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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폭설이 내려 가는 곳 마다 푹푹 빠지는 뚝방길을 헤멘 끝에 눈처럼 하얀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중고등학교 공교육에 종사한 교육가이자 광주시 4개 극단의 리더이기도 한 이기복(57) 대표의 일생일대의 작품이다. 일반 극장의 개념인 시어터Theatre에듀Edu라는 교육적 의미를 결합시켜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교육하고 연극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의 인적人的 선순환 구조를 꾀하기 위해 마련된 청석에듀시어터. “모아둔 돈과 집을 팔아 마련한 사제를 털어서 지었다는 이 공간에서 이 대표는 아마 이런 곳이 전국 최초일 것이라며 들뜬 웃음을 지어보였다.



> 경기도 광주시 경안천변에 위치한 청석에듀시어터. 방문했던 전 날(12월 5일) 내린 폭설에 하얗게 내려앉아있다.


 


 ‘학교 교사’, 제도 안에서 제도 밖 연극을 가르치다

 

 1981년 당시 경기도 광주군에 위치한 경화여중에 부임한 이 대표는 이 학교와 병설학교였던 경화여고를 옮겨가며 30년 동안 교편을 잡은 전직학교 교사다. “군 제대하고 학교에 가니 생활지도를 맡기더라는 이 대표는 그 당시는 가정 형편 때문에 가출한 애들이 많았었는데 밖에 나가서 그 아이들을 잡고 와도 소용이 없더라그래서 생각이 난 게,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 안받아도 좋으니 나랑 연극 한 편 하자고 했다고 첫 출발을 회고했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활동했었고 군 입대 당시 지역 대학축제에서 연극연출을 맡기도 했었다는 이 대표는 경험을 바탕으로 82년 경화여중 내에 연극반을 만들고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당시 유명했던 윤대성 작가의 별들 시리즈 : 방황하는 별들, 불타는 별들, 꿈꾸는 별들시리즈를 공연한다. “이 시기에 대강당이 만들어져 방치되던 소강당을 아마 국내 최초로, ‘경화소극장이라고 이름 붙여 학내 연극극장으로 만들었다는 이 대표는 7차 교육과정에 도입된 재량활동 시간에 이르러서는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청석에듀시어터 이기복 대표




 이 대표는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라고 생각 한다“(연극을 통해)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이 눈이 빛나고,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고 있는 연극의 특성상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우고, 또 만화적 상상력을 아이들에게 요구하면 끄덕끄덕하며 그걸 해 낸다고 말했다.


이기복 대표 : 연극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는 세 가지다. 자율성, 협동성, 창의성이다. 이 세 가지가 연극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을 생각해보면 일단 아이들이 타율적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한다. 제시된 시간표대로 저녁 열시까지 움직인다. 협동성도 없다. 친구들은 전부 적이다. 나만 살아야 한다. 창의성? 역시 없다. 빨리 암기해야 한다.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여기서 뭘 더 깊게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런데 연극을 하게 되면 이 세 가지가 생긴다.


 자율성이 생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눈이 빛난다. 시켜서 하지 않는다. 어제 눈이 왔을 때, 아이들 10명하고 함께 눈을 금방 다 치웠다. 그리고 저녁 먹으면서 애들이 ~ 손은 시려운데 너무 재밌어요~” 이걸 공교육에서 이렇게 하면, 아마 난리가 났을 거다. 연극교육이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들의 변화다.

 

 두 번째, 협동성이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남의 도움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남을 인정하는 것부터 배운다. 그래서 연극하는 아이들은 절대로 사고 안친다. 인성교육에 이렇게 좋은 게 없다. 남을 인정하는 거니까. 인성교육이 무엇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남을 인식하지 못하고 인간을 도구로서만 생각하기에 비인간적인 범죄가 생긴다고 생각했을 때, 인성교육의 가장 최고의 덕목은 연극이라고 본다.


 세 번째, 창의성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만화적 상상력을 요구한다. 가령 아이들에게 어떤 애가 선생님에게 물을 먹였어. 걔가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짓을 하면서 선생님을 쳐다볼 때 옆에 별이 하나 빤짝이더라. 싹 쳐다보는데. ~ 그걸 표현해봐.” 이런 식으로 연극을 가르친다. 만화는 독자에게 많은 정서가 흐르게끔 카툰 안에 다양한 그림 등을 쓰는데, 그렇게 상상을 하도록 만들면, 아이들은 끄덕끄덕 하면서 그걸 해낸다.

