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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5. 하늘꿈 캡틴플래닛의 '대신정원'

     사회와의 소통 통해 아이들의 상처 보듬어 주죠

 

윤철원 기자  |  ycw@kyeonggi.com

 

 

 

 

장 발장(Jean Valjean)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세상은 배척과 멸시로 그를 대했다.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속여 새 삶에서 성공했지만 과거의 굴레는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에 흐르는 모티브는 전과자란 ‘낙인’이다.

한번 낙인으로 찍히면 헤어날 수 없는 부조리한 사회 편견이 걸작을 나오게 했다. 18세기 미국에서 간통을 한 여성이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했던 ‘주홍글씨’ 역시 낙인의 대표적 예다. 현 시대에 육체적 낙인은 사라졌다.

그러나 정신적 낙인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의 목을 옥죄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대상에 새하얀 도화지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는 것. 지난 12일 안산시 선부동의 하늘꿈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편협되고 왜곡된 시선들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 캡틴플레닛이 대신 만들어 주는 정원

이 아이들에게 누가 죄를 물을 수 있을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부모의 자녀로 태어난 죄? 무정한 부모를 만나 혹은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어버린 죄? 현행 법은 불가항력에 의한 행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빈곤층 자녀, 고아 등의 이유로 이 아이들을 기피 대상 혹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처음 아이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갔을 때를 잊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반응이 심할 정도로 냉소적이었거든요.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했는데 ‘시끄러워! 조용히 해!’라고 소리치기 일쑤였죠.”

하늘꿈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2년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는 양재혁 컬쳐커뮤니티동네 대표는 첫 수업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양 대표는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가 가르치는 것은 그림 그리는 법이 아니다. 동양화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가르친다. 아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 제목도 ‘양재혁의 미술학교’가 아닌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substitute) 정원’이다. 캡틴플레닛은 자연을 지키는 만화속 히어로다.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캡틴플레닛이 되어 주민들 대신 정원을 만들어 준다. 아이들은 그렇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 “공공미술이요? 노는 거예요~”

“오늘 여기서 뭐해?”

“공공미술이요! 재밌는 거예요. 노는 거예요. 1주일이나 기다렸어요. 전 빠진 적 한 번도 없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김민수군(가명)은 잔뜩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말은 빨랐고, 눈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아이의 부모는 인근 공단에서 일을 했다. 아이에겐 틱장애가 있었고, 방과후 내내 센터에서 지냈다.

오후 3시 수업 시간이 가까워 오자 아이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센터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여섯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20여명의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어댔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가 그렇듯이 이곳 아이들 역시 상당수가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이었으며, 개중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 ‘그룹홈’ 아이들도 끼어 있었다.

수업은 지난주에 심은 강남콩 싹을 인근 석수골 작은 도서관으로 옮겨 심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원은 아이들과 지역민들이 만나는 접촉점이 된다.

“지난해에는 동네를 리폼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낙후됐거나 노후된 시설들을 수선해 주는 거였죠.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집집마다 찾아다녔는데 문전박대를 받기 일쑤였죠.”

양 대표의 얘기다. 그렇게 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 바로 석수골 작은 도서관을 리폼하는 것이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유일한 문화공간으로 많은 주민들이 스스럼 없이 드나드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재활용품을 가지고 만든 사전 받침대 같은 아이들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이 쉽게 눈에 띠었다.

본 수업은 캡틴 플레닛을 상상력 넘치는 히어로로 만드는 게 핵심 목표다. ‘계란 안전장치 만들기’, ‘장풍 장치 만들기’ 등 오감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끄집어낸다. 그 상상력은 고스란히 대신 정원에 투여된다.

양 대표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공동체적 의식과 개별적 이미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결과는 과정안에 있다

“저희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려 하지 않는데, 지원해 주는 쪽에선 결과물을 원하죠. 수업이 종반에 가까워지면 저도 모르게 (결과물을 위해) 아이들을 다그치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평가를 받아야 내년에도 교육을 할 수 있으니까요.”

양 대표는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지원 시스템으로는 안정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지원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양 대표는 단체 실무자들이 아이들과 계속해서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수업을 실무자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센터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현영씨(37·여)는 “학교 수업 때문에 늦을까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어오는 아이들을 볼 때면 이 수업이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며 “어쨋든 프로그램이 끝나더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센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낙인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수치와 좌절의 감정이 쌓인다. 시인 정호승은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나를 쓰러뜨린다’며 ‘상처가 스승이다’고 했다. 시간이 흘러가면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다. 세월이 약이다. 그래도 낙인효과(labeling effect)라는 흉터는 오래 간다. 무시당하고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나쁜 쪽으로 변하는 게 인간 심성이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목요일이 허전해질 것 같다”는 한 그룹홈 아이의 말처럼 ‘하늘꿈 캡틴플레닛의 대신 정원’은 이 아이들의 상처가 흉터가 되지 않도록 보듬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경기일보 기사 보기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59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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