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21호 넘봄 | 서평
삶의 여정에 감각과 의식을 깨워주는 ‘예술하기’
에릭 부스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서지혜 / 인컬쳐컨설팅


 오늘날 예술가들은 예술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필요에 응하며 역할을 확장해가는 데에 동원되거나 적극적인 탐색을 주도하는 활동에 꽤 비중 있는 시간을 할애한다. 지역 사회나 사회복지 시설, 교정시설, 학교와 기업 등에서 각기 다른 맥락의 필요로 예술의 협력을 청하고 있고, 이에 예술가들은 예술의 본령을 발휘하는 데에 자의나 타의에 의해 종종 교육이라는 방식을 택한다. 여기에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포스트모던 사회의 출현으로 인한 환경 변화에 따라 예술 단체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존재 맥락을 넓히려는 노력들이 가세하며 예술과 교육, 예술과 복지, 예술과 경제 등 예술과 사회와의 접점이 넓혀지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문화예술교육정책의 주도 하에 그 확장세를 가속화해왔다. 지난 12년 간 규모와 속도, 자원으로 무장한 예술교육 사업의 전형과 논리가 전국에 확산 망을 형성했다. 그 과정에 예술과 예술가들이 동원되었고, ‘예술강사’라는 새로운 직군(職群)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정체성은 정책사업의 논리나 운영정책에 의해 재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 주도의 궤적은 최근 들어 정책적, 내용적, 철학적 반성과 성찰을 요구받고 있으며, 정책기관 내외부에서의 능동적인 성찰과 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의 과정이 시작되고 있다. 

 

 이 시점에 예술의 본령을 다양한 맥락에서 구현하는 예술가와 교육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역할과 가치에 주목하며 교육적 활동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성찰의 과정은 특히나 긴요해 보인다. 예술가의 교육적 역할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이 질문은 개인적 질문인 동시에 사회적 질문이기도 하며, 방법적 질문 이전에 철학적 질문에 대한 각자 또 함께 성찰하고 답변하는 과정을 요한다. 


세상 만들기, 세상 탐구하기, 세상 읽기

 여기에 1970년대 미국의 교육하는 예술가(teaching artist)가 탄생하는 과정에 함께한 후, 그 진화를 능동적으로 주도해온 에릭 부스의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The Everyday Work of Art)』은 사고의 물꼬를 터준다. 일상 그 자체를 예술의 한 축에 올려놓은 에릭 부스는 반대 끝에 올려진 위대한 예술 사이에 과정적 예술 행위를 공통분모로 공유시키며, 인간 삶에서 예술의 존재론적 관점과 관계론적 관점을 제시한다. 예술을 하는 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의 예술행위―세상 만들기, 세상 탐구하기, 세상 읽기―가 삶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대를 거치면서 삶에서 분리된 예술을 다시 사람들의 삶에 되돌려 놓을 것을 제안하는 관점이다. 완전체로서 존재하면서도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변화하는 ‘세상’을 상징적으로 사용하며, 예술가들이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휘하는 기술과 마음의 습관, 관점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행할 때, 개인의, 또 사회의 미래가 변할 수 있다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에 대한 신념을 보인다. 

 

 이미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흔하게 사용되는 예술의 일상화라는 표현에 이 책은 훨씬 풍요로운 이해와 공감과 더불어 예술과 교육이 결합하는 이유와 방식의 사고를 새로운 차원에서 열어준다. 예술이 특별하지 않은 일상과도 같다는 설명으로 시작했지만, 사실 일상을 예술처럼 특별하게 살 이유가 있고,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최적으로 성장시키며 생존 메커니즘을 지탱하는 축으로서 예술의 기술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 사람들의 무뎌진 감각과 인지를 작동시켜 모든 사람의 삶에 내포된 특별함을 파고드는 자세, 감탄과 흥미, 능동성과 즉흥성을 부활시키는 데에 예술이 교육과 결합할 이유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에릭 부스는 예술가들의 예술행위 기저에 존재하는 예술적 기술 다섯 가지, ‘열망’ ‘관찰’ ‘비유’ ‘문제의 재구성’ ‘적극적 참여’를 들며 예술가들의 내면의 기술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이를 일상에서의 예술 행위, 즉 세상을 탐구하고 읽고, 창조하는 과정에 적용하고, 이를 위해 훈련하는 방식을 다시 전문 예술가들의 방식과 연결 짓는다. ‘짜맞추다(putting things together)’라는 예술의 동사(動詞)적 의미를 회복시키며 현실의 삶, 일상과 맺는 상호참여적 관계에 대한 세심하면서도 자기 투영적인 그의 통찰은 교육하는 예술가들의 철학적 성찰에 즐겁고 의미 있는 참고가 될 것이다. 

