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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탈주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간 – 감각을 깨우는 공간에 대한 실험


동대문 옥상 파라다이스(DRP)의 옥상 정원


박찬국  제가 맨날 소개할 때 ‘밥찬국’이라고 하는 데요. 시장에 계신 최선례 할머니를 만나면, 예전에 먹었던 음식들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셔요. 옛날에 자기가 만들어 먹은 떡갈비라든가 그런 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열망이 굉장히 강한 거예요.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가스통 할아버지’라든가 약간 격렬한 할아버지들도 계시잖아요. 그분들은 예전에 굉장히 못살았을 때 음식이나 자기가 만났던 공간의 환경이나 이런 조건을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죠. 그러다보니까 옛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같이 소개하고, 나눌 수 있는 지점이 점점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살아남느냐, 죽느냐’ 혹은 ‘이기느냐, 지느냐’ 이런 이야기만 계속하게 되는 거죠. 음식이 점점 하나의 입맛에만 맞게 표준화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게 상업화되는 거죠. 사람들이 이제 어떻게 하면 많이 팔까, 어떻게 포장을 잘해서 팔까 이런 생각만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점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감각은 사라지고 있어요.


우리가 가진 감각이라는 건 결국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사느냐 죽느냐’ 이런 사고방식은 거의 일차원적인 박테리아 수준인 거죠. 원래는 자극과 반응들이 계속 누적되면서 경험이 생겨나고, 그를 통해 생존 방식이 다양화되죠. 이렇게 점점 진화하게 되면 자극이 기억으로 남고, 기억을 새롭게 재구성하면서 상상의 차원으로 발전하게 되죠. 감각이 감각을, 상상이 상상을 낳는 경험이 축적되면 감각이 확장되게 돼요. 하지만 종북 프레임 같이 ‘이거냐, 저거냐’, ‘할거냐, 말거냐’ 같은 이분법적이 사고는 감각이 확장될 수 있는 길을 다 막아버리죠. 


여기 DRP(Dongdaemun Rooftop Paradise)는 굉장히 다중적인 공간이에요. 물론 ‘낡았냐, 새롭냐’로 봤을 때는 단순히 낢은 건물이겠죠. 하지만 사실 이 공간은 다양한 음영을 가진 3차원 혹은 다차원적인 공간이라는 거죠. 그래서 경험을 굉장히 다양하게 조직할 수 있고, 감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있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도 일단 공간 안에 음영이 있다는 거죠. 우리가 좋은 것, 예쁜 것, 편안한 것, 잘 팔리는 것 이런 것은 대게 평면적인 거예요. 제도는 이런 음영을 제거해버리고 심층을 제거해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평면적이죠. 우리가 가진 여러 감각이나 그늘을 제거하고,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인 표면만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 제도에는 굉장히 강한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중적인 감각을 생산할 수 있는 입체적인 공간을 우리가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는가. 그것은 공간뿐 아니라, 감각도 마찬가지이고, 산업도, 관계도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늘을 만들고, 섹시한 공간을 만들자는 거죠. 그늘이 없다면 어떻게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겠냐는 거죠. 그 공간을 다 획일화시킨다면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없죠. 


     

신발가게 도매상들이 모인 DRP에서 나온 신발과 작업모로 만든 소품


박형주  전체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자체가 비슷비슷해지면서 획일화되니까 우리가 진짜 길러야하는 감각 조차도 오감이라고 말로 규정되고, 그것을 인위적으로 깨우치려는 교육이 횡행하게 되죠. 하지만 그렇게 삶이 거세된 무균실 같은 공간에서는 감각을 깨는 교육을 하기 어렵죠. 선생님 말처럼 삶의 입체적인 공간에 있어야 우리의 감각이 깨어질 텐데, 어떻게 그런 공간을 만들 것인가. 그런 이야기를 조금 더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박희선   저희 동탄 후마니타스 아카데미는 전형적인 아파트 주거단지로 구성되어 있는 지역에 있어요. 원래는 2009년부터 미학 박사였던 대표가 주민들하고 같이 집에 모여 공부하고 나누면서 시작했던 단체에요. 지역이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아파트 주민들이라, 미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꾸준히 있었거든요. 제가 3년 전 결합하면서는 조금 더 실천적으로 변하는 인문학 공부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설치미술 강좌를 열기도 했어요. 그리고 시작한 게 가드닝이었어요.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문래동 옥상텃밭에 대한 사례를 알게 되고 나서였는데요. 그걸 보니까 콘텐츠의 매력도 있지만 공간의 매력도 굉장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공간을 통해서 세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거죠. 사실 문화예술은 젊은 층에게 집중되어 있잖아요. 40-50대 중장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은 부족하기도 하고, 있다고 해도 굉장히 단편적이에요. 더구나 청년층과 중년층이 함께하는 소통은 전무해요. 


