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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가봄 | 현장스케치
청년, 지리산에 모여 청년을 이야기하다
지리산 이음포럼 2016
임정아 / 발도르프학교 교사


  〈지리산 이음포럼〉은 1년에 한 번, 청년들이 지리산에 모여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경험과 계획 등을 교류하는 포럼이다. 올해는 “청년, 지리산에 모여 청년을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지리산 남원시 산내면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우리동네사람들에서 공동 주거를 시작한 지 5년이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 커뮤니티펍을 운영한지 2년이 되어간다. 지리산으로 출발하기 전에 ‘함께 살고 일하는 것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가? 돈을 벌기 위해서? 공간이 필요해서? 나는 내 안의 어떤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나’라는 질문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 〈지리산 이음포럼〉에 다녀왔다. 

  지리산 산내면은 많은 귀농인들이 찾는 곳이다. 실상사(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의 지리산 기슭 평지에 있는 사찰)가 있어 오랜 시간 동안 마을 공동체의 맥을 이어가고 있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토닥협동조합’이 생긴 이후 더욱 활력이 돋는 듯하다. 마을에서 자란 20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이번 포럼에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100여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포럼의 주제는 ‘청년’인데 포럼을 진행하는 방식이 참신하다. 주최 측에서 테이블 진행자를 섭외하는 방식이 아닌 청년들이 직접 주제를 정해서 테이블 진행자를 신청한다. 일반 참가자들은 주제를 보고 관심 있는 테이블에 신청하는 형태이다. 청년들이 마련된 장에서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선택하는 방식이 참여자들의 관심을 높인다. 청년들의 고민이 비슷한가 보다. 테이블 주제가 나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첫날 조금 일찍 도착했다. 예전에 인연이 있던 ‘감꽃홍시’ 게스트하우스에 들렸다. 예전에 만났던 주인은 없고 그녀의 어머니가 계신다. 처음 보는 우리에게 뒤뜰에 가서 잘 익은 감을 따 먹으라 하신다. 끝에 고리가 달린 긴 장대를 가지고 처음 감을 따 본다. 잘 익은 감, 덜 익은 감이 함께 따졌다. 우리에게 감을 따라 하신 어머니와 자연에게 선물 받은 느낌이다.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따지게 되는 마음은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본래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주고받고 다시 또 주고받고 하는 것이 아닐까.



  늦은 오후 시작된 포럼은 자기소개를 간단히 적은 종이를 들고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됐다. 더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내 얼굴의 한 부위씩을 그려주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얼굴 그림이 완성되어갔다. 청년이 주제이지만 청년을 자녀로 둔 50대 여성, 곧 군대에 갈 20살 청년,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18세 친구 등 참여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고민도 관심사도 다양하다. 내 고민, 내 생각에만 빠져 있다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삶이 환기되는 느낌이다.



  첫 날의 가벼운 인사를 마치고 동네 식당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식사 이후에는 자유 시간으로 청년들이 운영하는 ‘마지’라는 가게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는 음악회에 가는 사람, 동네 카페 ‘토닥’에서 차를 마시거나 만화책을 보는 사람, 서울에는 흔하지만 산내에는 딱 하나 있는 치킨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 등 각자의 흐름에 맞게 저녁 시간을 보낸다. 

  나는 일찍 숙소로 돌아와 함께 방을 쓰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일찍 노고단에 다녀왔다는 50대 여성분은 “청년이 꼭 나이겠느냐. 스스로 하고 싶은 게 있고 찾아 움직이면 청년이지” 하시며 방긋 웃으신다. 그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첫날밤을 보냈다.

  다음 날에는 오전, 오후로 나눠 다양한 주제 테이블이 열렸다. 테이블 주제는 “세대를 뛰어 넘어 함께 일하는 워크숍”, “청년, 자원봉사와 열정페이를 말한다”, “청년들의 의식주 현실 속에서 의식하는 주체로 자리 잡기”,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마을 공동체 실험” 등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주제가 준비되어 있었다. 주제별 장소도 학교 강당, 실상사, 카페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명상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모인 사람들이 일주일간 어떤 마음으로 보내었는지를 나누고 명상을 한 후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각자의 마음을 나눔으로써 참여자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였다. 오후 시간에도 흩어져 테이블이 진행되었다.



  저녁 시간에는 실상사에서 음악회가 열렸다. 포럼에 참여한 청년, 동네 주민들 모두 함께했다. 내 앞에 앉은 꼬마 아이가 집에서 가져 온 계란을 하나 나눠준다. 먹을 것을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함께 음악 듣고 노래를 부르며 둘째 날 밤을 보낸다.



  포럼은 청년들이 모일 장을 마련해 주었다. 숙박은 동네 민박 10여 군데로 나눠서 하고, 식사는 동네 식당 3곳으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강당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침은 동네 빵집에서 만든 빵으로 동네 카페에서 먹었으며, 실상사에서는 음악회가 열렸다. 포럼의 장을 마련한 협동조합 ‘이음’과 마을 공동체 모두가 함께하지 않았다면 진행되기 어려웠을 일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인 100여명의 청년들이 산내마을 전체를 무대로 2박 3일 잘 놀다 가는 시간이었다. 예술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처음의 내 고민으로 돌아갔다. ‘나는 어떤 목적,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내 고민이 오롯이 나에게만 있거나 나를 위해서만 하는 고민은 아닐 테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한공간에 몸을 담으니 각자 살고 있지만 함께 살고 있음을, 또 함께 살아가지만 스스로 살고 있음을 되새길 수 있었다. 다시금 나의 삶, 우리의 삶을 따로, 또 같이 꽃피우며 살아보고픈 생각이 간절하게 일었다.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