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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교육은 ‘교육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만이 할 수 있다’라는 교육에 관한 근대적 신화가 만들어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표현기법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예술적 이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를 이해하는 보다 넓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맥락 속에 위치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가 있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나 강사는 가르치는 행위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그 행위를 통하여 학습자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성숙한 인간이자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역점을 둔다. 


 성장. 그것은 인생의 특정 시기에만 해당하는 명제가 아니다. 사람은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면서 성장해 가야만 한다. 산업사회까지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를 거쳐 노년기에 이르는 생애과정이 교육받아야 하는 시기, 일에 매진해야 하는 시기, 여가를 즐기는 시기 등 각기 연령 분절적인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자립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계속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면서 삶이 요동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매 시기마다 어떤 자질과 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전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제 사회 곳곳에 삶을 개척할 힘을 기르는 배움의 장이 필요하며, 이는 온전히 평생학습의 몫이기도 하다. 

 

 


 평생학습. 그것은 한마디로 ‘태어난 순간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되는 앎과 배움과 성장’이다. 여기서 배움은 단순히 배우는 행위 그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배움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렇게 성장한 시민들이 지역을 더욱 아름답고 따뜻하고 풍요로운 곳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활동이 일으킨 변화는 다음 활동을 일으키는 동기로서 작용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고 한지 않던가!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다양한 삶의 국면에서 우리를 성장시켜 주는 배움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이 그 곳이다. 


 옛 연무중학교 교사를 리모델링하여 2011년 10월에 개관한 수원시 평생학습관(관장 정성원)은 희망제작소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위탁운영 공모에 참여할 당시 희망제작소 내부적으로도 참여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위탁운영을 맡기로 한 데는 희망제작소의 존재이유 때문이었다. “희망제작소는 혁신을 통한 사회변화를 꾀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데, 이번 기회에 교육을 통해 한 도시를 새롭게 재구조화하는 유의미한 일에 참여해봐야 하지 않겠느냐”(정성원)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여느 평생학습시설처럼 단순히 많은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보다는 수원에 소재한 평생학습시설의 허브기관이자 새로운 평생학습 생태계의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의지는 사업의 면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격월로 열리는 <와글와글 포럼>이 그런 사업 중 하나이다. 와글와글 포럼은 학습을 매개로 다양한 시민을 만나고 있는 수원의 평생학습 실무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장에서 부딪치는 공통이슈와 문제를 펼쳐놓고, 전문가 강연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는 네트워크 모임이다. 제안은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했지만 추진과정은 여러 지역 주체들로 구성된 별도 추진단을 꾸려서 진행하였다. ‘포럼이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법과 소통을 촉진시키는 스킬 교육 등 직무교육으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는 어느 포럼 참석자의 회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럼이 수원평생학습 실무자들 간 유의미한 네트워크이자 배움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작년 3월 창간해 격주로 발간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레터 <수원평생학습 동향리포트 ‘와’> 또한 눈여겨 볼만한 사업이다. “보통 소식지는 발행 주체의 정보를 주로 담는 것이 일반적인데 웹진 ‘와’에서는 가급적 평생학습관 외 기관 소식 그리고 그 기관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는 것에 주력한다.”(정성원)는 데서 차별성을 지녔다. 수원지역 평생학습기관을 소개하고 이슈가 되는 인물이나 사안을 집중 취재하는 일 외에도 국내·외 평생학습 동향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수원평생학습의 정책과 방향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를 축적해 가고 있었다. 

 

 

 

 


 평생학습 프로그램 측면에서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시도들을 엿볼 수 있었다. 성별·세대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워크숍 중 하나인 <남과 여 워크숍>을 잠시 살펴보자. 여성 학습자들의 경우, ‘옷장 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자신 만의 스타일 콘셉트를 설계하고, 옷장 속 헌 옷을 리폼 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상황과 욕구에 맞게 의상을 선택하고, 옷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성향을 표현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한편, 남성 학습자들의 경우에는 ‘남자 40대, 나대로 사는 법’이라는 주제로 낯선 자아에게 말을 걸면서 마음을 만져본다거나 서로의 삶을 읽으면서 경청하고 응시하는 경험의 시간을 가졌다. 이를 통해 업무의 압박감과 생계부양의 불안감 속에 살아가는 우리 시대 40대 남성들이 자신의 삶과 일, 가족관계를 성찰할 수 있었다.


 

  다채로운 생화문화를 쉽게 경험하고 나눌 수 있는 <담쟁이 문화살롱>, 수원지역 문화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전문과정인 <문화예술학교>, 환경을 생각하며 슬로우 라이프와 핸드메이드를 지향하는 <거북이공방 워크숍>, 변화된 개인들이 모여 지역을 바꿀 있다는 신념으로 마련한 <수원 모금전문가 양성과정>이나 <수원 재무관리사 양성과정>과 같은 지역리더 양성과정, 단편적인 강의수강이 아니라 좀 더 긴 호흡으로 학습과 토론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나아가 자발적 학습모임의 결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학습공동체로 발전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는 <수원시민 인문대학> 등등. 프로그램 곳곳에서 수원 시민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삶의 자극을 주려는 수원시 평생학습관의 고심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라 ‘학습’이자 ‘배움의 자발성’이다.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와 욕구에 따라 유연하게 배울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이 시설이나 기관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단순 소비자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기획자이자 강사로서 자신의 삶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것이 평생학습의 궁극의 지향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시민 주도의 평생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누구나학교>라 할 수 있다. 


 누구나학교는 삶의 경험과 노하우, 전문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강사가 되고, 새로운 배움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갖고 싶은 사람이 만나 자유롭게 강의를 열고, 서로 배우는 시민참여형 학교다. 그러나 보니 내용과 형식, 참가자의 연령과 경험 등 다종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열린다. 더욱이 대학생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가르쳐주는 강좌를 연다거나 어르신들이 동네 아이들과 전통놀이를 함께하는 등 세대 간을 연결하는 강좌들도 열린다. 이는 이웃들 간에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자연스레 사람과 마을이 조금씩 연결되어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듯 수원시 평생학습관은 배움이 배움으로 그치지 않고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전파되고 지역사회로 흘러가는 평생학습의 흐름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평생학습사회의 도래에 맞춰 많은 지역에서 평생학습도시를 표방하며 관련 평생학습기관과 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평생학습사회란 변화되는 시대상황과 예측되는 미래사회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체제이며 사회 구성원 각 개인이나 집단이 지속적으로 자신의 지식이나 기술, 태도 등을 향상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환경을 제공하는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평생학습사회는 그 지역사회가 지역 주민에게 다양한 교육기회와 최적한 교육내용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실천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그 만큼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성원 관장의 다음 이야기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희가 평생학습관의 사업과 전략을 구상하며 늘 가슴 속에 품은 생각 중 하나는 프로그램 기획자가 아니라 지역운동 기획자 마인드를 갖자는 것입니다.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명의 교양인을 만드는 것을 뛰어 넘어 교육을 통해 변화된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평생학습관의 목표를 좋은 프로그램 제공에 두는 것과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에 두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비단 평생학습 영역에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끝>

 

※정성원 관장의 이야기는 실제 인터뷰가 아닌 『2012년 수원시평생학습관 운영성과집』의  글을 재구성한 것임

 

 

 

 

 

 

경기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http://www.gbom.net/

 

지지봄봄