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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보다 더 나은 제도를 위해

 

 

방담회 세 번째 이야기

 

 

 

 

 

(7) 제도의 ‘제 역할’을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

 

임 : 제도나 정책의 전달체계에서 그를 전담하는 광역센터가 그 부분에 대한 식견 같은게 필요하다. 그런 것들에 대한 ‘매개자’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매개역량을 갖춰야 되는데, 현실은 한계가 크다. 예술강사 문제, 크게 보면 두 가진데, 예술이나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소위 제도나 정책에서 어필하거나 문제제기할 수 있는 그런 부분들에 대해 각 재단들이 상당히 소극적이거나 역량이 떨어진다. 사업단위에서 예술가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조직화해야 하는 측면에서 그걸 매개하거나 추동하는 역할을 재단이 해야 하는 게 지금 시스템에서는 중요해 보인다. 그런데 전혀 되지 않고 있다.

 

강 : 제도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른게, 지금과 같은 진흥원 체제보다는 그 안에 소위원회 형태로 ‘문화예술교육위원회’ 같은게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사가 따로 있고 예술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듯이, 예술가들 중에 지역 공동체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장르예술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걸 여러 가지 분과로서 예술의 범위 안에 나누는 식으로 가면 어떤가. 혹은 지금과 같은 제도를 인정한다고 할때면, 진흥원이 그냥 위원회가 되어서, 그 안에서 정책논의를 진행하면서 강사들이나 작가들이 거버넌스로 같이 참여하게끔 하는 거다. 그리고 사무국을 둬서 지금 진흥원이 하고 있는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나. 거버넌스 체제로 진흥원을 짠다면 지금 가지는 전달체계의 문제들, 작가들이 존엄성이 사라지고, 학교와 만나지 못하는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임 : 아닌게 아니라 이를테면 커뮤니티 아트 같은 경우는 사실 교육적 프레임이 굉장히 강한 예술작업인데, 각 위원회나 진흥원이 발의해서 내려오는 사업 등에서는 정책적 변별을 계속 요구한다. 그러면 말도 안되게 하나는 아트 프로젝트만으로 가야되는 거고 문화예술교육은 시수중심의 사업으로만 프레임을 짜야 되는 식.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거나 결합, 변화시키기가 어렵다.

 

고 : 지침 행정인 것 같다.

 

임 : 그리고 얼마나 관리통제도 철저하게 하는지 모른다.

 

강 : 이제 여기에서 첫 번째 안이 문화예술위원회 안에 통합을 하는 것, 두 번째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위원회로 바뀌는 안. 그리고 세 번째. 혹 앞의 두 개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지역 안에서 제도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협의회 같은 것 안에서 지역에 대한 정책기능을 가지고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하는 게 세 번째일 것 같다. 다만 재원과 권한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지역 안에서 현재 있는 법 제도를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조례같은게 필요해진다. 그런 조례가 가능해진다면 그럴 통해 재원과 권한을 확보하고, 그걸 해내는 협의체가 작동이 가능해질 것이다. 위원회가 되고 좋은데, 지역자치단체, 지역 의회, 재단, 강사들과 학교, 그리고 교사 이런 그룹들이 전담위원회를 만들어서 여기에서 조례를 중심으로 운영사례를 만들어가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

 

박 : 영국 Creative Partnership(CP)라고 하는 제도를 참고해봤는데 예술강사를 선발하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다. 일종의 박람회, 쇼케이스 같은 형태로 예술가가 어떤 주제의식으로 어떤 오브제를 통해 작업을 하는지 전시한다. 그리고 지역학교 교사들을 초대해서 제도를 설명하고 라운딩을 시킨 다음에, 마음에 드는 작가를 교사가 만나서 협의를 한 다음에 함께 수업을 만들어보게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수학 시간에 아이들이 이해력이 너무 딸리는데,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문화예술교습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 그래서 수업이 분리되어 있다 하더라도 하나의 주제 안에서 계속 연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가는 예술 작업을 수업과 함께 할 수 있게끔 하게 하고, 학교 교사는 그 예술가의 작업을 모니터링 하면서 자기수업을 진행을 하는 식으로. 우리 진흥원도 CP를 계속 이야기했지만, 그저 예술강사가 학교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만 했지, 어떻게 구동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강 : 학교와 예술가를 매칭하게 하는 방법으로서 쇼케이스를 꾸리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어 보인다.