 

 에릭 부스의 예술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은 교육철학자 존 듀이의 사상과 맥을 같이 한다. 새로운 예술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미적(aesthetic) 체험’을 단지 ‘무감각(anesthetic)’의 반대어라고 말한 존 듀이의 설명을 빌어 교육하는 예술가들이 추구해야 하는 목적을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에서 미와 의미, 기쁨과 용기와 같은 것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의 학습으로 폭을 넓히는 데에 둔다. 이는 1970년대부터 미국에서 ‘교육하는 예술가(teaching artist)’의 개념을 형성하고 인력 양성을 맡아온 링컨센터에듀케이션(구, 링컨센터인스티튜트)에서 그의 예술교육의 실천과 철학의 토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의 상주철학가로 1976년부터 2012년까지 활동한 맥신 그린이 주창한 심미적 체험교육(Aesthetic Education) 활동의 근간에는 존 듀이가 강조한 예술의 능동적 체험, 미적 경험이 기반이 되어 있다. 맥신 그린이 예술을 개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경험적으로 접근하며, 예술교육은 사람들의 언어와 삶의 관점에서 예술의 본질적 경험에 접근하고 눈을 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주문해왔다면, 에릭 부스는 교육하는 예술가들이 이를 실천해가는 방식을 새로운 전문영역으로 구성하는 데에 앞장서 오면서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예술성 교육하기(teaching artistry)를 위하여

 에릭 부스는 예술과 학습을 포괄하는 더 큰 진리를 교육 참여 예술가(teaching artist)에서 찾았다고 말한다. 국내의 예술교육 담론 장에서도 깊은 논의 끝에 ‘예술강사론’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여기에 그 연유가 있음을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교육 참여 예술가와 이들의 활동 정체성의 개념은 여전히 진화 과정에 있고, 에릭 부스는 매년 국제 티칭아티스트 컨퍼런스(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와 링컨센터에듀케이션 러닝랩을 통해 진화의 과정상을 정리하고 공유해가고 있다. ‘예술성 교육하기(teaching artistry)’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교육 참여 예술가들은 예술성에 내포된 역량으로 작업실과 공연의 경계 너머 다양한 환경과 목적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관여하도록 하는 역할 인식을 공유한다. 다양한 맥락의 사회적 목적에서 예술가들의 활동을 확장된 개념의 예술교육으로서의 ‘예술성 교육하기’로 정체성을 구성해가는 과정에서 맥락에 따라 예술이 도구적 효과성으로 대변되더라도 그 기저에는 참여자들의 ‘내면적’ 예술성을 활성화시키는 데에서 본질적 성과를 찾는다는 데에서 예술성 교육의 정체성과 경계 확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1990년대 말에 출판된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에서 주창한 예술교육에 대한 철학과 접근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증이다. 

 

 교육 참여 예술가(teaching artist)에 대한 그의 통찰과 실행에 대한 접근은 최근 번역되어 출판된 『음악 티칭아티스트 바이블』에서 엿볼 수 있다. 그가 티칭 아티스트와 그 전도사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부여했던 시기에 찾았던 베네수엘라에서 예술교육의 존재 가치를 재확인해 준 엘 시스테마를 계기로 그의 예술성 교육의 건강한 확산을 향한 갈망과 능동적 활동은 40년을 향하고 있고, 세계 엘 시스테마 운동에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그 연유로 그의 교육 참여 예술가에 대한 개념과 실천적 이론이 음악 분야를 중심으로 집필되었다. 그는 『음악 티칭아티스트 바이블』에서 티칭 아티스트를 “예술의 기술적 교육을 넘어 예술적 방식으로 사람들을 교육시키는 활동을 자신의 커리어의 일부로 택한 예술가”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21세기 예술가 모델인 동시에 관여도 높은 학습 모델이며, 미국 예술의 미래라고 덧붙인 바 있다. “비루투오조(virtuoso)  교육자”가 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여러 항목들을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에 “가르치는 80%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이다”라는 그의 제시는 많은 이야기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예술에 대한 열정, 예술성, 즐거움을 담고 있는 예술가 개인 자체가 그 어떤 교육적 페다고지나 지식 정보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사람들의 심미적 체험의 접근이 요구하는 사람들의 삶의 맥락에서, 사람들의 관점에서의 대안적 방식에 대한 제안은 예술가의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읽기 역량을 전제한다. 

 

 교육 참여 예술가가 예술적 경험의 본질적 풍요로움과 기술을 사람들의 일상으로 유입시켜 삶이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할자임을 낭만적 개념이 아닌 실천적 개념으로 조망한 에릭 부스의 성찰은 이미 20년을 거치면서 더욱 실감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예술교육을 실행하는 교육하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자기 철학에서 실천, 그리고 그 흔적이 남기는 파장에 대해 예술을 하듯이 갈망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해야 할 이유이다. 그 과정을 조금 먼저 밟아간 에릭 부스의 두 책에서의 열정과 갈망이 좋은 에너지로 공감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교육’이라는 세상 만들기에 교육에 참여하는 예술가들과 예술강사들의 예술적 기술이 동원된 세상 탐구와 세상 읽기가 따로 또 함께 이뤄지길 바래본다.  

* 서지혜 | 인컬쳐컨설팅 대표. 예술경영분야 연구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예술이 사회의 다양한 접점에서 협업하며 시민의 삶의 결에 스며들 수 있도록 매개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한국콘텐츠진흥원, 꿈의 오케스트라네트워크지원본부를 거쳤으며, 저서로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 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일궈가기』가 있다.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