졌고, 이 회장은 다시 새로운 공간 마련에 팔을 걷어부쳤다.지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앞으로 프로극단에 입단하거나 전공으로 선택, 향후 다시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공연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수 십억원을 들여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것보다 낙후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이곳에서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의 꿈이 ‘연극배우이자 다시 고향에서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니 이 회장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문화예술로 지역사회 발전의 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그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능동’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대부분이 학생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보는 것이 문제에요. 전문가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충분해요.”

 올 초부터 경기문화재단의 2012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지역의 고등학생 37명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도농복합지역 청소년들이 만드는 창작연극제-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역시 능동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 고등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넣고 이를 대본으로 구성했다. 조명과 음향, 무대 디자인 등 연극 제작과 공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 이를 통해 탄생한 4개 작품은 오는 12월8일 청석씨어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때까지 교사의 역할은 그저 지켜보고 도움을 청할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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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창문아트센터 ‘소풍가는 날-우리동네 락! 락! 락!’

     고사리손으로 '재미있는 우리동네 이야기' 담아내요 

 

 

 

류설아 기자  |  rsa119@kyeonggi.com

 

 

 

   
 
   
 

 10여년 이상 폐교를 문화예술과 농촌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창문아트센터’. 이곳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이 잊혀져가는 마을의 현대사를 발품 팔며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사리손에서 전문가들의 그럴싸한 조사연구 결과물을 기대할 순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진한 감동을 안길 기록물이 탄생할 것으로 주목된다.

 



▲ 폐교에서도 수업은 진행중

 지난 2001년 5월 문을 연 창문아트센터(관장 박석윤·화성시 수화동 소재)는 7명의 미술 부문 작가가 상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한편, 문화예술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 곳은 폐교를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화성시 수화동은 한때 바다 짠 내 맡으며 고기잡는 사람과 그들의 가족들로 붐볐던 어촌이었다. 바다를 막아버린 인공호수 시화호 개발로 마을사람들은 떠났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학교에서 창문아트센터가 자리잡으면서 다시금 활기가 넘치고 있다.

 평일이면 인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무리지어 방문한 병아리들이 다양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종일 뛰어다니고, 주말이면 가족 단위 학생들이 역시 다채로운 프로그램 참여에 시끌벅적하다.

 지난 16일 일요일 오후에 찾은 창문아트센터는 어김없이 운동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장난꾸러기 초등학생과 나무그늘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 자못 진지함이 돋보이는 여섯명의 아이들이 교실의 한 책상에 둘러앉아 박석윤 관장의 설명에 귀기울이고 있다.

 창문아트센터의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소풍가는 날-우리동네 락! 락! 락!’의 참여학생들이다.

 막내인 김소연(9)양부터 맏언니인 박경희(13)양까지 참여자 9명은 모두 창문아트센터 인근 3개 마을에 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이면 ‘소풍가는 날’에 참여하기 위해 선생님이 직접 운전하는 한 셔틀버스로 창문아트센터에 온다.

 “폐교 상태에서 인근 마을 아이들을 학생으로 모으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자전거로 와도 덤프트럭이 너무 많아 위험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매번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죠. 게다가 요 녀석들이 한 마을의 아이가 ‘가지말자’고 선동하면 우르르 빠져버리기도 일쑤여서...”

 박 관장의 우려대로 이날 신외리 마을의 3명이 모두 결석했다. ‘전날 마을축제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신나게 논 녀석들이 지쳐 안오나보다’라며 아쉬움을 애써 달래는 분위기다. 한 사람, 한 번이라도 빠지면 프로그램의 의미와 취지가 퇴색되기에 안타까움이 더 큰 듯하다.

 그래도 옹기종기 모인 여섯 명의 아이들은 집중한다. 그렇게 수업은 시작됐다.

   
 

 

 

▲ 고사리손으로 기록한 내 고장 내 마을

 “자유주제로 해요! 주제 정하면 어려워요!... 저는 우리 마을에 있던 공룡 그릴래요...아니, 태극기 그릴께요. 선생님 이 태극기 좀 잡아주세요.”

 장난기 가득한 강준교(초4년)군은 이날 진행된 판화 원리 배우기의 소재를 정하느라 분주하다. 교실 한 켠에 놓이 태극기를 선생님에게 펼쳐 보여달라고 맡기고서야 판화 제작에 몰입한다.