 

박 : 예산이 많이 늘었는데 반해 어느정도 예산이 남는다고 들었다. 양을 늘리기 보다는 그 예산을 활용해서 이런 것들을 실험이나 시범사업 형태로 준비하게끔 하는데 투자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임 : 가능할 것 같다. 문제는 의지와 필요성에 대한 절감이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문화재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라는 게 사실 한계나 모순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보완해나가는 건 중요한데, 그렇게 해버리면 자기네 스스로 실수를 인정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할 수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올해(2012년) 하반기에 청년 문제로 접근을 했지만 예술대학을 졸업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와 같이 지역을 만나서 다양한 작업, 예를 들어 ‘ㅇㅇ은 대학’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가능하다는 쇼케이스를 기획해본 적이 있다. 학교 졸업하면 무작정 서울로 뜨는게 아니라 지역에서도 재미있게, 발랄하게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가능하다고 하는 것들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런데 그 기획안이 짤렸는데, 담당자가 ‘뭐야, 그럼 얘네들을 취업시켜줘야 되는 거야?’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 그 차원이 아니라 자기 삶을 일구는 문제에 있어서의 태도 전환이 초점이었는데, 그 인식이 아쉬웠다.

 

 

 

 

강 : 우리가 진로교육하고 직업교육하고 자꾸 햇갈리는 것 같다. 자기의 진로를, 현재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감각을 가지고 움직일 때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건데 교육이든 어디든 직업 찾아주는 식으로 인식을 한다.

 

고 : 진로교육의 목적은 직업을 갖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수 있다.(웃음)

 

강 :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웃음)

 

임 : 예술강사 사업이 대학들의 ‘존재증명’ 상황에 너무 몰려있다. 대학들이 취업률 가지고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상황이지 않나. 또 예술강사 사업 심사위원들 보면 예술대학교수들인데 학교와 마치 카르텔처럼 되어있다. 기막히다.

 

강 : 제도도 그렇게 되어있었던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하고있는 양성과정이 나중에는 대학들로 다 옮겨가고, 예술관련학과를 나오는 학생은 전공필수로, 교원이수 처럼 해서 몇 시수 이상을 듣고 자격증을 발급받는 식의, 밥벌이구조다. 교수들은 아마 목맬 거다. 이것은 현장을 완전히 왜곡시켜놓을 수 있는 구조다.

 

박 : 처음에 만들때 그것 때문에 사실상 만든 거다. 교과부에서 취업률을 높이려고 하다보니깐 예술대학들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이었다.

 

 

 

(8) 마무리 : 비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태도’ 가져야

 

임 : 사실 지금까지 제도를 다루고 있는 매커니즘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건 사회적인 확장은 둘째치더라도 우리 내부를 위해서도 필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아까 이야기나왔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등의, 단절에 대한 최소한의 ‘링크’와 같은 구조체 등이 제안된다면 사업으로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 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광역센터의 문제라는 측면도 있고, 그렇게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이런 논의들이 필요해보인다. 예술강사 사업이 고용이나 안정성의 문제 차원이라기 보다는, 고영직 선생님 말씀하셨듯이 제도가 사람을 어떻게 돌보냐는 차원의 문제, 그런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고 : 제도나 정책에 대해서 기본적으로는 비관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품위 있는 사회’나, 이를테면 김구 선생이 제안했던 ‘아름다운 나라’라고 하는 문화국가의 이상 같은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 하더라도, 그런 ‘이상’을 갖는 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것 같다. 상징이 없는 싸움은 밥그릇이 되고, 그건 정말 품위, ‘갑빠’가 없다. 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다양한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돌아보면서 참 즐거웠다. 좌절도 하고, ‘멘붕’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 스스로 ‘고행’의 길이라도 기꺼이 가려고 하는 예술가들에게 희망을 받기도 했다. 정책이나 제도는 그런 분들이 정말 좀 힘 있게, 지역 사회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게 도왔으면 한다. 이런 웹진을 마련해서 임재춘 소장님 말대로 우리끼리 위로할 수도 있지만 우리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반향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사유가 시작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군가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은 굉장히 중요한 거다. 손은 자기 안으로 뻗게 마련이지만 앞으로 쭉 뻗을 줄 아는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거라고 본다.

