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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시대에나 교육은 바람직한 인간에 대한 어떤 이념을 요구하는데, 미적 교육이란 것이 추구하는 이상적 인간상은 한마디로 미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념의 연원은 계몽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영국의 샤프스버리, 독일의 괴테와 쉴러에게 완전한 인간이란 바로 아름다운 혼의 소유자였다. 18세기 말에는 쉴러의 유명한 서간문의 제목이 말하듯 인간의 미적 교육이 제창된다. 그가 말한 미적 교육은 인간의 내면에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이른바 미적 상태를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람직한 인간성을 지칭하는 용어에 미적이라는 말이 붙여진 데는 그 시절 미학이라는 학문이 출현한 것이 관계한다. 18세기 중엽에 바움가르텐은 미학이 감성적 인식의 학문이며 감성적 인식 자체의 완전성인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했다. 이성에 의한 논리적 인식이 감성적 인식으로 보완되어야 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진리와 아름다움은 특별한 관계에 놓인다. 말하자면 아름다움으로 파악되는 이상적 가치란 단지 감각적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기보다 미적-논리적 진리를 가리킨다. 좋은 취미를 지닌 이상적 인간성을 그는 애미자(aestheticus)라고 불렀다. 직역하면 감성적 또는 미적인 인간이다.





 미적 교육은 예술 교육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예술에 대한 교양을 통해서 미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적 교육의 이념은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감상하게 하는 일련의 교육적 활동이 미적인 인간성을 기르기 위함이라 본다. 현대에 들어 허버트 리드는 예술 활동을 미적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여 예술을 통한 교육을 제창했다. 리드 외에도 브라우디, 캘런, 그린, 스미스 등의 현대의 미적 교육론자들은 미적 교육의 이념에 의거하여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한다.


 그런데 예술 교육을 정당화하는 또 다른 이론도 있다. 전통적으로 예술 교육의 목적은 창의성을 기르는데 있다고 말해 왔는데, 이런 이념은 새삼스레 설득력이 큰 것이기도 하다. 요즘 교육계 전반에서 창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혁신적 가치의 창조를 절실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인재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창의성 신장을 목표로 운영되었던 예술 교육이 빚어냈던 참담한 결과를 잘 알고 있다. 실패의 이유 하나가 창의성을 너무 소박하게 이해한 탓이다.


 전통 이론은 예술 자체가 창의적인 활동이며 따라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표현을 하도록 하면 타고난 창의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예술 교육이 길러낸다는 창의성이란 어떤 것일까? 예술 교육을 위해 창의성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것은 낭만주의 미학과 예술론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창의성을 천재의 타고난 재능으로 간주한다면, 그런 의미의 창의성은 교육에 의해 후천적으로 길러낼 수 없을 것이다. 또 전에는 창의성은 인간 지능의 일반 영역에 속한 잠재력으로 이해되었지만, 이제는 각 분과 영역에서 특수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피카소가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듯이 예술적 창의성은 과학적 창의성과 같지 않다. 그렇다면 예술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창의성이 과학 영역의 창의적 결과물을 낳는 데도 효용이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아무리 창의성이 중요하다 해도 이를 예술교육의 이유나 목적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는 숙고를 해야 한다.


 미적 교육이 기르고자 하는 것은 무엇보다 감성, 다시 말해 미적인 능력들이다. 이 때 미적 교육이란 예술을 창작하고 감상하는 데 작용하는 여러 능력들을 훈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를 감각하고 판단하는 등의 활동에서 요구되는 감수성, 지각력, 식별력, 상상력, 판단력 같은 넓은 의미의 인지적 능력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능력들이 일정한 수준까지 발달하는 것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창작을 하기 위해서도 요구된다. 창작 능력으로는 매체를 다루는 기법적 숙련이나 예술적 의미를 형성하는 관례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미적인 감상의 대상이 되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이 바로 감성적 또는 미적인 능력이다.


 예를 들어 마음속에서 이미지를 표상하고 형성하고 변형하는 상상력도 일종의 감성적 능력이다. 상상력은 창의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그렇다면 창의성이란 것도 여러 미적 능력들이 일정한 수준까지 발달해야만 발현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닐까? 생각건대 적어도 예술 교육의 영역에선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미적 교육이 선결되어야 한다. 나아가 미적 능력들의 발달을 전제하는 한에서만 예술 교육을 통해 길러진 창의성이 예술 아닌 영역에 전이될 가능성을 추측해 볼 여지가 생길 것이다.




 

 미학은 미적 교육 안에서 이루어지는 창작과 감상의 활동을 미적 경험이라 부른다. 그런데 전통의 미적 경험론은 미적 차원의 자율성을 고려하며 예술의 창작과 감상에서 미적 가치를 경험하는 것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방가르드 이후, 예술의 종말 이후에 다채롭게 펼쳐지는 오늘날의 동향들에 눈길을 돌려 보자. 거기서 예술 작품을 미적 대상으로 삼거나 그 속에서 오직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한다면 예술적 가치에 대한 부적절한 이해를 조장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오늘날에는 세계를 미적으로 경험하는 태도, 즉 무관심적 관조의 태도를 기른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한계가 느껴진다. 이와 함께 예술 교육의 목표가 미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문해나 문화적 문해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는 반론이 나타난다.


 그렇긴 해도 미적 경험이란 말을 넓게 인지적 경험이란 뜻으로 이해한다면 이런 반론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의 능력을 미적 교육론자들은 세 측면에서 설명한다. 첫째가 감성적 인식의 능력, 즉 미적 성질의 지각과 판단에서 작용하는 인식 주관의 능력들이다. 둘째가 좁은 의미에서 미적 체험의 능력이다. 이는 자연이나 예술작품 같은 대상과 관계하여 이를 미적으로 체험하기 위해 관조적 태도를 취하는 능력이다. 셋째가 미적 문해의 능력으로, 미적 대상의 총체적인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다.


 이 중에서 미적 문해의 능력이라는 용어는 다른 설명들을 포괄할 만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덧붙여 미적이란 말의 의미를 본래 바움가르텐이 이야기했던 감성적이란 뜻으로 새길 것을 요구한다는 점을 짚어두자. 그가 감성적 인식이라 불렀던 것은 오늘날 그렇게 이해되듯 감각적 지각과 같은 것이 아니다. 감성적인 것은 이성과 유사하나 논리적 이성이라는 상위 인식 능력의 아래에 속해 있는 모든 인지적 능력들을 지칭한다. 여기에는 상상력, 통찰력, 감성적 기억력, 허구 능력, 예견력, 감성적 판단력, 예언력, 감성적 기호 능력 등이 포괄된다.


 미적 교육은 예술작품의 창작과 미적 대상의 감상을 위한 인지적 능력들을 발달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간적 경험의 의미와 가치를 상징과 은유를 통하여 소통하는 예술을 누구나 누릴 수 있길 희망한다. 그리고 이 이념은 미적 경험 자체가 인간을 풍요로운 삶으로 이끄는 길인 동시에 미적 인간이라는 완전한 인간성을 기르는 길임을 확신한다.


김수현  미학을 전공하고, 간송미술관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미적 교육론>이 있고 <미술사의 역사> 등의 번역서가 있다. 미술교육, 문화정책 및 공연예술 등에 관한 비평 활동도 하고 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