 이 교육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과 화성시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4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약 8개월 일정으로 진행중이다.

 이날 수업은 판화 원리 배우기, 마을별 전설을 기록하는 그림북만들기, 핫케이만들기 순으로 진행됐다.

 앞서 5개월여간 수화리, 장전동, 신외리 등 인근 마을을 직접 탐사했다. 참여 학생들은 마을 어르신을 통해 옛 이야기를 듣고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한편 자신들이 원하는 마을의 미래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즉, 이 교육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아홉명의 어린 초등학생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떠난 여행기’다.

 창문아트센터 인근 마을은 바다와 갯벌을 삶의 기반으로 살았던 이들이 외지로 이주하고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외형적 변화와 함께 마을중심의 공동체의식과 전통문화 상실 등의 내적 변화를 함께 겪고 있다.

 1년 전 미꾸라지와 우렁을 잡았던 논과 밭 대신 4차선 도로가 들어섰고,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6년 내내 소풍 다녔던 봉선대 바위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당산나무는 그네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게 됐다.

 이에 ‘소풍가는 날’의 아홉명 아이들은 매주 일요일 사라져가는 마을을 기록해 온것이다.

 이와 관련 최은심 선생님은 “아이들이 마을 곳곳을 돌며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마을 지명과 전설 등 옛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모습으로 변화했다”며 “예산만 더 지원된다면 앞으로 경기도미술관이나 과천국립현대미술관처럼 마을을 벗어나 좀 더 큰 문화예술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직접 듣고 보는 것만큼이나 더 실효를 얻을 수 있는 교육은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의견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소극적인 아이들이 최근 원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얼마전 신외리의 미래 마을 지도를 모형화하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넣기로 했어요. 도서관, 공연장, 어르신들을 위한 게이트볼장까지 만들었죠. 마지막에 아이들이 모두 한 가지만 더 넣자고 하는데, 그게 뭔지 아세요? 바로 패스트푸드 가게에요.(웃음)”

 아이들은 그간 스쿨버스를 타고 지나쳤던 마을 곳곳을 직접 밟아보고 마을 어르신들을 마치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스스럼없이 대화하기에 이르렀다. 사라진 바다의 흔적을 보듬고 자신이 태어나기 훨씬 오래전에 존재했던 공룡화석을 확인한다.

 그렇게 매주 한 번씩 ‘소풍가는 날’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그림책과 지도 등으로 탄생한다.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새긴 마을이 아닐까. 더 이상 외롭고 썰렁해 벗어나고만 싶은 시골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진 ‘내가 사는 곳’ 말이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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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판교생태학습원 ‘생태망치 상상망치’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니 아이들은 신바람 나네~

 

 

 

강현숙 기자  |  mom1209@kyeonggi.com

 

 

 자연만큼 흥미로운 놀이터가 또 있을까? 학업에 지친 아이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지구와 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우리 동네 자연 배움터가 있다. 지난 6월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연 판교생태학습원은 실내 온실과 테마 전시관, 체험학습실, 영상실, 옥상 정원 등으로 꾸며진 생태 체험 학습장이다. 지난 4월부터는 ‘주 5일 수업제’ 실시에 발맞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린이 생태미술학교인 ‘생태망치 상상망치’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창의력을 키우는 동시에 환경의 중요성을 배우고 있다.


 

■ 자연과 예술의 만남 ‘생태망치 상상망치’

 모두들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찼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곳, 지난 1일 판교생태학습원 체험학습실에 모인 20여명의 아이들은 신바람이 났다.

 이날 수업 주제는 ‘대중교통’. 대중교통의 종류를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서로의 눈치를 보는지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내 곧 “버스요!”, “택시요!”, “전철이요!”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이렇게 시작된 수업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하나 둘 상상의 가지가 되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지름길임을 체득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은욱 학습원 전시과장은 “주 5일제가 실시되면서 전국적으로 토요문화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연과 예술을 접목시킨 생태학습을 하는 곳은 판교생태학습원이 유일하다”며 “교과서 밖 생태교육 및 생태미술 활동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생태망치 상상망치’는 어린이 예술창작활동을 기반으로 한 이론과 실기가 결합된 프로그램이다. 교육대상과 연령대를 고려해 물, 에너지, 생물다양성, 재활용, 대중교통, 지구촌 시민의식, 건강한 삶 등 7개 토픽을 선정, 8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 기수의 마지막 주에는 그동안 참여했던 모든 아이들이 함께 특별전을 연다. 이때에는 예술가와 아이들의 상상력이 합쳐진 개성 넘치는 결과물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 과장은 “전시까지 마지막 과정이 끝나면 아이들이 자아존중감도 높아지고 생태와 미술이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커진다”며 “특히 지난 모든 과정을 정리하는 전시회는 아이들에게 긴 여운을 남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생태 상상력 쑥~쑥~