 

강 : 내게는 지지봄봄을 했던 올 한해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작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 그리고 이미 작업자체가 예술이 되어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분들도 본 것 같고, 여전히 제도나 행정은 많은 사람들을 힘겹게 하지만 다들 그 안에서 그래도 고군분투 하고 계시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이 분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힘을 줄 수 있는 환경일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지 않으면 처음 했던 분들도 지쳐서 그만 둘 것이고, 뒤이어 새롭게 진입하는 신진작가들도 적응하면서 스스로 자기검열만 엄청나게 할 것 같다. 이게 바람직한가, 문화예술교육이 목적했던 것인가 생각했을 때 전혀 아닐 것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발군해내고, 현장을 계속해서 지지해주는 것이 지지봄봄이 곁에서 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박 : 오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방담회처럼 나온 것 같다. 아까 고영직 선생이 이야기한 관계의 미학과 사회의 미학 차원에서 이야기해보자면, ‘코디네이션’ 시대에서 ‘큐레이션’의 시대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문화예술교육에 코디네이터라는 말이 굉장히 유행했었다. 예술 강사나 대표적 자원을 어떻게 연결하고, 뭘 만들어내는 것들에 집중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것들이 왜 형식화되고, 또 사회는 왜 이렇게 정체되고 힘들어지는 걸까. 이걸 어떤 가치지향으로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 마치 큐레이터가 전시를 만들어내듯이 그걸 보여줌으로써 충격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계속해서 뭔가를 연결한다는 생각만 했지 그걸 어떻게 보여줄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 않나. 예술강사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재단이나 사회, 지역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모아보고, 이런 것들을 더 해야 한다고 발굴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드는 장이 필요할 것 같다. 재단이 그런 장을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또 지금 ‘힐링’이라고 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잠시 불안을 잊게 하는 데만 치중하는데, 그보다는 좀 더 자기작업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깊게 가져갈 수 있게끔 예술가들이 자기 영역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 할 것 같다. 그 작업 속에서 내가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떻게 아이들을 만날 것이냐는 고민이 생기지 않겠냐. 교습법이나 교육영역도 잘 이해해야 하지만 그 외에 어떤 작가인가, 어떤 예술가인가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것들도 필요하다.

 

고 : 덧붙이자면, 박형주 선생님이 좋은 말 해주셨는데, 힐링이나 웰빙,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인 불안과 공포가 내면과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때에, 예술이 좀 더 사회적인 역할이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며 일종의 ‘사회적 힐링’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냐는 측면에서 예술과 사회미학의 존재를 고민했으면 한다. 때로는 비관적으로, 때로는 낙관적으로. <끝>

 

 

- 목  차 -

 

 

1부 : 현장과 제도, 무엇을 보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바로 가기]

 

 -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교육제도,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존재적 규정’이 없는 체로 ‘일자리’ 프레임과 교육테크닉만이 중시되는 예술강사사업 

 - 단절된 관계를 복원해줄, 학교와 강사 사이‘매개자’가 필요하다

 

 

2부 : 예술 강사제도의 한계와 돌파구 [바로 가기]

 

 - 예술 강사, '정규직-비정규직' 프레임으로 설명할 수 없어

 - ‘자기검열’하지 말고 예술이 가진 힘을 활용해야

 - 지역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를 고민하라

 

3부 : 현장의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보다 더 나은 제도를 위해 [바로 가기]

 

 - 제도의 ‘제 역할’을 위한 몇 가지 아이디어

 - 마무리 : '비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태도’ 가져야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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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