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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기획 <비상하는 에듀-클레스>

 

 

3. 무한도전 문화예술여행

    학교밖 청소년들의 커뮤니티 마인드 키워주는 '디딤돌' 

 

윤철원 기자  |  ycw@kyeonggi.com

 

   
 

 그 흔한 ‘대학 가자!’란 급훈도 없다. 그렇다고 칠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떠든다고 조용히 시키는 반장도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과서 대신 커터 칼과 골판지를 손에 들었다. 교실이라고 하기에는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오히려 작업장에 가깝다.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부천 대안공간 아트포럼 리의 미술수업 풍경이다. 이곳이 여느 학교 수업과 다른 점은 또 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걸 공부해라!’라고 하지만 이곳에선 ‘뭘 배우고 싶니?’라고 묻는다는 것. 이훈희 아트포럼 리 대표는 “이곳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해라’를 강요하지 않는다”며 “수업은 학생들의 자율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 학교밖 청소년

 “힘들어 죽겠어요. 제들은 선풍기에 에어컨까지 틀고 시원하게 하잖아요. 여기 올 땐 옷도 제대로 못 입어요. 작업을 해야 돼서….”

 자칭 거리의 패셔니스타답게 서상범군(17)은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렌즈 없는 안경으로 멋을 냈다. “재밌냐?”는 질문에 그는 불평불만을 쏟아 냈지만, 그러면서도 커다란 골판지에 도안을 하고, 칼질을 해나가는 모습은 마치 건축가가 된양 사뭇 진지했다.

 서군을 비롯해 이날 수업에 참여한 6명의 학생들은 부천시민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대안공간 무한도전학교 학생들이다. 이들은 학업을 중단했거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학교밖 청소년들이다. 아트포럼 리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훈희 대표는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고를 하지 그 이외의 아이들에 대한 지원 체계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그래서 우리가 이 도시 시스템에서 결핍돼 있는 부분을 채워주면 다음 단계에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군은 초등학교 졸업후 외국에 나갔다 들어오면서 복학 타이밍을 놓친 케이스다. 검정고시를 통과해 또래보다 1년 일찍 졸업했다. 앞서 이 대표로부터 서군이 입체 작업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들은 터라 “혹시 건축학과를 가고 싶냐?”고 말을 건냈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어렸을 땐 요리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요리사라고 하면 다들 노가다다, 힘들다고 해서 접었다. 지금은 그냥 기타 치고 싶으면 기타 치고, 드럼 배우고 싶으면 드럼 배우면서 살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도 이어졌다. “작업은 별로지만 선생님들과 얘기하면서 노는 게 요즘 낙”이란다.

 

   
 

 

■ “가르치지 않아요. 함께 할 뿐…”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진행된다.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교과 과정과 주제는 따로 없다. 물론 점수도 매기지 않는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에서 구체화 되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고를 하더라고요. 항상 제 상상 이상이었요.”
 

 무한도전학교 임미미 교사의 얘기다.

 올해 수업 주제는 ‘파견출장카페’다. 이 또한 커피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아이들이 직접 제안한 것. 재료는 들고 다닐 수 있도록 골판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처음엔 종이 박스를 주어다가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만큼 큰 박스를 구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안산에 있는 골판지 공장에 견학을 갔습니다. 여기서 골판지의 종류와 쓰임새에 대해 배웠죠. 작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은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난관에 부딪히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몸에 익히고, 협력의 힘을 배우게 된다.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작업 동료다.

 또 이 수업의 특징은 유난히 말이 많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작가들은 작업을 하는 내내 끊임없이 말을 주고 받았다. 작업과 관련된 얘기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있었던 일, 여자친구 얘기 등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훈희 대표는 “이 수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라며 “그 옛날 마을공동체 안에서 모든 교육이 이뤄졌듯이, 아이들에게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 치료가 아닌 인정


 

   
 

 모든 아이들이 골판지와 씨름을 하고 있는 사이, 옆 작업실에서 한 여성이 다른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이승민(21), 이곳에서 수업을 받은 지는 1년 정도, 그는 기름종이를 자르고 붙이면서 관절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왜 같이 안하냐?”고 묻자 “재미없다”고 짧게 답했다. 작업에 대한 호기심 반, 더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 반에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질문을 이었다. 그는 “틀을 만들어 본을 뜨고…”,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친절하게 답해줬다. 그때 우리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작가가 한 마디 던졌다.

 “승민이, 오늘 컨디션 좋은 데 대답도 잘 해주고. 기자님 감사하셔야 돼요.”

 그 말을 듣자, 이씨는 살짝 미소를 보인 뒤 다시 작업에 열중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이씨는 쉼터에서 생활해 왔으며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처음에 승민이가 왔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미술심리치료사를 붙여야 하나 생각했죠. 하지만 선생님들과 의논한 결과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그건 우리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어차피 승민이는 병원에 다니고 있으니까, 우리들은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가기로 결정했죠.”

 이씨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편한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수업에 빠지지 않게 도왔다. 그렇게 사회와의 접촉면을 조금씩 조금씩 넓혀 나갔다.

 “사람의 선이 좋다”는 이씨는 “사람들 만나는 게 좋아졌다”며 “선생님들 보러 온다”고 했다.

   
      이훈희 아트포럼 리 대표.

■ 제2, 제3의 아트포럼 리 있어야


 부천에서 학교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은 아트포럼 리가 유일하다. 하지만 부천의 학업중단 청소년 비율은 해가 갈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저소득, 한부모, 조부모 등의 해체가정으로 이에 따른 자녀방임, 학업중단, 정서장애 등 심각한 청소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이 수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기록을 남겨 메뉴얼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메뉴얼을 바탕으로 이런 수업을 할 수 있는 단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술은 상처가 있고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느낌,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에서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와의 협의를 통해 주 1회, 경기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비상하는 에듀-클레스>를 옮겨싣습니다. <비상하는 에듀 클레스>는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일보가 함께 매주 1회 씩 발행하는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획기사입니다. 본 페이지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모두 <경기일보> http://www.kyeonggi.com/ 측에 그 저작권이 있음을 밝힙니다.

 

경기일보 기사 보기 :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59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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