 1시간 이론 강의가 끝났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창작시간. 아이들의 눈빛이 한층 더 반짝거린다.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판넬에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는 등 작품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림의 주제는 대중교통과 관련해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 수업이 미술 수업이긴 하지만 꼭 그리기를 혹은 만들기를 잘해야 하는 게 아니예요. 그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나름대로 뭔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죠.”

 아이들과 창작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구민자 작가의 말이다. 버스 기사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표현한다든가, 버스가 미리미리 섰으면 좋겠다든가, 굉장히 큰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든지. 덕분에 아이들의 그림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이들은 미술을 통해 자연과 생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자연을 위해) 뭘 실천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처럼 예술작품이나 작가와의 만남는 아이들에게 창의성을 길러준다. 그리고 이 곳에서는 하나 더, 자연의 소중함을 덤으로 가져간다.

 “새로운 친구들과 신나게 놀며 자유롭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가장 좋았어요. (창작을) 해보니까 환경이 그만큼 오염돼서 우리가 오염되게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이라도 환경을 아껴줘야 할 거 같아요.”

 생물다양성’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주형민군(안말초 2년)의 얘기다.

 아이들은 일정한 양의 물만으로 생활을 해보면서 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솔방울과 같은 자연물을 이용해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어보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알게된다. 또 1주일간 모아온 온갖 재활용품으로 만든 상상작품은 우리 주변에 아주 작고 쓸모없어 보였던 물건들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만든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유지영 주부(37·성남 분당구)는 “생태와 예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은 처음이다. 아이가 어려서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가 신기해 하고 몸으로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주제를 이미지화 하는 것에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 같고, 에너지에 대해 배운 주에는 일주일 내내 콘센트를 뽑고 다닐 정도였다”고 좋아했다.

 

   

 

 

 

■ 우리 동네 생태예술 놀이터 ‘판교생태학습원’

 판교생태학습원은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는 520㎡ 규모의 실내 온실이다. 온실 공간은 크게 열대 과수원과 난대 식물원, 고사리원 등으로 구분된다. 열대 과수원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망고, 파파야, 구아바, 바오밥 나무 등이 이국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테마 전시관의 경우, 1층은 숲과 나무를 주제로 한 초록마을, 2층은 하늘·물·동물과 신재생 에너지를 주제로 한 파란마을과 하얀마을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김종규 판교 생태 학습원 홍보팀장은 “이곳에서는 평소 아이들이 책으로만 접했던 숲, 습지 공간의 생태계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다”며 “터치 스크린, 게임 등 흥미로운 체험놀이를 통해 환경시설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과 연관한 정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어린이 생태 해설가를 양성하는 ‘어린이 에코 도슨트’, 재활용품을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청소년 에코 아티스트’,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족 생태학교’, ‘자연 먹거리’, ‘에코 런닝맨’과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은욱 전시과장은 “앞으로도 학습원을 생태와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생태와 문학이 만  나고, 생태와 음악이 만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생태문화축제를 열 생각이다”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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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7회는 본지에서 작성한 부천 여러가지연구소의 아나바다 프로젝트 소식 "이 도서관에서는 내가 이야기꾼이예요!"가 개재되었으므로 해당 코너에서는 7회를 생략합니다. 해당 기사는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600499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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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 한바퀴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자율방법순찰대원 들의 '춤바람' 이야기

 

장혜준 기자  |  wshj222@kyeonggi.com

 

   
 


 화성 반월동 자율방범순찰대원들이 춤바람이 났다.

 흔히 방범대원이라 하면 늦은 밤 동네에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순찰 봉사를 하는 사람들. 그런 막중한 임무를 맡은 방범대원들이 춤바람이 났다니 큰일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성시 반월동 방범대원들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다르다.