하지만 가드닝에 대한 지역의 호응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관심은 있어도, 도시 생활에 익숙해서 그런지 예쁘다고는 말하는데 실제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올해는 다행히 ‘깊고 심심한 동네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어서, 동네 공간 한 켠에 꽃밭을 조성했어요. 주민 참여로 꽃밭을 일구긴 했는데, 이것도 역시 지속적인 주민 참여는 쉽지 않더라고요. 식물들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말이죠. 그러면서도 제가 계속 생각이 든 건 가드닝도 보는 차원을 넘어 결국 먹거리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먹거리나 환경에 대한 고민을 가족들이 함께 하면서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도록 하고자 ‘식초 인문학’ 과정을 열고 있어요. 


유다희  저는 옥상이 익숙해요. 저희도 옥상에 건물 두 동을 레드툴박스라는 공간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거든요. 레드툴 박스는 기존의 문화예술교육하고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사실 운동세대도 아니었고, 민중예술하는 사람도 아니에요. 저와 제 친구들이 모여서 하고자 했던 공공미술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래서 ‘시민문화’나 ‘대중문화’라는 언어와 맞닿아 있었죠. 그래서 기존의 예술을 바라보는 입장과는 다른 것들이 있던 거 같아요.

 

5~6년 정도 공공미술을 쭉 하다보니까 정말 지역 커뮤니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즈음 저희가 덕을 입었던 고양시 행신동에 임대료가 아주 저렴한 1층 상가가 나와서 골목 한가운데로 들어간 거죠. 사실 거기가 베드타운이라서 사람들은 다 밖으로 나갈 때, 우리는 거기로 출근을 했어요. 그러니까 우체부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많은 주민들이 궁금해 하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고양시하고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했는데 더 많은 주민들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아까 세대 이야기를 했지만, 저희 세대는 사실 제도와 지원체계가 미션이고, 성장하게 되었던 계기였어요. 그 다음에 어떤 꿈을 꾸어야 할지가 저희가 받은 지원사업의 사업명에서 시작됐어요. 예를 들면 지역적 문화예술단체라는 제목이 나오면 그걸 가지고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물론 사업기간은 1~2년이겠지만, 저희는 끝나고도 그 미션이 십 년 넘게 숙제가 되는 거예요. 그런 지원 정책들이 저희에게는 다음에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저희가 하는 공공미술 자체가 대중과 소통하려는 측면이 강해서, 문화예술교육은 우리에게 떼놓을 수 없는 기능이자 소통의 한 방식이 되었죠. 


지역에서 아주머니들을 만나다 보니까, 뭔가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때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사회적기업 지원을 받아서 카페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장사도 안 되고 2명밖에 안 왔어요. 그런데 6개월 지나니까 장사가 굉장히 잘 되는 거예요. 그러고 나니 주변에 카페가 엄청 많이 생기고, 동네가 아예 카페거리가 되었어요. 그 전에는 카페 문화가 없어서 모이는 공간을 만든 건데 말이에요. 사실 저희는 그 공간에서 카페만 한 게 아니라, 운동회도 하고, 축제도 하고, 아동센터와 문화예술교육도 해왔어요. 5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 20명의 아이들을 5년을 만나다 보니까, 교안과 시스템을 아예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에요. 그래서 5년 간 교안, 교재, 교구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레드툴박스라는 사업이 탄생하게 된 거죠. 


카페가 주변에 너무 많이 생겨서 지역 상권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면서, 저희는 덕이동으로 이사를 했어요. 레드툴박스 자체는 사실 저희한테는 계속 적자에요. 저희는 회사 구조다 보니까 사업이라는 미션도 있지만, 제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보니, 미래에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대안교육은 낯설고, 기존교육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데, 과연 그 중간지대는 없을까. 그래서 만든 게  레드툴박스거든요. 아이를 낳으면서 많은 것이 변하더라고요. 아이는 그 엄청난 과정을 겪어서 나온 거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온 엄마들도 아이와 교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레드툴박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다음 이야기 : 2. 문화예술교육의 재영토화 - 제도화를 넘어 관계성의 회복으로

지지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