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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바퀴달린 도서관의 첫 동네 ‘나들이’

 

 

 

 일주일에 한 번 태민이(8)에게 도서관은 놀이 장소다. 그곳엔 높다랗고 근엄한 건물도, 왁자지껄 놀지 못하게 꾸짖는 경비 아저씨도 없다. 책 보기에 좋은 나지막한 평상이 있고, 재미있는 놀이를 함께할 친구들도 많다. 무엇보다 태민이가 친구 규민이(8)와 함께 만든 '바퀴달린 도서관'도 있다. 오늘은 태민이와 친구들이 만든 도서관이 동네 한 바퀴를 활보하는 날. "운전은 내가 할거예요!"라고 도서관에 매어 놓은 줄을 잡으며, 벌써부터 태민이는 들뜬 모습이다.

 

 부천시 약대동에 위치한 '신나는 약대 가족도서관'에서는 태민이 또래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함께 '아나바다 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부천 지역 시민단체 '여러가지연구소'가 지역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기획한 아나바다도서관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소개해주고 싶은 책을 싣고 달리는 바퀴달린 도서관을 만든다. 단순히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들과 함께 책 이야기도 나누고 직접 이야기꾼이 되어 동네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할 예정이라고 한다.

 

 

 > 왼쪽 : 부천시 약대동 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신나는 약대 가족도서관’
 > 오른쪽 : 아이들이 바퀴달린 도서관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동네 밀착형 ‘아나바다’ 도서관 만들기

 

 지방자치 성공 사례로 보도된 바도 있는 부천 '작은도서관'은 현재 부천시의 동네 구석구석과 문화소외지역 16곳에 깊게 뿌리내려 도서관에 대한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지역 문화시설이다. 한편으로 작은도서관이 활성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도서관 이용 방식은 아직도 예전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여러가지연구소의 문제의식이다. 여러가지 연구소 민경은(33) 대표는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고 하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스토리도 없는 정보성 과학만화를 고르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많은 어머니들도 미리 책 이름을 정하고 도서관에 오지 아이들과 도서관에 있는 책을 둘러보려하지 않았다" 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연구소의 발상은 ‘아나바다도서관’ 프로젝트로 연결되었다. 바퀴달린 도서관 등을 통해 도서관이 가지는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것. 그리고 방문객들이 직접 사서 혹은 이야기꾼의 역할을 하면서 수동적으로 도서관을 '소비'하기만 했던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다. 그래서 도서관 입장에서는 '해체'라고 할 수도 있고, 참여자 입장에서는 '체화'라고 할 만한 역할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여러 가지 연구소는 아이들을 위한 ‘바퀴달린 도서관’ 프로그램과 어머니들을 위한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아이들은 도서관을 끌고 다니며 동네 주민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된다. 어머니들도 도서관에서 자체적으로 이야기 모임을 만들고 서로 책을 소개시켜주는 자치적인 도서관의 ‘매개자’가 된다는 구상이었다.

 

 

> 동네 놀이터로 나온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책을 읽어주고 있다.

 

 

 

 매개자 프로그램에서 시행착오도

 

 프로그램이 난관에 부딪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민 대표는 “처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던 어머니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주도적으로 매개자 교육을 이끌고 나갔던 몇몇 분들이 빠졌다”며 “아이들 교육이 아니라 도서관과 동네를 위해서 주도적인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낯설어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매개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 이윤희(42) 씨는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도와주고 어떻게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정도인 줄 알았다”며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대게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에서 기존 어머니들이 머물렀던 ‘학습보조자’의 역할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민 대표는 “몇 차례의 토론과 설득을 거치고 지금의 인원이 남았다”며 어느 정도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 왼쪽 : 오랜만에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다
 > 오른쪽 : 놀이터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이들

 

 

 

 모두와 함께 나누는 ‘책 이야기’

 

 이 날 오후 2시의 땡볕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만든 ‘바퀴달린 도서관’은 동네를 활보하며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두 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기차’를 끌었고, 오랜만에 동네 놀이터에 들려 지친 기색도 없이 뛰어놀았다. 특히나 아파트 단지에서 잠시 쉬러 나온 동네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드리기도’ 한 아이들.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만 할아버지가 이내 “잘들었다, 참 용기있고 예쁘구나”라며 화답하자 다른 아이들도 서로 읽겠다고 나서는 통에 선생님들이 말리기란 쉽지 않았다.

 

 한편 왁자지껄한 나들이를 끝내고 온 아이들을 반기는 어머님들과 시원한 수박을 나누어 먹은 다음 ‘도란도란’ 한 줄 낭독회가 이어졌다. 어머니들도, 아이들도 구분 없이 서로 읽어주고 싶은 책의 한 구절을 나누는 시간. 태민이의 ‘세상 무엇보다도 큰 대왕 오징어’이야기와 규민이 어머님의 ‘앤서니 브라운이 화가가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가 나누어 졌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학부모 김미선(38)씨는 “너무 준비 없이 나온 것 같다”면서도 “다른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소개해주는 책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들도 어머니들과 같이 이런 프로그램을 하니깐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 함께 ‘한 구절’씩 나누는 한줄낭독회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라는 고민

 

 이제 3회 차가 지난 아나바다 도서관 프로그램에서 아이들과 어머니들은 캠핑도 하고 함께 책이야기도 나누며 저마다의 책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나눌 예정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첫 나들이에서 바퀴가 연이어 바퀴가 부러진 아이들의 바퀴달린 도서관도 조금은 견고해지고, 아직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낯설기도 한 한 줄 낭독회 동네의 ‘만담’이 지나가는 동네 사랑방으로 변할 수 있을지 지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러 가지 연구소는 신나는 약대 가족도서관을 비롯, 부천 지역 작은도서관 두 곳에서 아나바다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 시작 단계인 까닭에 아직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부천 지역에 뿌리내린 ‘작은도서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그동안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었는가, 또 도서관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를 한번쯤 고민하게 한다.

 

정혜교 기자  |  chkint@hanmail.net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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