 평소 순찰이 끝나면 자연스레 대포집으로 발길을 돌리던 이들에게 지난 4월 춤의 전도사들이 찾아왔다. 국민대 무용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Arts communication21’이 춤으로 50대 방범대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명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한바퀴’.(이하 빙빙) 지루박도, 차차차도 아니다. 그들 삶의 추억이 담긴 7080 노래에 그들만의 삶을 녹여낸 춤을 춘다. 그래서일까? 함께 춤을 배운지 5개월. “이런걸 어떻게 해”하며 쑥쓰러워하던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지지 않는다.

■ 흐르는 땀방울에 즐거움은 2배

 요즘 세계를 열광에 빠뜨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반월동 방범초소 옆 건물을 들썩이게 한다. 안으로 들어서니 민망한(?) 자세의 아저씨 군단이 스트레칭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강사들이 돌아다니며 뻣뻣한 그들에게 자세교정을 해주자 여기저기서 “아~아파!”, “그만, 그만!” 비명소리가 터져나온다. 팔, 다리는 후들후들거리고 중간에 주저앉는 사람도 눈에 띈다.

 잠깐의 휴식시간, 생소한 이름이 들려온다. ‘꽉꽉이’, ‘왕팔뚝’, ‘초콜렛’, ‘졸려’ 등. ‘빙빙’에는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어느 회사 사장이란 이름은 없다. 자신이 정한 별칭을 가진 ‘나’만 있을 뿐. ‘빙빙’ 안에서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자칭 꽃미남 강인형씨(졸려·53)는 “처음에 수업왔을 때 졸려서 별명을 졸려라고 지었다”며 “이제는 춤추는 게 재밌어서 안졸려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요’ 음악이 흘러나오자 흩어졌던 방범대원들이 대열을 갖추고 리듬을 탄다. 그런데 2주간의 방학을 보내고 온 탓일까? 안무도 가물가물, 동선도 가물가물이다. 강사들의 시범이 이어지자 이내 감각을 되찾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안무는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따라하기 쉬운 경례춤, 고스톱 춤에서부터 7080 시대를 평정했던 허슬춤까지 이어진다.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10여명이 둥글게 원을 만들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동작에서는 “네 팔뚝이 나 가리니까 뒤로 좀 빠져”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웃음 폭탄이 터졌다.

 가장 열심히 춤사위를 뽐내던 한상구씨(짱구·47)는 “지각할까봐 매주 목요일마다 밥도 안먹고 수업에 참여한다”며 “동작이 어려우면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선생님들이 우리에 맞는 춤을 쉽게 가르쳐줘 재미있다”며 해맑게 웃어보였다.

   
 

 

■ 방범대원의 무한변신, 위기는 있었다
 

 ‘빙빙’ 분위기가 처음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개개인마다 본업이 있고 밤마다 지역 순찰을 돌면서 매주 목요일 수업에 참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또 “남자들이 무슨 춤을 춰?”, “오늘 약속 있는데” 등의 이유로 수업 참여율은 저조했고, 의리로 참여한 방범대원들 역시 시큰둥한 모습에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춤을 출 수 있는 공간마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강사들조차 ‘빙빙’을 포기하려 했었다.

 이 때 김흥배씨(희망·53)의 결단이 ‘빙빙’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빙빙’ 존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합시다”를 외쳤던 것. 정식으로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 한해 서명을 받았다. 방범대장 박길서씨(왕팔뚝·47)는 자신의 건물 중 비어있는 공간을 ‘빙빙’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반월동 방범대원의 ‘빙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4월 ‘빙빙’이 시작되고 호응도가 낮아 무산 위기에 빠졌었다”며 “프로그램 자체가 좋아 좀 더 이끌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접 서명을 한 대원들은 달라졌다. 스스로 솔선수범을 하며 서로에게 참여를 독려했고, (사)화성지킴이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병점 1·2동, 기배동 방범대에도 프로그램 참여를 추전했다.

 박씨는 “처음엔 춤을 춘다는 게 나조차 의아했다. 1층에 있으면서도 “올라갈께요”라고 말하고 참여하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지금은 오히려 ‘빙빙’이 활력소가 돼 약속도 잡지 않는다. 오늘은 우리 얘기를 들은 병점 방범대가 참관 수업을 하고 갈 정도”라고 뿌듯해했다.

