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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인 <다큐멘터리 영화학교 – 토닥토닥>은 학생, 학부모 참가자들이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혹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안 문제 등을 새로운 태도로 바라보고, 그러한 시각들을 다큐먼테리 영화로 제작하고 그 결과물을 영화제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요일 이른 아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양평교육지원청 2층 강당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중학교 고학년에 이르는 30여명의 학생들과 학부모 10여명이 모여 조별 다큐멘터리 제작 발표회와 상호비평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왜 자녀들이 게임하는 것을 싫어하는가? 친구들은 왜 게임을 좋아하는가?’라는 주제로 PC방을 돌면서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하겠다는 초등 고학년 조는 이번 영상제작의 의도를 묻는 학부모들의 질문에 “게임은 재미있는 것이고,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 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중학생 조는 ‘학교급식 왜 맛없나’란 주제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겠다고 밝혔고, “청소년들의 욕문화에 대한 영상을 찍겠다”는 조도 있었다. 그때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인터뷰도 담으면 어떤가”라든지, “학교급식비가 사용되는 구조나 학교급식원들의 노동임금이 적당한지에 대해서도 알아보면 좋겠다”는 등의 제안을 했고, 거기에 대해 참가 청소년들은 질문이나 제안 의도에 따른 정답이 아니라, ‘검열 없는 자기생각’으로 대답했다. 

 

  발표회를 마치고 참가 청소년들과 교사들은 조별로 회의와 영상촬영기술 습득의 시간을 이어갔으며, 부모들은 이번 프로그램의 기획자인 여현정씨와 학부모 모임을 진행했다. 모임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획의도’를 묻는 질문에 여현정 선생은 “결과물의 질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과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큐멘터리 영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방적 가르침이나 직접 개입이 아니라 기술적 도움이며, 다수의 학부모들을 연결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배우는 수업이 되고자 했다”고 한다. 



  청소년들과 하는 영상수업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프로그램 주강사 서동일 선생은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의 운영위원이자 <두물머리픽처스>의 감독이며,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다. 영상작업자로서 처음에는 수업의(작품의) 질과 결과에 대해 기대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이 작업에 대한 관심과 흥미로 참여하고, 자신들에게 부닥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도출되는 결과에 대한 책임과 성취감을 갖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작업과정의 힘듦과 어려움, 즐거움을 맛보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내도록 할 것”이며, 후에 본격적으로 “전문적 영상작업을 해보겠다는 청소년들이 생기면 양평지역 청소년 영상집단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날 수업에는 경기문화재단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계신 정원철 교수도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의 일원으로서 참관하고 있었는데, 학생들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중요시하는 수업에 있어서는 “참가자들의 동기로부터 출발하는 자율학습과 수업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교사의 개입 사이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늘 관건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강요하지 않고 방향만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저학년들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한데 착하게 숙제처럼 하지 않도록(어른들의 의도에 맞는 답을 찾지 않도록) 학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초중고 전 학령에 걸쳐 혁신학교 실험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한 양평의 혁신학교 학부모모임으로부터 출발한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는 참여하는 부모들과 이 점을 공유하면서 “공동의 돌봄교육”을 해나가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미학자이자 사상가인 랑시에르는 플라톤의 말을 빌어, 수공예 기술자들은 그들의 일자리 외에 다른 곳, 즉 인민의 의회에 있을 시간이 없기에 정치적 개입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수많은 정치적 장소에 참여할 수 없는 “시간의 부재”가 우리의 “감각적 경험의 형태들 자체 안에 기입된 자연화된 금지”기제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수많은 교육현장은 학습자들에게 자신들의 배움을 같이 논의하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는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진도를 계획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는 교사의 고충과 학부모들의 바람, 그리고 행정당국과 지원체계 때문임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평생을 아이들의 참된 본성을 믿으며,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평등성에 기반하는 현실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교육현장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던 이오덕 선생은 “민주주의는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그따위 질서정연은 군인들 세계에서나 있는 일이지) 어수선하고 무질서한 데서 시작하는 것”이고, “교사로서 민주교육을 하는 것은 쉽고 편안한 길이 아니라 힘들고 귀찮은 길을 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고 하늘이 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자라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라나지 못하게 하는 요소를 없애주는 것, 이것이 교육의 전부”라고 했다.

 

이오덕 선생의 말씀을 따라, 교육의 목적이란 ‘정해진 진도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느냐’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자라는 환경을 만들었는가’라고 할 때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의 <다큐멘터리 영화학교 – 토닥토닥>은 ‘조용해야만 하는’ 교실의 분위기라든지, 자신들이 바라는 정답으로 자라기를 은연 중 강요하는, “가만히 있어라”는, 어른들의 바람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함께 토론하고 그것을 표현토록 하고, 그리고 억지로 방향을 틀거나 자신들의 바람대로 좀 더 잘해주기를 부채질하기를 멈춘 교사와 어른들이 있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 학습자들 스스로가 자기 배움의 주인으로 자라는 곳임을 확신하게 된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의 이 결과가 ‘(제도화되고 관습화된) 교육(교수법)을 알지 못하는’ 서동일 영상작가와 ‘아이들이 스스로 자랄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교육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이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작업과 역할을 존중하면서 함께 지역 내 교육적 문제를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음은 분명하다. 만일 서동일 작가가 자신에게 익숙한 작업방식으로만 학습자들을 만났다면, 흔히 장인들이 자신의 작업방식으로 제자들을 만날 때 저지르게 되는 ‘형식의 엄중함’과 ‘태도의 성실함’에 갇혀 버릴 수 있었으며, 거꾸로 교육전문가들만으로 아이들을 만난다면, ‘질료를 다루며 표현하지만 질료의 물질성을 버리면서 자유로워지는 예술’의 속성이 허용되기 어려운 ‘교실의 관습’에 갇힐 수 있었을 것이다.

 

  학습자들이 자기 배움의 주인이 되고, 학부모, 교사, 장인, 교육관계자, 학습자들이 서로에게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현장을 만들려는 교육프로그램 기획자나 교사들은 먼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의 방식이 학습자들의 자유로운 학습동기와 창조적 재능을 억압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고 배움의 동료들(교사, 학부모, 장인 등)과 함께 토론하고 개입하면서 다양한 표현을 해 낼 수 있는 민주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환경이라야 학습자들은 가만히 있는 게 속성일리 없는 생명의 운동으로 자기 재능을 꽃피워 가게 될 것이다.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