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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도화된 문화예술교육을 넘어서


김경옥 아까 이야기한 법조항은 ‘등’은 유연성이 아니라 관리를 위한 표현방식인 거죠. 법 조항을 둘러싼 매커니즘은 제도가 아닌 제도화라는 거죠. 사람들이 학교화되어 있는 것처럼 제도화되어 있는 거죠. 이 제도 속에서 가장 나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는 것이죠. 특히 많이 배운 사람일 경우 더 그렇죠. 위에 사람이 뭘 원하는지 계속 읽어내면서 ‘등’을 유연하게 확장시켜나가는 게 제도화인 거죠. 하지만 결국 우리가 꿈꾸는 것은 사람이니까, 그 사람이 게릴라가 되기도 하고, 철조망 안에 쳐놓은 데서 캠핑을 하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 참 좋겠는데. 이런 분위기에서는 감각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10%, 적으면 2%밖에 안 되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 이것이 탈제도화인 거 같아요.


서민정  저는 거기에서 자극을 받았던 거 같아요. ‘탈출한다, 부순다’는 생각이 무슨 생산성이 있나.


김경옥 저도 공감이 가요. 탈학교화도 역시 공간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물리적으로 바뀌냐 마느냐, 제도가 바뀌냐 마냐의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왼쪽부터 박희선(동탄 후마니타스), 유다희(공공미술프리즘), 박찬국(DRP)


유다희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왜 여기에 있는가’를 본질적으로 꺼내게 되는데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 속에서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질문을 받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지는 거죠. 그 질문에 대한 이야기들이 결국 문화예술교육인 거죠. 어제 경쟁 PPT를 하면서 화가 났는데요. 범죄 예방을 위해 도시 재생을 하나는 미션이었는데 이 지역이 절대 범죄예방 지역이 아닌 거예요. 그런데 외부 심사위원들만 데려다 놓고 그걸 기준으로 심사를 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범죄 얘기를 발표 때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지금의 과업이 맞지 않다고만 이야기 하는 거예요. 사실 이 지역의 문제는 범죄예방이 아니라 주민들 안의 갈등 상황이에요. 그래서 심사위원 당신들은 과업이 이 현장에 맞는지 고민해봤느냐, 그 과업에만 맞는 사업팀을 뽑는다면 전문가로서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고 나왔어요. 저는 어쨌든 사회적기업을 하면서 시장 구조에 들어가 있어요. 저는 시장 구조의 돌파로서의 미션이 저에겐 있는 거예요. 사회 변화에 최극단인 시장 구조을 정면 돌파하고 싶은 거죠. 그런데 그게 심사 위원이 보기에는 이상한 거예요. 과업을 낸 거를 역설해서 발표를 한다든지 그런 일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런 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김경옥  저는 말씀 드리면서 정리가 되는 거 같아요. 아까 공공미술프리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제도를 아주 잘 활용하는 팀이구나 생각했어요. 제도가 주는 과업을 미션으로 삼고, 그것을 뛰어넘는 팀이라고 생각했죠. 저희가 탈제도화에 대한 좋은 예시가 두 가지가 나온 거 같은데. 동대문처럼 제도 밖에서 만드는 팀도 있고 공공미술프리즘처럼 제도 안에서 제도를 넘어서는 팀도 있는 거죠.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그 두 가지가 다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지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원재   제가 이야기하면 훈훈한 마무리로 안 될 것 같기는 한데요. (웃음) 인간의 자유의지가 보장되는 곳은 시장, 예술, 종교에요. 이 공간만이 탈주가 가능한 공간들이에요. 현실적 조건 안에서 그 정도의 자유만 조장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예술이라는 한 영역만이라도 지켜내자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전 생각을 해요. 


옥상에 곳곳에 놓인 ‘동대문 청년’ 표지


박찬국  처음에 얘기했던 감각이라든가, 차원을 다양화한다는 건 솔루션을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이분법적으로 세계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게 굉장히 많은데, 그걸 이해할 수 있는 조건과 영역을 만들어보자는 거예요. 물론 시장일 수도 있고, 종교일 수도 있고, 예술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술이라는 영역은 답이 없는 거니까. 예술은 고수되는 예술. 장르로서든 공간으로서든 고수되는 예술을 벗어나야 한다는 거죠. 그걸 계속해서 예술이라고 규정하는 예술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제도와 만날 수 있을까. (강원재: 헷갈려야 된다는 거군요) 그러니까 혼동의 연속, 쓰나미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엄청나게 세상이 차 있는 거 같지만 빈 공간 투성이에요. 강고하게 제도를 할수록 빈 공간이 생기는 거죠. 지금 왜 청년들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은, 이 제도로 도저히 진입할 수가 없거나, 이 제도로 도저히  대안을 낼 수가 없으니까 자꾸 청년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애처로운 이런 것도 있겠지만, 지금 청년들은 엄청나게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야 하는 조건 안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는 거죠.


박희선  아줌마들이 제일 늦은 거 같아요. 저도 뒤돌아보니까 저도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한 작은 관심이었어요. 그러니까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후회 반 그래요. 그러면서도 꽃밭에 같이 물을 주는 아이들을 보면 힘을 내고 있는데요. 오늘 이야기해주신 얘기들에서 배우고 영감을 받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말씀하신대로 작은 지점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지점들이 연대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들었어요.


서민정  저도 잘은 모르겠지만 ‘하다보니 프로젝트’, ‘하고나니 문화예술교육’, ‘하고나니 사회혁신’이었다. 이런 생각을 놓지 않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경옥   저는 대안교육 얘기를 나눌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정말 하고나니  거창한 기획이나 과업이 아니어도 이거 필요하겠네. 이래야 되겠네. 정말 하고나니 내 앞에 펼쳐지는 경험을 하면 사람들이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이런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는 문화예술교육이 중요한 건데. 그러면서도 엄청 실력이 있어야 ‘하고나니’가 되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연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원재  이런 논의들이 하루아침에 결론이 나지는 않을 거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지치지도 말아야 하고.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우리 안에 감각이 열리게 될 거라는 거죠. 그것이 어느 순간 변화를 만들어 낼 거다, 그런 날도 올 거 같다. 


유다희  프리즘 같은 경우에는 들어온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하도록 하는 건 문화예술교육이에요. 그만큼  가장 어렵고, 또 그래서 자기를 비추는 과정이 문화예술교육이라고 생각해요.


박형주   답을 찾기보다는 힌트가 될 수 있는 영감들을 얻기 위해서 방담회라는 형식으로 진행을 했어요. 지금 질문을 거세하는 매뉴얼화된 사회인 거잖아요. 그래서 더 각 현장의 사례들이 매뉴얼화가 아닌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 스토리들이 만났을 때 어느 순간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혁신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현장을 지지봄봄에서 더 많이 찾아가보려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방담회는 그런 기약을 하면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