 강사 진승화씨(26)는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눈 감고 내 얼굴 그리기, 마인드맵, 인생그래프 그리기 등까지 했었다”면서 “이제는 서로 손을 잡고 원을 만드는 춤을 출 때 더 신나하신다”며 그동안의 소감을 털어놨다.

   
 

■ 중년 남성, 세상에 눈을 뜨다


 ‘빙빙’을 처음 제안한건 다름 아닌 진창운씨(까치·55)의 딸 승화씨였다. 승화씨는 6년째 방범대원 일을 하고 있는 아빠가 순찰을 마친 뒤 매번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게 늘 못마땅했다.

 ‘Arts communication21’에서 활동 중이었던 승화씨는 단체에 이런 상황을 전했고, 논의 끝에 경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반월동 방범대원을 대상으로 ‘빙빙돌자, 춤으로 동네한바퀴’ 사업을 진행하게 된 것.

 ‘빙빙’이라는 명칭은 BB세대(베이비부머)와 Being(존재)을 합쳐 만든 것으로 , ‘BB세대의 중년 남성들이여,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현재를 즐기자!’라는 큰 뜻을 담고 있다.

 방범대원들이 해석한 ‘빙빙’은 절로 웃음이 나오게 한다. “순찰을 돌아서 빙빙, 춤을 춰서 빙빙, 술 한잔 해서 빙빙”이라는 것.

 딸 덕분에 어깨가 으씩해진다는 진씨는 “매주 내 자유시간 2시간을 빼앗긴 것 같아서 억울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땀을 흘리고 웃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서희영 Arts communication21 대표(30)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춤을 가르치자가 아니라 중년 남성들이 잃어버린 자기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먼저 생각했다”며 “‘빙빙’을 통해 방범대원들이 자존감을 되찾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을엔 방범대원 가족들과 함께 춤을 배울 수 있는 야유회를, 겨울엔 안무를 완성시켜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며 “프로그램이 끝나면 수업 시작 당시 인생그래프를 그렸던 것처럼 ‘빙빙’의 변천사를 그래프로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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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예술문화단 놀패 '몸 열고, 바람 열고'

    집단놀이 통한 마음치유로 아이들 인성 '쑥쑥'

 

장혜준 기자  |  wshj222@kyeonggi.com

 

 

동네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 흔한 학원 하나 없다. 게임을 할 수 있는 PC방은 물론 친구들과 함께 주전부리 할 수 있는 분식점도 없다. 연천군 청산면 풍경이다. 그럼 아이들은 뭘하며 놀까.


학교가 끝난 뒤, 딱히 할 것이 없는 이 곳 학생들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있거나, 간혹 말썽을 피워 문제아로 낙인이 찍히곤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즐거운 일이 생겼다. 예술문화단 놀패가 전통유희를 이용해 연극을 가르치는 ‘몸 열고 마음 열고’ 프로그램을 갖고 청산면을 찾아온 것. 남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조차 하기 힘들어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게 된 기적, 어떻게 일어났을까?

   
 

■전래놀이로 하나되기


 

교회 예배당이 아이들의 놀이터다.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을 위해 예배당을 강당으로 쓰도록 했던 것.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수업시작 시간인 오후 4시30분, 오지나 강사(여·36)가 우렁찬 목소리로 “얘들아!”를 외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강사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나눠 ‘단체 사방치기’로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은 늘 그랬던것처럼 줄을 서고 순서를 정한다.

놀이가 시작되자 한 발로 7칸을 뛰고 마지막에 두발로 멋지게 착지한다. 특히 처음에 뛴 사람은 뒤를 이을 친구들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선에 가까운 곳에 착지해야 해서 부담감이 백배다. 게임 시작 전 금을 밟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을 세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선두로 나서 유독 사방치기를 잘했던 나지은양(13)은 “왼쪽 발가락 뼈가 휘어서 걱정했는데 한발 뛰기는 오른쪽으로 해서 다행”이라며 “여자팀 인원이 적어도 우리가 더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점잖은 여자팀과 달리 남자팀은 상대방을 방해하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주위를 맴돈다. 여자팀에서는 이런 행동에 화를 내다가도 “그만 하고 똑바로 하자”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도 한 수 거든다. “올림픽 기간인데 페어플레이 하자”라고 말하자 남자팀은 멋쩍어 하면서도 정돈된 모습으로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격렬한 남자팀과 여자팀의 대결은 결국 무승부라는 아쉬운 결과로 끝이 났지만 두 팀 모두 시종일관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16명의 초등학생들은 푸른꿈 지역아동센터 소속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 곳에서 ‘몸 열고 마음 열고’ 수업을 받는다.