 

 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불가능한 교육적 소재와 교육적 효과였기에 이 대표의 연극교육은학교 현장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쳤다고 한다. 이와 같은 탈 제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연극을 자신의 전공교과인 도덕의 수행평가와 연관시켰고, ‘영어교육과도 연관시켜 자신의 프로젝트를 영어연극 프로젝트로 전환시키기도 했다. 제도 밖 소제였던 연극교육을 위한 일종의 조율이자 타협이었던 셈이기도 한데, 이 대표는 “2학기 끝 무렵 1300석 가량 되는 광주시 제일 큰 극장에서 자기 딸이, 늘 시무룩하던 눈빛에 생기가 넘쳐가며 한국말도 아닌 영어로 연극을 하는 모습에 부모님들의 반응은 열광적 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경화여중-고 연극반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는 광주지역 6개 고등학교를 설득해 6개 고등학교 연합청소년극단을 출범시킨다. 이 대표는 이렇게 길러내 (연극이나 문화예술로 진로를 결정한) 제자들이 300여명 가까이 된다30년간의 교직생활동안의 성과를 이야기했다. 누적된 성과로 총 16회 치러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이 대표가 이끄는 광주시 고등학교연극반이 3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 2층에 마련된 연극연습실에서 아크로바틱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전문 연극극단 단원들과 학생들 모습


 


 이제는 제도 밖에서 제도 안 교육 현장을 고민하다

 

 30년의 교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감하고, 이제는 학교 밖에서 학교 안 교육을 바라보는 입장이 된 이 대표는 여전히 이끌고 있는 광주시 고등학교 연합 청소년극단을 중심으로 현재의 청석에듀시어터를 운영하고 있다. 7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청소년극단 아이들은 거의 매일 이 곳에 들러 저마다 연습도 하고 운동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고 한다. 준공 전이라 공간이 가득 차진 않았지만 지하 1개 층, 지상 2개층 등 약 300여 평 규모의 큰 공간 안에 이 대표는 연극연습실과 학원 공간, 적지 않은 규모의 소극장, 그리고 이제 따로 집이 없어진 이 대표 내외를 위한 서재 및 주거공간까지를 마련했다. “확장해서 앞뜰에는 데크도 만들어 날이 좋을 때는 주니어뿐만 아니라 시니어들도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앞 부지를 매입해서 장기적으로는 좀 더 넓은 규모의 교육공간을 만들 생각에 있다고 이 대표는 이야기했다.



> 준공을 앞둔 청석에듀시어터 지하. 적지 않은 규모의 연극을 위한 소극장 까지 갖추었다.



 한편으로 이 대표는 1231일 현직 교사들과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우체통이라는 이름의 광주시 교육가 아마추어극단을 발족할 예정에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연극이라는 문화예술교육소제를 대상으로 포럼 및 세미나를 개최하고 광주시 초중고등학교나 지역 현장에 교육적 효과를 유발시키기를 꾀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 꿈은 광주시 모든 학교에 우체통 단원들이 한명씩 다 배치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흔히들 빠지는 공교육의 함정이 하면 된다는 건데, 공교육을 오래 해 본 입장에서 오히려 하면 안 된다는 것도 느낀다공부가지고 안 되는 아이에게는 무조건 하라기보다는 빨리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 대안이 예술교육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 한쪽에서는 장구 장단을 연습중이다




 교육을 넘어, 지역문화예술욕구에 대한 선순환 구조

 

 아이들은 어떨까? 기말고사기간이었던 12월 초, 현장에는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3학년 학생들을 위주로 자율적인 연극연습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광주고등학교 3학년 이대명(18) 군은 어렸을 때는 영화배우가 꿈이었는데, 처음에 연기를 배우기 위해서 연극 반에 들어오게 되었다연극의 연기와 영화의 연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연극을 하고 나서 커튼콜을 할 때 조명이 비춰지고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을 때 연극을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매일 공부와 성적만을 강조하고, 복장검사를 일삼는 학교에 화가 나, “증오하기도 했다는 이 군은 연극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꿈이 있다고 하니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친구들도 연극을 보러와 즐거워해줬다성공한 연극배우가 되어 넓은 곳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현재 청소년연극단 단장을 맡고 있다는 광주고등학교 3학년 박범현(18)군은 중학교 때까지 해왔던 미술이라는 꿈을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다 보니 접을 수밖에 없었다그 뒤에 연극에서 길을 찾았고, 나도 (마찬가지로) 커튼콜이 올라갈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청소년극단 단장인 박범현(18) 군(왼쪽)과 인터뷰를 위해 함께 방문한 고영직 문학평론가(오른쪽)의 모습




 이 대표의 청소년 극단에서 많은 아이들이 취미로 연극을 배우는 것을 넘어 미래의 진로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 300여 명이 넘는 연극계 전문 종사자들을 길러냈고, 이 대표는 40%가 다시 지역으로 환원이 되어 극단 파발극회나 극단 청석에듀시어터(, 극단 광주예술극장) 등의 전문극단을 꾸릴 수 있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선순환구조로 인구 30여만의 광주라는 도시에 총 4개의 아마추어, 프로 극단을 운영하며 교육을 넘어 이제는 지역의 문화예술욕구를 연극이라는 장르로 충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 대표. “연극의 미래는 대학로가 아닌 지역, 교육에 있다30여 년간 광주 지역 공교육 현장과 연극이라는 문화예술장르 사이를 치열하게 고민한 그의 결실이, 사제를 털어서 지은 광주시 청석에듀시어터로 빛을 발하려 하고 있다.


정혜교 기자  ㅣ  chkint@hanmail.net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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