오 강사는 “초등학생이라 산만하지만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을 많이 배려한다”며 “수업의 시작을 사방치기 등 협동심이 필요한 전래놀이로 시작해 함께 땀을 흘릴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학생들은 모여라!” 오 강사의 한 마디에 쉬고 있던 아이들은 둥그렇게 앉아 선생님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색연필과 종이 한 장씩이 앞에 놓이고 ‘여러명이 단어로 시 짓기’가 이어졌다.


한 단어를 놓고 각각 한 줄의 문장을 만든 뒤 3~4명의 발표한 문장을 이어 한 편의 시를 짓는 놀이다. 첫번째 주제는 ‘피자’다. 맛있다, 먹고 싶다 등의 평범한 대답이 이어지던 중 김민혁군(13)이 “피자 8조각, 먹기엔 너무 부족하다”라는 인상깊은 한 마디로 ‘피자’라는 시 마지막 구절을 완성시켰다.

이어 ‘콜라’, ‘신발’이라는 시와 함께 ‘오지나 선생님’이라는 재미있는 주제가 결정됐다. 짖궂은 남자아이들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흰머리, 결혼 등 금지어를 거침없이 이야기하며 멋진 시를 만들어 냈고, 아직 한글에 서툰 한지삼군(8)과 나도현군(8)은 형, 누나들의 도움을 받아 종이에 자신의 종이에 적어 내려갔다.

   
 

권근영(여·23) 보조강사는 “가장 어린 지삼이와 도현이는 아직 한글 쓰는 것이 서투르다”며 “글을 쓰는 시간이 되면 항상 주위에서 지삼이와 도현이가 한글을 쓸 수 있게 가르쳐준다”고 전했다.

오늘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그림으로 만드는 우리이야기’다. 그림카드 5개를 놓고 남자팀 대 여자팀으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꽃도 있고, 오로라도 있고, 여자도 있고 아이들은 어떤 상상의 세계를 보여줄까?

남자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여자 아이들은 토론을 여러 번 한 뒤 전지 위에 그림카드를 붙이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나도현군과 나지은양이 각각 팀의 발표자로 나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말에 있을 연극 공연을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법을 연습하는 것은 이들에게 필수사항이다. “막장 드라마다~”, “무슨 공주가 저래?” 등의 반응도 잠깐, 오 강사가 그림카드를 들고 ‘목련의 사연’이라는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자 금세 눈이 똘망똘망해진다.

문미정 대표(여·40)는 “요즘 집단놀이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아이들이 평소 노는 걸 보니 서로 봐주는 게 없다”며 “함께 하는 놀이, 돕는 놀이를 통해 때론 즐기고, 때론 실패를 인정할 줄 아는 사회성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화가 시작됐다


 

2년 전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 아이들은 발표는 물론 눈도 잘 마추지지 않는 소심함을 보였었다. 연천이 군 부대 지역인데다 농업이 주가 되는 지역적 특색 때문에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소외계층의 아이들이 많아 자존감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예술문화단 놀패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기 위해 경기문화재단에서 공모한 ‘2012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를 통해 예산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몸 열고 마음 열고’를 통해 개개인의 마음 치유는 물론 같은 마을, 같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 문제까지 해결했다. 처음엔 같이 놀아주지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지금은 서로 도와주고, 화가 나도 금방 화해하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직접 각색한 연극 ‘연천골 백설공주’를 공연한 뒤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조무선 푸른꿈 지역아동센터장은 “군인 자녀들은 하교를 하면 시내 학원으로 향하지만 이 곳 아이들은 대부분 그럴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연극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성품, 인성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문 대표는 “예전엔 자존감이 부족해 어떤 반응도 기대할 수 없었는데 1년이 지나니 아이들이 애정표현 등 모든 것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연극 공연이 목적이 아닌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와 자아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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